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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의리 보기 민망해서..." 잃어버린 불방망이 부랴부랴 찾아낸 호랑이 형들 [챔필스토리]

정재근 기자

입력 2021-04-16 09:22

수정 2021-04-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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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의리 보기 민망해서..." 잃어버린 불방망이 부랴부랴 찾아낸 호랑…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막내 이의리와 김진욱. KIA 형님들이 더 힘을 냈다.[광주=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막내 앞에서 형들이 얼굴을 못 들고 다닐 뻔했다. 며칠 전부터 관심이 집중된 경기다. 신인왕 유력 후보인 KIA 이의리와 롯데 김진욱의 선발 맞대결이다. 35년 전 벌어진 박노준 김건우의 신인 맞대결까지 소환될 정도로 흥미진진한 빅매치였다.





막내의 전국 1등을 위해서라면 형들이 뭔들 못 해줄까? 전날 12회 연장전 승리의 주인공 최원준은 "몸에 3번 맞고라도 출루하겠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너무 소문난 잔치였다. 이의리와 김진욱 모두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두 선수 모두 제구에 애를 먹었다. 1회와 2회는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3회가 문제였다.

이의리가 먼저 위기를 맞았다. 롯데 추재현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견제구로 잡아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도와주겠단 형들이 실수부터 했다. 견제구를 받은 터커가 2루 악송구를 범했다. 막내는 흔들렸다. 안치홍에게 볼넷, 손아섭 전준우의 적시타, 마차도의 희생플라이로 3점을 먼저 내주고 말았다.

형들 체면이 말이 아니다. 다행히 곧바로 만회할 기회가 왔다. 3회말 제구가 흔들린 김진욱이 볼넷 두 개로 2사 1, 2루의 찬스를 만들어줬다. 최근 3경기 무안타로 침묵하던 최형우가 타석에 섰다.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은 2구 째 낙차 큰 커브에 헛스윙. 불안하다. 그런데 김진욱이 스스로 흔들렸다. 홈플레이트 한 참 앞에서 바운드되는 폭투를 던지고 말았다. 주자는 2, 3루. 최형우의 방망이가 드디어 폭발했다. 좌중간으로 뻗어 나가는 2타점 적시타. KIA가 한 점 차로 따라붙었다.



이의리가 다시 힘을 냈다. 3회까지 이미 72개의 공을 던졌지만 4회초 지시완 추재현 안치홍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형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4회말 2사 1, 2루. "몸에 맞고라도 나가겠다"던 최원준이 동점 적시타를 치며 김진욱을 강판시켰다. KIA의 빅이닝이 시작됐다. 바뀐 투수 박진형을 상대로 4점을 더 뽑았다. 이의리를 울렸던 터커도 2타점 적시타로 수비실책을 만회했다. 점수는 단숨에 7-3으로 역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이의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집 나갔던 KIA의 불방망이가 돌아왔다. KIA는 이날 경기에서 선발 전원 안타에 시즌 첫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최형우와 최원준이 3타수 2안타 2타점 2볼넷으로 나란히 부활했다. 불안한 1루수비로 애먹는 터커도 45타석 만에 첫 타점을 올렸다. 나지완 역시 1타점 2루타로 제 몫을 했다.



5회부터 가동된 KIA 불펜진도 힘을 냈다. 서덕원 남재현 박준표가 이어 던지며 롯데 강타선을 단 1실점으로 막아냈다. 시즌 개막 후 계속 부진했던 박준표도 무실점으로 선방했다. 서덕원이 1⅓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데뷔 첫 승리 투수가 됐다.



10대5로 승리한 기아는 기분 좋은 위닝시리즈로 롯데와의 3연전을 마무리했다. 특급 신인 이의리 김진욱의 맞대결에서 거둔 승리라 더 짜릿했던 승부였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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