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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이 새겨야 할 말 '설마가 사람잡는다.'

권인하 기자

입력 2014-07-30 09:16

대표팀이 새겨야 할 말 '설마가 사람잡는다.'
한국은 지난해 WBC에서 대만에 이겼으나 네덜란드에 패하는 바람에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한국 야구대표팀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마음속에 새겨야할 속담이 있다. '설마가 사람잡는다'라는 말이다.



이번에 뽑힌 24명의 선수 중 군 미필자가 13명으로 많다. 대표팀 승선의 가능성이 높았던 선수들이 빠지면서 미필자가 기존 예상보다 늘었다. 분명 팬들이 바랐던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필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속팀에선 모두 주축 선수로 뛰고 있고 성적도 좋다. 그래도 국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아 기대만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크게 우려하지 않는 시각도 분명히 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일본은 프로가 아닌 사회인 야구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선 프로에 진출할 선수들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그만큼 실력차가 분명히 있다. 즉 사실상 한국과 금메달을 놓고 다툴 국가는 대만 하나 뿐이다. 그런데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시기상 해외 진출 선수들이 뛰는 것이 사실상 힘들어 국내 선수 위주로 구성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전력이 최강이 아니지만 대만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한국 선수들이 자주 경기를 했던 문학구장에서 열린다. 개최국인만큼 홈어드밴티지가 어느 정도는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을 놓아서는 절대 안된다. 한국은 설마한 순간 그대로 치욕의 구렁텅이로 떨어졌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시 한국은 대만에 2대4로 패한데 이어 사회인 야구팀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게마저 7대10으로 역전패하며 아쉬운 동메달에 그쳤다. 그때 22명의 대표선수 중 무려 14명이 군 미필 선수였다. 당시 분위기는 미필 선수들이 많아도 충분히 대만을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전 국제대회에서 계속 대만을 이긴 탓에 대만을 어느새 아래로 보는 경향이 생겼다. 그러한 안심이 결국 도하 참사를 만들어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군 미필자가 11명이나 됐지만 사실상 최강의 전력을 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하 참사를 다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컸고 그래서 마운드에서 당시 좋은 활약을 했던 류현진 윤석민 양현종 봉중근 등 에이스급 투수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메이저리거 추신수에 이대호 김태균 등 대표 타자들이 대부분 포함된 타선 역시 좋았다. 예선전서 대만에 6대1의 승리를 거둔 한국은 결승에서 다시 맞붙어 강정호의 홈런 2개 등으로 9대3의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지난해 WBC에서 한국은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을 해 우승이란 목표를 내걸고 힘차게 출발했지만 네덜란드에 어이없이 패하며 결국 2라운드행 비행기가 아닌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류현진이 빠졌고, 추신수도 없었다. 시즌전에 열리는 대회라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선수 교체가 많았다. '그래도 2라운드는 가겠지'라는 의식이 팽배했고, 그것이 네덜란드에 패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이번 대표팀에 뽑힌 군미필 선수들이 대부분 입대를 앞둔 선수들이라는 점은 그나마 이러한 안일함에 대한 걱정은 덜게 한다. 이들에겐 '다음 기회는 없다'는 절실함이 있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병역 혜택이라는 선물이 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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