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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메이드 인수 나선 F&F 김창수 회장, '상표권 장사' 꼬리표 떼나?

이미선 기자

입력 2021-08-02 10:33

수정 2021-08-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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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메이드 인수 나선 F&F 김창수 회장, '상표권 장사' 꼬리표 떼나…
◇디스커버리 골프웨어 제품. 사진제공=F&F

패션 브랜드 MLB, 디스커버리 등을 전개하는 F&F가 골프용품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월 14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이하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를 함께 인수할 전략적 투자자(SI)로 더네이쳐홀딩스를 선정했다. 그러나 투자금 모집 등으로 난항을 겪자 센트로이드는 새로운 SI로 F&F를 낙점했다.

이 과정에서 F&F가 투자자금으로 무려 5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혀, 업계 안팎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수와 관련해 F&F는 "골프산업의 아시아 시장 성장 가능성과 골프 어패럴 부분 성장에 대한 기대가 있으며 더 넓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김창수 F&F 회장의 '후계 승계를 위한 큰 그림'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F&F, 테일러메이드 인수전 '깜짝' 등판…더네이쳐홀딩스 제쳐

테일러메이드는 아쿠쉬네트, 캘러웨이와 함께 글로벌 3대 골프용품업체 중 하나로, 타이거 우즈 등 세계 유명 골퍼들도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테일러메이드 매출은 1조원, 영업이익은 1100억원이다.

앞서 센트로이드는 지난 5월 테일러메이드 최대주주인 미국계 PEF KPS캐피털파트너스와 지분을 인수하는 17억 달러(한화 약 1조9000억원) 규모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후 패션사업 카테고리를 확대할 수 있는 SI를 물색해왔고, 내셔널지오그래픽과 NFL 등을 전개하며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더네이쳐홀딩스를 SI로 발탁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더네이쳐홀딩스는 지난 7월 19일 장 마감 이후 "투자와 관련해 중요한 사정변경이 발생함에 따라 당사는 전략적 투자자 선정을 철회하고 센트로이드는 당사에 대한 출자확약서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일부 주요 투자자들의 철회가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센트로이드가 자금력을 앞세우며 러브콜을 보내온 F&F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F&F는 더네이쳐홀딩스가 약정했던 1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4000억원을 테일러메이드 인수 자금에 출자하며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4000억원 중 1000억원은 보유 현금으로, 3000억원은 단기차입금으로 투자할 예정이었다. 그러다 7월 26일 단기차입금을 3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늘리며, 총 5000억원으로 투입 자금을 늘렸다고 공시했다. 투자금은 늘렸지만 지분 확보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3000억원만 투입되면서 갖게 될 지분은 49.51%로 유지된다.

투자자금 5000억원은 F&F 자산총액 대비 101%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다. 또 단기차입금 4000억원은 F&F 순자산액의 123% 해당, 이로 인해 지난 5월 기준 52%였던 부채비율이 175%까지 늘어나는 등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F&F 관계자는 "회사 매출 및 순익 규모에 비해 전혀 부담없는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패션업계 내 경쟁사인 더네이쳐홀딩스를 제치고, 거액을 투입하는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만큼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골프 카테고리 추가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자체 브랜드 부재로 인한 지속성 우려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F&F는 그동안 디스커버리, MLB 등 해외 브랜드의 상표권을 사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라이선스 패션 사업에 주력해왔다. 디스커버리, MLB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매출에서 두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80~90%다.

라이선스 사업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F&F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를 원했고, 2012년 '더 도어'와 2018년 '스트레치엔젤스'를 론칭했으나 기대만큼 수익을 올리진 못했다. 따라서 이번 인수로 '라이선스 패션 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는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통해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 회장은 레노마골프, 엘르스포츠를 국내에 론칭하는 등 과거에도 골프웨어 브랜드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를 바탕으로 골프웨어 시장이 2030을 중심으로 더욱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테일러메이드와 F&F의 경영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수 회장의 테일러메이드 인수는 '후계 승계'를 위한 포석? 급성장 미국 골프웨어 시장을 노린다

F&F의 테일러메이드 인수의 궁극적인 목적은 따로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바로 '경영권 승계'다.

김창수 회장이 이끄는 F&F는 1972년 설립돼 1984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이다. 1992년부터 패션 사업을 시작해 베네통, 시슬리 등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성공시켰다. F&F의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8376억원, 영업이익은 1226억원이다.

지난 5월에는 존속법인인 F&F홀딩스와 신설법인 F&F로 분할했다. F&F홀딩스는 자회사 및 피투자회사의 지분을 관리하는 투자 사업을, F&F는 패션사업부문을 맡는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체제 확립을 위해"라며 F&F가 분할 이유에 대해 설명했지만, 이를 두고선 '승계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F&F홀딩스는 공개매수 방식으로 F&F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이들에게 자사 신주를 배정하는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상장사인 경우 최소 20%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F&F홀딩스는 F&F의 지분을 0.52%만 보유하고 있다. F&F는 김 회장(45%)과 특수관계인(김 회장의 아내 홍수정 이사가 3.57%, 장남 김승범 F&F 디지털본부 상무가 2.8%, 차남 김태영씨가 2.6% 등)이 지분 58.82%를 차지하고 있다.

F&F홀딩스가 발행한 신주 대부분이 김창수 회장과 특수관계인에게 가게 될 경우 '오너 일가-F&F홀딩스-F&F'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김승범 상무와 김태영씨 역시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김 상무와 김태영씨의 지분의 합은 5.4%로, 공개매수 과정에서 F&F홀딩스의 지분율을 높인다면 추후 승계 과정이 더욱 원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이 통 큰 베팅으로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나서며 경영권 승계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패션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며 국내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한 김 회장은 2019년 MLB 중국 판권을 취득,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현재까지 출점한 중국 매장 수는 150개로 알려졌으며, 매출은 2019년 119억원에서 지난해 745억원으로 급속 성장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린 김 회장이 이번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성FI가 테일러메이드 라이선스 사업을 전개중이므로, F&F는 테일러메이드의 미국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간 한국 시장은 한성FI가 가져간다 하더라도, 미국 골프웨어 시장의 급성장세를 봤을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듯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김 상무 또는 김태영 씨에게 '미국 시장 안착'이라는 중책을 맡긴 후 능력을 입증할 경우 회사 경영 전반을 맡길 가능성도 엿보인다. 더 나아가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김 회장이 테일러메이드 인수 이후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서 F&F 측은 "현재 인수를 위한 전략적 투자단계이므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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