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 멤버 지윤서, 박지후, 이정현, 유승언, 케이타, 문정현, 박한빈(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 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곪은 상처를 잘못 만지면 더 쓰라리면서 덧이 나기 십상이다. 그러나 상처 부위를 잘 처치하고 보살피면, 아물면서 마침내 새살이 돋게 된다. 그룹 이븐이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플래닛'을 통한 데뷔 실패로 상처를 입었지만, 똘똘 뭉쳐 실력을 갈고닦으면서 더 단단해진 모양새다.
이븐은 지난 22일 두 번째 미니 앨범 '언: 신'을 발표, 컴백 활동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9월 발표한 데뷔 앨범 '타깃: 미'에 이어 약 4개월 만에 발표하는 이번 앨범 '언: 신'을 통해서도 '악동'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눈길을 끈다. 다만 전작과 신보의 '악동' 콘셉트가 달라, 그 차별점에 시선이 모인다.
'타깃: 미'로는 와일드하지만 세상을 주체적으로 변화시키는 매력적인 악동으로 상처 따위 모르는 모습을 보여준 바다. 하지만 누구나 거으로 드러나지 않은 뒷이야기와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터, 이븐은 '언: 신'으로 상처를 입었지만 그런 거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지윤서는 "첫 앨범에서 악동 콘셉트를 잡고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세상을 주체적으로 바꾸자 하는 악동들이었다. 우리는 우리 것을 하고자 했다. 이번 앨범에는 내면의 상처나 한 번도 보여드린 적 없는 악동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는 내면의 모습까지 사랑하고 강인해지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타이틀곡 '어글리'를 통해서도 다소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는 단어 역시 내 모습이라며 거침없고 유쾌하게 표현한다. 박지후는 "'어글리'라는 제목만 들었을 때 부정적일 수 있는데, 내포된 뜻은 내면의 상처도 개의치 않게 받아들이는 의미다"라고 소개했다.
장난기 많은 악동에서 시련과 상처를 겪으면서 한층 더 성숙, 진취적으로 세상을 바꾸며 앞으로 나가겠다는 이븐의 의지가 보인다. 이번 앨범 콘셉트가 콘셉트인 만큼, 멤버들에게는 개인적으로 어떤 시련과 상처가 성장의 계기가 됐을지에도 궁금증이 생긴다. 이에 멤버들은 이븐이 엠넷 '보이즈플래닛'을 통해 파생된 그룹이라는 점을 짚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최종 데뷔조에 들지는 못했지만, 이븐으로 다시 뭉쳐 데뷔할 수 있었다는 것.
"저희는 '보이즈플래닛'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진 멤버들이다"라고 입을 연 지윤서는 "아쉽게 프로그램을 통해서 데뷔하지는 못했지만, 이븐으로 나오게 됐다. 데뷔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고, 여러 상황이 있었고, 순탄치 않았다. 많은 과정에서 있었던 힘들었던 시간들과 그 상처들이 곡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그래도 그 상처들과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더 단단해졌고, 그런 부분마저도 사랑한다. 이번 앨범에 저희는 더 단단해져서 빛나리라는 것을 담아냈다"고 답했다.
유승언 역시 "방송이 끝났을 당시는 데뷔하지 못해 아쉽게 느껴지지도 했다. '언제 다시 데뷔할 수 있을까, 언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게 상처였다. 지금은 이븐 멤버들과 함께 좋은 팀을 꾸렸고 멋진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상처가 생각나지 않는다. 앞으로 언더독의 마음으로 더욱더 열심히 하고, 신의의 패기로 열과 성을 다할 것이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미래가 기대되는 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유승언이 언급한 '언더독'에 대해 지윤서는 "처음 데뷔하기 전에,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님과 미팅했는데, 대표님이 '너네는 언더독이다. 겸손하되, 활활 타오르게 가라'고 하셨다"고 거들었다.
이어 언더독 관련 책까지 읽었다는 박지후는 "'언더독 마인드'라는 책이었는데, 거기서 나온 말 하나가 '의아한 것은 그들의 몫'이라는 것이었다. 그걸 보면서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소속사가 다 다른 일곱 명이 어떻게 똘똘 뭉쳐 팀워크를 다졌는지에도 얘기를 들려줬다. 박지후는 "'보이즈플래닛' 촬영할 때부터 숙소생활도 하고 얘기도 많이 해서, 일부러 맞추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서로 너무 배려도 잘 한다. 연습할 때도 한 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해서 더 멋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문정현은 "형동생이지만, 모두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것이 저희 팀 강점이다. 시너지가 돼서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다. 연습할 때도 평소에도 친하게 지낸다"라고 자랑했다.
'보이즈플래닛'으로 인연을 맺은 이븐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기에 갖는 강점도 있다고. 지윤서는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그램을 하는 건데, 먼저 무대도 경험하고, 단체생활이라는 곳에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게 되고, 연습하는 과정도 미리 겪게 됐다. 팀워크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고, 실력 적인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감정적인 부분인데, 프로그램 나오기 전까지는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몰랐다. 많은 소년을 만나고 같이 땀 흘리고 한 가지 목표만 보면서 달려가다 보니 동기부여도 됐고 힘도 많이 얻었다"고 털어놨다.
박한빈도 "서바이벌은 무대 설 때 라이브로 진행하니, 라이브 잘해야 한다. 무대를 서는 경험이 많다 보니, 무대 위에서 신인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고 자부했다.
올해를 미니 2집 활동으로 시작하게 된 이븐이 2024년에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먼저 수치적인 성과로는 유승언이 "팬들과 함께 음악방송 1등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했고, 이정현도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빌보드 차트에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스트리밍 음원 사이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바랐다.
무엇보다 실력적인 성장에 욕심을 드러내, 이븐의 현재와 또 향후를 기대케 했다. 지윤서는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가 있다. 이번 앨범 재킷 사진과 뮤직비디오 티저에도 나왔는데, 벽에 '미운 오리 새끼'가 영어로 적혀있다. 그 단어가 이븐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미운 오리 새끼도 처음에는 미움을 받지만, 나중에는 화려한 백조가 되는 것처럼, 저희도 데뷔까지 오는 게 순탄치 않았지만, 멋있게 데뷔하고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백조처럼 더욱더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과 마음가짐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