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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에서 계속 던져도 되나?" 불안감 완전 소멸, 페디 완투에 준하는 역투로 이젠 에이스 대접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4-29 16:15

수정 2024-04-3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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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에서 계속 던져도 되나?" 불안감 완전 소멸, 페디 완투에 준하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에릭 페디가 29일(한국시각)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에서 9회 1사후 1실점한 뒤 교체돼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에단 카츠 투수코치의 격려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KBO 용병 출신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메릴 켈리다.



켈리는 2015~2018년까지 SK 와이번스에서 4년 동안 119경기, 729⅔이닝을 던져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한 뒤 애리조나 다이아몬백스에 입단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켈리는 한국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뒤 빅리그에서도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우뚝 서며 KBO '역수출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SK 입단 당시 26세였던 그는 30세가 되던 2019년 4월 2일(이하 한국시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러 6이닝 5안타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안았다.

켈리는 한국에서 커터를 주무기로 장착해 미국으로 건너가 첫 시즌 13승14패, 평균자책점 4.42를 올리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2022년 33경기에 등판해 200⅓이닝을 던져 13승8패, 평균자책점 3.37, 177탈삼진으로 에이스급으로 성장한 뒤 2023년 30경기에서 12승8패, 평균자책점 3.29, 187탈삼진을 마크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올시즌에도 지난 24일 어깨 문제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 전 4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2.19로 호투를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켈리가 이탈한 뒤 또 한 명의 KBO 출신 투수가 각광받고 있다. 바로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20승을 올리며 MVP에 등극한 우완 에릭 페디다. 그는 지난 겨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달러에 계약하고 빅리그에 복귀했다.

켈리와 달리 페디는 메이저리그 경력을 안고 한국에 왔다가 한 시즌 만에 돌아갔다. 경우는 다르지만, KBO에서 새 무기를 장착했다는 점은 켈리와 비슷하다. 페디는 지난해 NC에서 스위퍼를 앞세워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다.

페디는 2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개런티드 레이트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8⅓이닝 동안 7안타를 내주고 9탈삼진 2실점의 눈부신 피칭을 펼치며 4대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2승에 평균자책점은 2.60으로 낮췄다. 페디가 8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빅리그 처음이다.

올시즌 6경기에서 34⅔이닝 동안 9볼넷, 39탈삼진을 기록 중이니, 굳이 켈리의 2019년 첫 6경기와 비교하면 페디가 훨씬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켈리는 2019년 첫 6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3.60, 14볼넷, 29탈삼진을 기록했다.

이날 페디는 108개의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 72개를 꽂았다.

스위퍼를 전체의 48%인 52개를 던졌고, 싱커 25개, 커터 24개, 스플리터 7개를 각각 섞었다. 싱커 구속은 최고 94.7마일, 평균 93.3마일로 평소와 비슷했다. 스위퍼는 최고 84.9마일, 평균 83.1마일을 나타냈다.

페디는 빅리그 첫 완투도 노려볼 수 있었지만, 4-1로 앞선 9회초 1사후 이삭 파레데스에 우전안타, 해롤드 라미레스에 중월 2루타를 맞고 1실점하면서 결국 교체됐다. 페디는 1만2669명의 홈팬들이 기립박수를 받으며 성큼성큼 마운드를 내려갔다.

페드로 그리폴 화이트삭스 감독은 경기 후 "난 페디가 완투를 하기를 바랐다. 우리 모두 그가 완투를 해줬으면 하고 있었다"고 했다.

페디는 "경기를 내가 끝내기를 간절히 소망했지만, (교체를)받아들여야 했다"며 활짝 웃었다.

페디는 직전 등판인 지난 24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동안 커리어 하이인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3안타 1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컨디션을 끌어올린 바 있다. 당시에도 볼넷을 내주지 않았는데, 이날도 32명의 타자 중 프리패스는 나오지 않았다. 2경기 연속 무4사구 경기를 펼친 것이다.

MLB.com은 이날 '새로 등장한 에이스가 스윕을 완성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7~2022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페디는 작년 KBO에서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의 압도적인 모습을 통해 자신의 마음가짐과 레퍼토리를 가다듬었다. 2년 1500만달러에 계약하고 메이저리그로 돌아와서 새로운 모습이 효과를 내고 있을 것일까? 지금까지는 예스(yes)라고 답할 수 있다'고 논평했다.

페디는 "항상 머릿 속에서 '내가 계속 빅리그에서 던질 수 있을까?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지금의 나는 다른 선수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몇 년 전을 되돌아 봤을 때 두 자릿수 탈삼진을 올리고 경기 막판까지 던질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난 그냥 웃음만 지어보였을 것이다. 완투는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다. 완투를 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오늘을 계기로 계속 나아가고 싶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페디를 앞세워 탬파베이와의 이번 홈 3연전을 모두 이긴 화이트삭스(6승22패) 시즌 초 악몽에서 빠른 속도로 탈출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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