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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골프의 급성장, 한국골프의 미래를 고민할 때다

정현석 기자

입력 2018-08-07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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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골프의 급성장, 한국골프의 미래를 고민할 때다
Winner Georgia Hall of Great Britain (L) hugs runner-up Pornanong Phatlum of Thailand after winning the 2018 Women's British Open Golf Championships at Royal Lytham & St. Annes Golf Club, north west England, on August 5, 2018. / AFP PHOTO / Lindsey PARNABYⓒAFPBBNews = News1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죠."



29년째 최고 권위 무대로 자리잡은 스포츠조선배 전국 중고등학교 학생골프 대회. 올해는 전국에서 총 880명의 학생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정작 대회 담당자는 참가자 수가 한참 때에 비해서 점점 줄고 있다고 걱정 한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체 학생 수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속에 줄어든 학생 만큼 골프 치는 학생도 줄었다.

인구감소. 비단 경제 사회적 문제 만은 아니다. 스포츠 국가 경쟁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골프계에도 향후 심각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미 위기는 감지되고 있다. 태국, 중국 등 상대적 후발 국가들의 추격이 매섭다.

6일(한국시각)끝난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는 태국의 폰아농 펫람이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펫람은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최종 라운드 막판 잉글랜드 신예 조지아 홀(17언더파 271타)에게 2타 차 역전을 허용했다. 한국선수로는 유소연이 개인통산 3번째 우승도전에 나섰지만 트리플보기에 발목이 잡히며 13언더파 275타로 3위에 머물렀다.

'태국골프의 상징' 아리야 주타누간은 4위, 티다파 수완나푸라도 공동 11위에 올랐다. 올시즌 태국은 LPGA 투어에서 총 5승을 기록하며 한국(7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국가다. 세계 랭킹 1위 주타누간 의존도가 높지만 그의 언니 모리야와 수완나푸라도 올시즌 각각 1승씩 거두며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펑산산을 앞세운 중국의 성장세도 눈여겨 볼만 하다. 워낙 잠재 인구가 많은데다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는 기업도 많다. 중국 국내골프시장의 활성화 여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급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앞으로 경제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할거라는 예측에는 인구 통계학적인 근거가 자리잡고 있다. 꾸준하게 성장하는 아시아 인구대국들의 내수 시장과 인적 자원에 대한 기대감이다. 골프를 포함한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 박세리, 박인비, 박성현 등을 배출하며 현존 세계 최고임을 자부하는 한국 여자골프 역시 안심할 수 없다.

LPGA 무대에서 우승소식이 상대적으로 뜸해졌지만 여전히 태극 낭자들은 건재하다. 다만 이들의 현재적 활약이 한국골프의 미래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스타골퍼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이들의 성공을 자신의 꿈에 치환하며 골프에 입문을 한다. 하지만 그 이후의 현실적 문제는 온전히 학부모의 희생으로 귀결된다. 통상 초등학교 3학년 무렵에 입문을 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 연습장과 코치를 갖추고 있는 학교가 제법 있지만 골프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은 거의 없다. 개인 레슨 선생님이 최소 한두명씩 있다. 필수적인 필드 경험과 장비도 다 돈이다. 상대적으로 땅이 좁은 한국은 그린피가 유독 비싸다. 필드와 코칭을 위해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지만 그 역시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다.

"과거에 내가 우리 아이를 데리고 직접 해외에 훈련을 나간적이 있어요. 그런데 준비해간 3000만원이 고작 두 달 만에 없어지더군. 내가 직접 가르쳤기에 망정이지 코치까지 동행했으면 5000만원이 들었을거란 이야기지. 지금도 '아이 골프를 시켜야 하느냐'는 상담을 받으면 이런 반문을 안할 수가 없어. 돈 있어요?라고…" 한 원로 골프지도자의 증언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 양을 컨트롤 할 수 없다면 질을 올리는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협회 차원의 비전과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어느 선수를 얼마만큼 재원을 투입해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키우기로 했다면 치밀한 계획 하에 체계적 지원을 해야 한다. 싹이 보이면 엘리트 집중 교육도 고려해 봐야 한다. 학부모의 희생으로만 점철된 골프강국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인구 감소가 이미 분명한 경고등을 켜고 있다.

교육이 기계적 평등에 치우쳐 이상론으로 흐르면 자칫 공허해 질 수 있다. 그 사이 캥거루 골퍼를 둔 학부모의 삶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사교육에 올인하느라 노후대비를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가정과 흡사하다. 학생 교육도, 노인 복지도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잃는 꼴이다. 골프 뿐 아니라 엘리트 스포츠 전반의 유망주 확보.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이 장기적 관점에서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빠를 수록 좋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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