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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 하모>

김형우 기자

입력 2017-07-03 14:41

<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 하모>
하모 유비키

7월초, 본격 바캉스 시즌이 코앞이다. 산과 강, 바다 전국 곳곳에 자리한 피서명소마다 사람이 넘쳐날 차례다.



폭염을 피한 일상탈출 이상으로 휴가지에서 맛보는 지역의 별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한여름이고 보니 몸보신을 할 수 있는 미식거리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남도 미식의 천국이라고 부를 법한 전남 여수를 찾으면 바닷장어, 돌 게장, 서대회 등 과연 맛난 미식거리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여름철엔 바닷장어 요리가 유명한데, 여수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인기 보양식이다.

흔히 장어는 구이나 탕으로 먹는 게 보통이지만 여수에서는 또 다른 별미로 즐긴다. 다른 지방에서는 맛보기 힘든 '하모 유비키'가 그것이다. 여수 미식가들은 '하모'를 여름철 최고의 별미로 친다.

하모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은 바닷장어의 특성에서 비롯 된 것이다. 바닷장어는 한 번 물었다 하면 잘 놓지 않는 습성이 있는데, 일본말 '물다'의 '하무'에서 유래해 '하모'라는 명칭을 얻었다고 한다. 하모는 전남 다른 지역에서는 참장어, 여수에서는 갯장어라고도 부른다.

하모는 '유비키'로 먹는 게 보통이다. '유비키'는 끓는 물에 넣었다 빼는 것을 이르는데, 일종의 '하모 샤브샤브'인 셈이다. 하모유비키는 각종 야채를 넣어 끓인 국물에 장어를 살짝 데쳐서 먹는 게 일품으로, 하모 요리 중에서도 최고의 별미로 꼽힌다.

그 맛은 어떠할까. 장어구이는 부드럽고 고소한 게 특징이다. 반면 하모유비키는 부드러운 듯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참장어 특유의 식감이 살아 있다. 특히 구수한 육즙이 입 안 가득 느껴져서 풍미를 더한다. 데친 하모에 부추와 생양파, 간장을 곁들이자면 장어육즙과 더불어 연신 입 안 가득 맛난 침이 고인다.

바닷장어는 여름에 더 대접을 받는다. 장어가 보양식의 대명사격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더 몸에 좋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더불어 여름철 다른 생선들이 알을 품어 육질이 퍼석해질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장어는 여름철에도 힘이 넘치고 육질도 탄력이 있어 식감 또한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물장어와 달리 개흙 냄새도 나지 않으니 더 선호하게 된다.

여수에서는 '통장어탕'도 별미다. 여수 토박이들은 두툼한 바닷장어를 토막 내 된장을 풀고 시래기, 들깨 가루, 마늘 등과 함께 푹 끓여낸 통장어탕을 보양식으로 즐긴다. 부드러운 육질에 구수한 국물과 시래기의 식감이 일품이다. 특히 장어 뼈와 머리를 오랜 시간 동안 고아 국물도 깊은 맛을 낸다.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도 바닷장어를 즐겨 먹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갯장어, 붕장어가 등장한다. '맛이 달콤하고 짙으며 사람에게 이롭다'고 소개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장어 사랑도 내력이 깊다. 조선 중기의 통신사 종사관 남용익(1628~1692)이 일본에 갔던 차에 남긴 '문견별록'에 "일본인들은 구이를 생선이나 새(鳥)로 하는데, 그중 뱀장어를 제일로 친다"고 적고 있다.

한편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접한 전남 여수는 섬이 많은 곳이다. 무려 317개나 되는 섬을 품고 있다. 거문도, 백도, 사도, 낭도…. 그중 여름 휴가차 호젓한 섬기행을 즐길만한 곳으로 사도를 추천한다.

사도는 '바다 한 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중생대 백악기에 공룡이 살았던 본섬을 중심으로 추도, 중도(간도), 증도(시루섬), 장사도, 나끝, 연목 등 7개의 섬을 아우르는 작지만 큰 섬이다.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사도에서 맛보는 민박집의 소담한 밥상이 그립다. 주는 대로 먹는 식단이지만 어떤 반찬이든 수북이 담아주는 손 큰 아주머니의 훈훈한 인정을 잊을 수가 없다. <문화관광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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