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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받친 표정으로 이대호 품에 와락’, 고척돔 뒤집어 놓은 8푼 타자의 반란

정재근 기자

입력 2022-08-11 11:36

수정 2022-08-1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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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받친 표정으로 이대호 품에 와락’, 고척돔 뒤집어 놓은 8푼 타자의 …
신용수의 감격한 표정 "대호 행님아 내 치는 거 봤나!"라고 말하는 듯 했다. 고척돔=정재근 기자

누구도 예상 못한 역전 투런포 한 방에 고척돔의 롯데 팬들과 더그아웃이 뒤집어졌다.





타석에서 뛰어나가면서부터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던 타자는 그라운드를 도는 내내 포효했다. 더그아웃의 열렬한 환영 행사가 끝난 후 고개를 들자 거구의 이대호가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신용수가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선발 안우진의 압도적인 구위에 롯데 타자들이 힘 한 번 못 쓰고 7회까지 끌려갔다. 롯데는 돌아온 에이스 스트레일리가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성공적인 복귀 신고식을 치렀지만, 6회 이민석이 1점을 내줬다.

0-1로 뒤진 8회초. 7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삼진 10개의 완벽한 투구를 보여준 안우진에 이어 이승호가 마운드에 올랐다. 대타로 나선 롯데 김민수가 볼넷을 골라내자 정보근이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1사 2루 찬스를 만들었다.

롯데 서튼 감독이 장두성 대신 신용수를 대타로 냈다. 신용수는 2019년 2차 10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한 4년 차 외야수다. 그런데 올 시즌 타율이 8푼3리(24타수 2안타)에 불과했다. 통산 타율은 2할2푼4리. 지난 시즌에는 71경기에 출전해 136타석을 소화했지만 올해는 1군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의아할 수도 있는 대타기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전준우와 안치홍, 이학주, 고승민이 빠졌다. 라인업 꾸리기도 힘든 롯데다. 격리가 해제된 정훈과 정보근이 이날 라인업에 복귀한 게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었다.

어려운 팀 사정 속에서 왼손 투수에 강점이 있는 신용수가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신용수는 이승호의 초구 145km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1루로 달려 나가면서부터 오른팔을 들며 환호하는 신용수의 모습과 침묵에 빠진 키움 더그아웃이 오버랩됐다. 키움의 홈구장이란 사실도 잊어버릴 정도로 흥분한 신용수의 포효는 홈베이스를 밟을 때까지 계속됐다.

더그아웃 동료들의 환영 행사 마지막 순서. 고개를 든 신용수가 두 팔을 벌린 이대호를 향해 그대로 몸을 맡겼다. 그 순간, 신용수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줬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려냈다는 희열과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는 뿌듯함이 넘쳤다.



롯데가 모처럼 흥미진진한 경기를 보여줬다. 스트레일리가 5이닝 무실점으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고, 신용수의 역전 투런포에 이어 이날 복귀한 정훈도 4-1로 달아나는 2점 홈런을 때려냈다. 9회 마무리 최준용이 2실점 하며 역전 위기에 몰렸지만, 김도규가 추가 실점 없이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신용수의 표정을 당분간 잊을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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