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절대자' 이강인+'밸런스' 이재성+'투박' 조규성, 답은 '손톱'

박찬준 기자

입력 2024-01-18 09:14

more
'절대자' 이강인+'밸런스' 이재성+'투박' 조규성, 답은 '손톱'
도하(카타르)=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1.15/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흥민 활용법, 답은 '손톱'이다.



한국은 15일(한국시각) 열린 바레인과의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서 멀티골을 터뜨린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원맨쇼를 앞세워 3대1 승리했다. 승리했지만, 여러 과제들이 눈에 띄었다. 대회 전부터 약점으로 지적된 왼쪽 풀백 이기제(수원 삼성)가 결국 문제를 드러냈고, '김민재 파트너' 정승현(울산 HD)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부진했다.

바레인전에서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선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세부 기록을 보면,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57번의 볼터치를 하는 동안 패스 성공률은 79%(39번 시도, 31번 성공)에 그쳤다. 슈팅은 2번, 그 중 유효슈팅은 1번이었고, 키패스도 1번 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드리블 성공도 두 번 뿐이었다. 크로스, 롱볼은 성공은 커녕 시도 조차 하지 못했다.

구조적인 문제가 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줄곧 손흥민을 '센트럴 손'으로 활용했다. '10번(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포진시켜, 공격 전반에 관여하게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왼쪽 날개로 주로 나섰던 손흥민은 클린스만 체제에서는 훨씬 넓은 활동 반경 속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때로는 '8번(중앙 미드필더)'처럼 움직이며 공격을 조립하는가 하면, 때로는 '9번(스트라이커)' 자리까지 올라갔다.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으며 맹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은 최근 A매치 5경기에서 4골-2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바레인전은 달랐다. 비슷한 역할을 부여 받았지만, 날카롭지 못했다. 이강인의 존재감이 컸다. 한국은 손흥민이 하던 역할의 상당 부분을 이강인에게 맡겼다. 이강인은 직접 볼을 운반하거나, 아니면 볼을 돌렸고, 필요하면 직접 마무리도 했다. 이강인은 오른쪽에 주로 자리했지만, 중앙으로 이동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당연히 2선 자리에서 손흥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았다. 행동 반경이 이강인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 왼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현재 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손흥민의 역할은 이강인을 위한 미끼 정도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창을 이렇게 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큰 낭비다.

그래서 거론되는 것이 손흥민을 최전방에 기용하는 '손톱' 카드다. 이미 손톱은 위력을 발휘했다. 경기 내내 부진했던 손흥민은 후반 27분 교체된 조규성(미트윌란)을 대신해 최전방으로 올라가자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상대 뒷공간을 노리며 좋은 기회를 수차례 만들었다. 특히 이강인과의 시너지가 빛을 발했다. 손흥민은 패스 센스가 탁월한 이강인의 킬패스를 받아 두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마무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림 자체는 완성도가 높았다.

'손톱'이 주는 효과는 여러가지다. 일단 이재성(마인츠)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코리안가이' 황희찬(울버햄턴)이 부상에서 돌아올 경우, 바레인전에서 왼쪽 날개로 뛰었던 이재성은 다시 벤치로 돌아가야 한다. 헌신적이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자랑하는 이재성은 공격적인 클린스만호의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는 선수다.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올라갈 경우, 2선에 한 자리가 남게되고, 그 자리를 이재성이 채울 수 있다.

투박한 조규성을 대신할 수 있다. 조규성은 바레인전에서 포스트 플레이와 오프더볼 움직임을 보였지만, 볼터치가 투박했다. 강호를 상대로는 조규성의 저돌적이고, 스케일이 큰 움직임, 그리고 높이가 효율적일 수 있지만, 밀집수비를 상대로는 섬세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클린스만호는 이강인 중심의 공격 작업을 진행하며 크로스 보다 스루패스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토트넘과 비슷한 환경으로 손흥민은 이런 상황에서 전반기에만 12골을 넣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