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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감독'은 왜 참지 못했을까? 강력 어필 후 인생 첫 퇴장, 선수들 억울함 대신 풀고 챙긴 승리[인천현장]

송정헌 기자

입력 2024-01-0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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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감독'은 왜 참지 못했을까? 강력 어필 후 인생 첫 퇴장, 선수…
1월 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경기가 열렸다.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이 4세트 도중 심판 판정에 어필 후 퇴장 당했다.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권영민 감독.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1.01/

[인천=스포츠조선 송정헌 기자] 4세트 결정적인 순간 비디오판독이 이어졌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순둥이 감독은 분노를 표출하고 퇴장당했으나 각성한 선수들은 5세트 접전 끝에 결국 승리를 챙겼다.



2024년 1월 1일 새해 첫날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경기가 열렸다. 원정팀 한국전력은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로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한국전력은 홈팀 대한항공을 상대로 1세트를 내줬으나 2세트와 3세트를 따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한국전력은 4세트에서도 초반 대한항공의 기세를 꺾으며 점수 차를 벌려갔으나 14대 10에서 17대 16으로 추격을 허용했다.

한국전력이 한 점 차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애매한 상황이 발생했다. 대한항공 한선수가 코트 끝으로 길게 서브를 넣었다. 수비를 하던 한국전력 서재덕은 팔을 뻗어 볼을 잡으려다 팔을 내지 않고 멈춰섰다. 한선수의 서브는 코트 밖으로 떨어졌지만, 주심은 한국전력 서재덕이 내민 팔에 맞았기에 대한항공의 서브 득점으로 판정했다.

터치아웃 판정 후 서재덕과 권영민 감독은 볼이 맞지 않았다며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한참 동안 이어진 비디오판독 결과는 비디오판독 불가 판정. 중계카메라에는 볼이 서재덕 팔에 스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계속된 리플레이에도 터치, 노터치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비디오판독 후에도 판정이 번복되지 않자 점수는 17-17로 동점이 됐다. 한국전력은 한선수의 서브가 아웃되며 18-16으로 도망갈 수 있는 상황에서 아쉬운 판정 결과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권영민 감독은 경기위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거세게 항의를 했다. 경기위원들이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는 책상까지 다가가 항의를 이어갔다. 권 감독의 격한 항의가 멈추질 않자 주심은 결국 엘로우카드와 레드카드를 동시에 들어 보이며 세트 퇴장을 명령했다.



한국전력 선수들은 아쉬운 판정에 동점을 허용하고 감독까지 퇴장당하자 결국 4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5세트 시작과 함께 다시 돌아온 권영민 감독은 대한항공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15-13으로 승리하며 기나긴 승부를 승리로 마쳤다.

권영민 감독은 선수 생활까지 통털어 생애 첫 퇴장까지 당했지만 승리와 함께 원정에서 짜릿한 승점 2점을 올릴 수 있었다.

'순둥이' 권 감독은 왜 이렇게 흥분했을까? 4세트 그 상황에서 한국전력 선수들은 판정을 이해할 수 없어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감독까지 판정을 어필하지 않고 넘어갔더라면 선수들은 그 억울함이 머릿속에 계속 남았을 것이다.

선수들을 이끄는 감독은 선수들의 억울한 마음을 대신 풀어주어야 한다.

순둥이 감독이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봤더라면 선수들은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을까?

그 상황 이후 한국전력이 패배까지 당했다면 후유증은 더욱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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