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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영원히 함께 하고싶다"던 마차도, 꿈꾸던 '사직 만원 관중' 못보고 떠났다 [SC핫피플]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1-26 17:17

수정 2021-11-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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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영원히 함께 하고싶다"던 마차도, 꿈꾸던 '사직 만원 관중' 못…
마차도가 자신의 SNS 작별인사에 동봉한 스포츠조선의 사진. KBO리그 데뷔 초인 2020년 5월 29일이다. 밝은 미소가 인상적이다.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롯데(자이언츠)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었는데…"



딕슨 마차도(29)에게 롯데가 헤어짐을 고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라지만, 달랑 SNS 한장으로 끝내기엔 아쉬운 감정이 가득하다.

2021시즌 전 만난 마차도는 부산에 다시 돌아온 사실에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마차도는 평소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날은 연신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난 가능하면 롯데에서 은퇴하고 싶다. 롯데가 원한다면 은퇴 후에도 롯데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이제 부산은 내겐 고향 같은 곳"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롯데는 마차도를 더이상 원하지 않았다. 마차도의 공격력은 지난 시즌 대비 현저하게 떨어졌다. 홈런(12→5) 타점(67→58) 장타율(0.422→0.361) 등 출루율을 제외한 타격 전부문에 아쉬움이 있었다.

수비는 여전히 뛰어났지만, 지난해처럼 '환상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시즌중 래리 서튼 감독도 "올시즌 마차도의 수비는 충분히 훌륭하다. 지난 시즌 마차도의 모습이 너무 대단했을 뿐"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단순히 실책 개수(10→11)를 넘어 평범한 땅볼을 흘리는 등 본적 없는 실수들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평소같지 않았던 스프링캠프가 있었다 해도, 프로는 변명이 없는 법이다.

그렇다 해도 롯데가 마차도를 보내는 방식은 의문이다. 롯데는 25일 보류선수 명단에서 마차도를 제외했고, 26일 구단 공식 SNS에 앤더슨 프랑코와 묶어 "내년 선수단 구성을 진행하며 마차도, 프랑코와 이별을 택하게 됐다. 그동안 헌신해준 마차도와 프랑코에게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행운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단 두줄의 인사말로 작별을 고했다.

마차도는 시즌이 종료된 후에도 한국에 일주일 가량 머물렀다. 물론 롯데와의 이별이 결정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롯데가 마차도를 플랜B로 놓아둔 채 다른 외국인 타자의 영입에 주력한 것은 사실이다. 아마 마차도도 자신이 유튜브 영상 속에서만 접했던 '사직 3만 관중'의 합창을 볼 수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롯데 구단은 1년밖에 뛰지않은, 성실하지만 부진했던 프랑코와 함께 편집된 사진 한장으로 이별을 고했다. 마차도와의 사전 인터뷰는 커녕 이별을 알리는 보도자료조차 배포하지 않았다. '무성의하다'는 말을 들어도 할말이 없다.

제이미 로맥을 떠나보내는 SSG 랜더스의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SSG는 로맥의 출국에 앞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고, 이밖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로맥을 전송했다.

물론 로맥과 마차도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로맥은 KBO리그에서 5년이나 뛴 선수이고,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마차도는 2년밖에 뛰지 않았고, 은퇴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롯데를 향한 애정만큼은 진심이었던, 적어도 지난 2년간 가장 필요한 역할을 해준 외인이었다. 팬들의 사랑도 각별했다. 오히려 롯데를 향한 마차도의 작별인사가 그 애정만큼이나 훨씬 길고 절절했다.

마차도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2년은 나와 내 가족에게 놀라운 경험이었다. 롯데와 모든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여러분을 사랑한 첫날부터 (부산을)고향처럼 느끼게 해주는 모든 팀동료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2년간 만난 모든 사람들과의 우정이 정말 그리울 것 같다. 난 언제나 롯데와 영원히 함께 하길 바랬다. 하지만 신은 더 좋은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고맙다"며 아쉬운 속내도 전했다. KBO리그 시절 자신, 그리고 롯데 동료들(코치진 포함)과 함께 하는 모습이 담긴 7장의 사진도 동봉했다. 최근 사진 몇장을 적당히 고른게 아니라 한국에 온 초창기부터 다양한 시기에 걸친, 고르고 고른 티가 나는 사진들이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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