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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휘슬 잡은 감독들, 그들의 변신은 '무죄'

박상경 기자

입력 2014-07-2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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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 잡은 감독들, 그들의 변신은 '무죄'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임상협이 골을 터뜨린 후 웃옷을 벗는 세리머니를 하자 주심 최용수 감독이 경고를 주고 있다. 이번 '2014 K리그 올스타전'은 올스타전 경기는 K리그 올스타 팀과 박지성이 꾸린 팀의 맞대결로 펼쳐진다. 은퇴한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 이영표 등 스타들은 '팀 박지성'에 포함돼 올스타들에게 맞선다. K리그 구단의 사령탑들이 올스타전의 감독, 코치, 심판으로 활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7.25/

감독과 심판은 '불가근 불가원'이다.



벤치에서 팀을 이끄는 지도자 입장에선 심판 판정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벤치 밖으로 뛰쳐나와 주심과 항의, 언쟁으로 그라운드를 수놓는다. 지도자와 심판은 영원히 가까워 질 수 없는 존재다.

K-리그 지도자들이 심판으로 깜짝 변신했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년 K-리그 올스타전에서 전후반 각각 휘슬과 깃발을 잡았다. 전반전은 하석주 전남 감독이 주심, 조민국 울산 감독과 이상윤 성남 감독대행이 부심으로 나서 '팀 K-리그'와 '팀 박지성'이 수놓은 축제의 40분을 책임졌다.

올스타전에 나선 선수들의 최대 화두는 심판이었다. 벤치에서 판정을 논하던 스승들이 정작 심판복을 입고 어떤 판정을 내릴 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기시작 2분 만에 실체가 드러났다. 부심으로 나선 이 감독대행은 그라운드 반쪽을 나눠 쓰는 부심 자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했다. 조 감독이 책임지고 있는 반대편까지 넘어와 코너킥 지점을 정해주면서 5만 관중들을 실소케 했다. 하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5분 만에 어깨춤에 손을 올리고 '힘들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조 감독은 빠르게 움직이는 수비라인을 따라가지 못해 엉거주춤 그라운드를 걷기에 바빴다.

그래도 판정은 칼 같았다. 전반 26분 '팀 박지성'의 캡틴 박지성이 골문 앞에서 파울을 범했다며 하 감독이 휘슬을 불었다. 박지성의 거친(?) 항의에 하 감독은 가차없이 경고 카드를 꺼내들면서 '귄위'를 과시했다. 전반 30분에는 '팀 K-리그'에게 간접프리킥을 주면서 심판들이 수비벽을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베니싱 스프레이를 꺼내들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후반전에는 모두가 두려워했던 '그'가 나섰다. 전반전 '팀 K-리그'의 코치로 벤치를 지켰던 최용수 서울 감독이 주심으로 나섰다.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을 퇴장시켜 흥행에 찬물을 끼얹겠다. (팀 K-리그의) 황선홍 포항 감독이 항의한다면 가차없이 퇴장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만큼, 화두는 최 감독의 '빨간 카드'에 쏠렸다.

재치가 만발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파울을 범한 '팀 박지성'의 현영민을 불러세웠다. 이어 경고, 퇴장 카드를 두 손에 집어들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는 시늉을 해 상암벌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후반 6분엔 득점에 성공한 뒤 빨랫판 복근을 과시하던 임상협에게 다가가 가차없이 경고 카드를 꺼내들면서 시샘했다. 최 감독은 2012년 올스타전 당시 '뱃살텔리' 세리머니로 큰 웃음을 안긴 바 있다. 후반 중반엔 박지성이 김재성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들어서려 하자 '안된다'고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관중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단순히 주심 역할에 그친 게 아니다. 후반 31분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이 감독대행이 깃발을 들지 않자 스스로 휘슬을 불었다. 그리고 이 감독대행을 향해 '똑바로 하라'는 듯 손짓을 해 또 다시 웃음을 선사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그라운드에서 체력은 바닥을 쳤지만, 별들의 축제를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그라운드 곳곳을 누볐다.

80분의 '일일체험'은 짧지만 강렬했다. 지도자들이 승부의 무거운 짐을 벗고 선사한 올스타전 큰웃음은 축제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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