전체뉴스

'100억 사나이' 계약 전 메디컬테스트부터 한다, 왜? 함덕주 불똥 'KT 원천 방어'

김용 기자

입력 2024-01-23 23:29

수정 2024-01-24 06:40

more
'100억 사나이' 계약 전 메디컬테스트부터 한다, 왜? 함덕주 불똥 '…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KT 위즈가 창단 첫 비FA 다년계약에 합의했다. 팀의 간판 투수 고영표와 5년 총액 100억원 계약 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 KT는 고영표가 이번 계약을 통해 팀의 영구결번 선수까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큰 틀에서의 합의는 끝났다.

하지만 KT가 공식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메디컬테스트다. 창단부터 함께 해온 선수인 만큼, 건강 이슈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지만 큰 계약을 앞두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겠다는 뜻.

최근 이슈도 무시할 수 없다. LG 트윈스 함덕주 사례다.

함덕주는 지난 시즌 LG 29년만의 우승에 일조했다. 정규시즌 부상이 있었지만 그 전까지 필승조 역할을 잘 수행했고, 결정적으로 한국시리즈에서 큰 공헌을 했다. LG는 FA 함덕주에게 4년 총액 38억원이라는 거액을 안겼다. 인센티브가 18억이기는 하지만, 부상 이슈를 감안하면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그렇게 FA 계약을 맺었는데, 곧바로 수술 소식이 날아들었다.

함덕주는 계약 전 건강함을 어필했다. 문제는 메디컬테스트를 계약 전 실시한 게 아니라, 계약 후 좋지 않았던 팔꿈치 부위를 살피는 과정에서 부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메디컬테스트라는 건, 선수가 새 팀으로 옮기거나 원 소속팀이어도 새로운 계약을 맺을 때 진행할 수 있는 수순이다. 구단이 큰 돈을 쓰는데, 몸이 생명인 선수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는 건 당연한 권리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도 메디컬테스트는 의무다. 몸값이 수천억원인 특급 스타들의 계약 소식이 전해질 때, 꼭 빠지지 않는 게 메디컬테스트 통과 여부다. 올 겨울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고우석(샌디에이고) 모두 마찬가지였다.

장벽이 된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해 겨울 카를로스 코레아 사건이다.

3억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계약 진행 과정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뉴욕 메츠의 메디컬테스트를 연속으로 통과하지 못했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그걸 알고도 코레아를 품었다. 선택은 구단의 몫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상한 문화가 그동안 자리잡고 있었다.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하는 걸, 자신을 못믿는다거나 자존심 상하게 하는 행위라고 받아들이는 선수들과 에이전트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내 몸상태를 의심해? 난 그런 구단과 계약 안해'라는 인식에 구단들이 눈치를 보고 정당한 권리를 내세우기 힘든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특히 인기가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경우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 놓칠까 구단들이 전전긍긍 할 수밖에 없다. KBO리그에서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하고 FA나 다년 계약을 맺은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하지만 규정에는 구단이 메디컬테스트를 요구할 권리가 분명히 명시돼있다.

정상적으로 뛰기 힘든 몸인데, 그걸 숨기고 계약한다는 건 돈을 주는 구단 뿐 아니라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선수가 좋은 대우를 받고 싶으면, 그만큼 건강하다는 걸 증명하면 된다. 메디컬테스트를 '대박'의 걸림돌 중 하나로 인식하는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코레아처럼 정말 특별한 가치가 있다면, 이를 감수하고도 데려갈 구단이 있을 것이다. 2017 시즌을 앞두고 첫 FA 자격을 얻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에이스 김광현이 그랬다. 당시 SK는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실을 알고도, 4년 85억원 대우를 해줬다. 1년을 버리더라도, 간판스타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당시에는 85억원이 1년을 뛰지 못할 것에 대비해 책정된 금액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김광현의 실력, 위상 등을 고려하면 100억원이 넘는 계약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다. LG도 함덕주의 팔 상태를 어느정도 알고 있었는데, 우승 공로 등으로 계약을 진행한 거라면 크게 욕 먹을 일이 아닐 수 있다. 정말 아픈 걸 몰랐는데, 계약 후 뒤통수를 맞는 상황이 문제다.

KT가 역사에 남을 계약에 성공했는데, 이번 고영표 사례를 통해 선수들의 메디컬테스트 문화도 건강하게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단-선수 모두 장기적으로 윈-윈 할 수 있는 길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