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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시선]고졸 신인에 2루도 못 밟은 삼성 타선, '상황 배팅+볼카운트 싸움'이 필요하다

정현석 기자

입력 2020-05-2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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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신인에 2루도 못 밟은 삼성 타선, '상황 배팅+볼카운트 싸움'이 …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LG 삼성 경기 2회말 이학주 1루 견재구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2020년 5월 21일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타선의 초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뚜렷한 해결사가 없다 보니 득점력이 빈곤하다.



김상수 김동엽 구자욱의 상위타선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만 주자를 불러들이는 과정이 힘겹다. 4번 이원석도 5번 이학주도 조금은 낯 선 중심 타선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외인 타자 살라디노는 아직은 적응이 필요한 상황. 그렇다고 하위타선에서의 깜짝 활약도 현재로선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낯선 신인급 투수들에게 잇달아 승리를 헌납하고 있다. 21일 대구 LG전에서는 2군에서 올라와 첫 선발 등판한 고졸 신인 이민호에게 5⅓이닝 1안타 무득점으로 눌리며 데뷔 첫 승을 선사했다. 고졸 신인에게 패한 것이 KT 소형준에 이어 올 시즌만 두번째다.

구성상 파괴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민호 김윤식 정우영 이상규 등 LG 신인급 투수들을 상대로 2루 조차 못 밟으며 0대2 영봉패를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타격 사이클의 문제라고 이야기 하기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일시적으로 집단 슬럼프에 빠질 수는 있지만 조직적이지 못한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매 타석마다 똑같이 공만 보고 세게 치는 정공법 만이 공격의 전부는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는 배팅과 적극적인 볼카운트 싸움, 신경 쓰이게 하는 기민한 주루플레이로 상대 투수를 궁지에 몰아넣는 다양한 루트의 공격력 부재가 아쉽다.

이닝 선두 타자와 찬스에 나서는 타자는 대응이 달라야 한다. 상대 투수의 구위와 심리, 경기 흐름, 직전 타자와의 승부 등이 대기 타석에서 머리 속에 미리 정리돼야 할 요소들이다.

삼성은 21일 현재 팀 타율(0.224))과 출루율(0.296), 장타율(0.336) 등 대부분의 타격지표가 리그 최하위다. 정공법 만으로는 득점에 한계가 있다. 빠른 타자가 많은 편이지만 상대 투수는 삼성의 적극적 뛰는 야구를 미리 알고 집요하게 경계를 한다. 최근 공격 흐름을 끊는 견제사를 많이 당하면서 장점인 기동력 마저 살짝 위축되고 있다.

삼성 라인업이 파워풀 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베테랑도 많고, 막힌 경기 흐름을 풀어줄 능력자들도 많다.

21일 LG전 선발 이민호는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다. 긴장될 수 밖에 없는 어린 투수의 살얼음판 심리를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효과적인 볼카운트 싸움과 투수의 신경을 분산시키는 주루플레이로 불안한 마음을 흔들었어야 했다. 가뜩이나 이민호는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 16일 퓨처스리그 두산전에서 3이닝 동안 볼넷을 5개나 허용했던 터.

경기 전 LG 류중일 감독도 이민호의 첫 등판에 큰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류 감독은 "승리에 집착하지 말고 편하게 던졌으면 좋겠다. 나도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볼 생각"이라고 했다. 조기 강판에 대비한 플랜도 미리 세워뒀다.

하지만 정작 삼성 타선은 이민호의 생각보다 강한 구위에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날 이민호의 공은 위력적이긴 했지만 순간 순간 힘이 들어가 어깨가 열리면서 공이 날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초반에는 커브 제구도 원활하지 않았다. 패스트볼과 커터 등 속구에 타이밍을 맞춰 볼카운트 싸움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삼성 타선이 경기 초반 이민호를 적극적으로 압박했다면 어린 고졸 투수는 자멸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나마 2,3회 선두 타자 이학주와 강민호가 각각 7구씩 끈질긴 승부를 펼쳤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무사에 볼넷으로 출루한 이학주는 견제사, 강민호는 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0-2로 뒤지던 3회말 2사 후 김상수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한 직후도 아쉬웠다. 김동엽은 현재 삼성 타선에서 가장 파워가 있고, 해결 가능성이 높은 타자. 스트레이트 볼넷 직후 볼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초구를 노려볼 만 했다. 실제 초구에 146㎞ 패스트볼이 한 가운데로 들어왔지만 김동엽은 칠 의사가 없었다. 2구째 바깥쪽 코너에 제구된 슬라이더를 당겨 땅볼 범타에 그쳤다. 고졸 신인 투수의 불안한 심리를 활용하지 못한 아쉬운 순간이었다.

결국 삼성이 효과적인 공략에 실패하면서 이민호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데뷔 첫 승을 따냈다. 83구 만에 5이닝을 채우며 데뷔 첫 승리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삼성 타선도 계속 부진할 리는 없다. 상승세도 계속될 수 없다.

다만, 컨디션을 떠나 '상황에 맞는 타격+적극적인 볼카운트 싸움' 만은 시즌 내내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숙원인 가을야구를 향한 길이 열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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