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빅리그 첫 해부터 KBO리그 홈런왕의 위용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그는 4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시즌 7호 홈런을 터뜨렸다. 3-6으로 뒤진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휴스턴 선발 콜린 맥휴의 7구째 시속 146㎞ 직구를 밀어쳤다. 비거리는 397피트(121m). 오른쪽 외야 스탠드 2층에 꽂히는 큼지막한 대포였다.
맥휴가 던진 직구는 거의 완벽했다. 홈플레이트 바깥쪽 낮은 코스로 흠잡을 데 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박병호가 그 공을 때렸다. 높은 공이 아니었기에 현지 해설진은 물론, 상대팀 선수들도 놀랄 수밖에 없는 힘과 기술이었다. 미네소타 지역지 '파이오니어 프레스'도 "지난 6경기에서 박병호가 3개의 홈런을 쳤다. 이런 추세라면 올 시즌 42홈런을 기록, 1963년 지미 홀이 세운 미네소타 신인의 홈런 기록 33개를 쉽게 넘어설 것"이라고 경기 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아니, 특유의 몰아치기를 선보인다면 50홈런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더 이상 박병호가 방망이를 던지는 모습을 접할 수 없다. 지난달 9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쳤을 때도, 이날 맥휴의 직구를 밀어친 뒤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메이저리그 문화를 존중하고 있다는 의지의 차원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동작을 억누르면서까지 연습을 한 그의 노력. 부상 방지를 위해 코어 근육을 키우고 유연성 운동을 한 그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