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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포커스] 'FAN First' 야구의 날, '팬이 먼저다'

송정헌 기자

입력 2019-08-2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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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N First' 야구의 날, '팬이 먼저다'
2019 KBO 올스타전에서 올스타 선수들이 팬과 함께하는 사인회를 가졌다. 강백호,박민우, 린드블럼, 구자욱, 김현수, 김광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인천 SK 와이번스는 2019시즌 KBO리그 1위를 질주 중이다. SK는 야구보다 팬 서비스를 더 잘하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2000년 창단한 SK는 창단 초기부터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합친 '스포테인먼트'를 구단의 슬로건으로 정하고 야구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야구를 펼쳐왔다. SK는 '엘롯기'처럼 많은 팬들을 보유한 인기 구단은 아니지만 팬 서비스만큼은 상위 구단이라 자부한다. SK의 스포츠마케팅은 팬 중심으로 이뤄진다. 토요일 홈경기 때마다 불꽃축제가 열리며, 금요일 밤 SK행복드림구장은 불금파티 클럽으로 변신한다. 감독, 코치를 포함해 모든 선수단은 팬들과 공약을 정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한 야구를 펼친다.



경기 전 사인회는 물론이고, 경기를 펼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온 선수들도 팬들에게 먼저 사인을 해주고 나서 경기에 임할 정도다. 이름도 모를 연예인들의 마구잡이 시구 행사도 없다. SK는 팬들과 지역 사회 시민들이 직접 그라운드에 나서 시구를 펼칠 기회를 부여한다. 경기를 앞두고 시합에 신경을 써야 할 감독도 경기 전 직접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팬 퍼스트' 야구를 직접 실행한다.

SK 선수들은 사인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수많은 팬 이벤트 가운데 사인은 하나일 뿐이다. 사실 선수들 개개인에 따라 숫기 없는 내성적인 선수들은 다가오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사인은 팬들과 소통하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야구만 잘하면 그뿐이다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야구팬을 위한 서비스는 아껴서는 안된다.

23일 오늘은 '야구의 날'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온 국민이 열광한 2008년 8월 23일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지정하고 축하한다. 요즘 일부 유명 선수들이 사인을 피한다는 이유로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당사자 본인들의 남모를 속사정도 있겠지만, 천정부지 높아만 가는 선수들의 몸값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지는 팬서비스는 불만족스럽다.

야구인들은 올 시즌 KBO리그가 위기라고 말한다. 관중 감소, 떨어진 경기력, 인기 구단의 성적 저하 등등. 모두들 야구를 걱정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2000년 초반 프로야구는 암흑기였다. 하지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프로야구 인기는 다시 살아났다. 남녀노소 수많은 야구팬들이 프로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프로야구는 또다시 전성기를 누렸다. 2007년 이후 프로야구는 10여 년간 승승장구했다. 관중 흥행 곡선은 계속 상승했으며 800만 관중 시대까지 열었다. 하지만,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각종 악재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며 야구팬들을 실망시켰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실망하는 팬들이 늘어났다. 높아진 야구선수들의 위상만큼 팬들은 보상받지 못했다. 선수들은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2007년 5월 26일, 문학야구장에서 당시 SK 와이번스 이만수 코치가 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팬티 바람으로 그라운드를 달렸다. 만원 관중이 되면 팬티만 입고 달리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프로야구 흥행을 위한 퍼포먼스였다.

2019년 현재, 팬들을 위해 팬티만 입고 그라운드를 달릴 수 있는 야구인이 있을까?

2000년대 프로야구 암흑기는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야구의 날' 자존심보다 팬을 먼저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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