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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올스타전 역대급 흥행' 숨은비결은?…산증인들의 증언 "시대의 변화, 선수들의 자세가 달라졌다"

최만식 기자

입력 2024-01-1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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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올스타전 역대급 흥행' 숨은비결은?…산증인들의 증언 "시대의 변…
14일 고양 체육관에서 남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렸다. 공아지팀이 135대128로 크블몽팀을 꺾었다. 경기 후 양팀 선수들이 함께 포즈 취하고 있다. 고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14/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그때 생각하면 지금은 양반이죠."



역대급으로 흥미로웠다는 평가를 받는 '2023~2024 한국농구연맹(KBL) 올스타전'을 되돌아 보며 구단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지난 주말 열린 올스타전은 올스타-팬 카페 미팅(13일)에 이어 14일 본 행사에서도 조상현 LG 감독의 '몸개그', 깜짝 '3점슛왕' 이근휘(KCC)의 등장 등 화제성 흥미거리가 많았다. 무엇보다 메인 행사인 올스타 경기가 구태를 벗어나 '찐' 승부로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했다. 그동안 올스타전은 박진감 대신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경기를 했다. 올해 올스타전에서는 3쿼터까지 짜고 치더라도 4쿼터부터는 진검승부를 펼쳐 22년 만의 연장 혈투, 진풍경을 선사했다. 구단 관계자들이 "정규리그 경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선수들이 서로 이기려고 파이팅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흥미를 더 했다"라고 평가했다.

요식 행사로 여겼던 올스타전이 이처럼 흥미를 더한 비결이 있다. "요즘 선수들의 자세가 달라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BL 각 구단 사무국장들은 신생팀 고양 소노를 제외하고 길게는 KBL 리그 출범 때(1997년)부터, 짧게는 15년 이상 농구판에 몸담아 온 산증인들이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과거에는 소속팀 선수를 올스타 행사에 참가시키는 일이 '곤욕'이었다고 한다. 대다수 선수들이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걸 억지 의무로 여겨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가 본업에 충실하면 되지, 보여주기 쇼에 급급하면 안된다'는 보수적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구단 프런트들은 가기 싫다는 선수를 올스타전에 보내기 위해 어르고 달래느라 진을 빼기 일쑤였다. 조진호 부산 KCC 사무국장은 "구단 승합차로 선수들을 집에서 행사장까지 모셔다 드리는 등 '픽업 서비스'로 설득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회고했다. 심지어 2005~2007년 실시됐던 한-중올스타전에서는 선수들이 거액의 출전수당도 마다할 정도였다는 게 이흥섭 DB 사무국장의 증언이다. 당시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두 경기를 치렀는데 1인당 출전수당이 승리시 800만원, 패배시 600만원이었다. 2006~2007시즌 당시 KBL리그 전체 평균 연봉이 1억1929만4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꽤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비협조적이었단다. 이흥섭 국장은 "바람 쐬는 셈 치고 중국 한 번 다녀오라고 하면 '안 가겠다'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는 선수들은 설득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웃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최근 올스타전을 대하는 선수들의 자세가 달라졌다. 관계자들은 "요즘 선수들은 올스타에 뽑힌 것을 진심 영광으로 여기고, 서로 가고 싶어하는 트렌드"라면서 "옛날처럼 올스타전 참가를 권할 일도 없고, 선수들이 알아서 자가용을 몰고라도 참가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허일영(서울 SK)의 '우여곡절' 해프닝이다. 허일영은 이번 올스타전에서 이원석(서울 삼성)의 부상 이탈로 인한 대체 선발로 기회를 얻었다. KBL의 연락을 받은 허일영은 흔쾌히 수락했다. 이후 구단이 만류했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40여일째 출전 못하고 있는 선수의 몸상태가 걱정돼서다. 혼선이 빚어졌다. 차순위 선수를 선발하려고 하는데 허일영 측이 기다려달라고 다시 제동을 걸었다. 결국 허일영이 구단과의 줄다리기에서 승리했다는 연락이 KBL에 접수되면서 올스타전을 차질 없이 치르게 됐다.

선수들이 올스타전에 '진심'인 이유는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 인식의 변화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 선수들은 자기 PR(홍보) 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특히 유튜브, SNS 등 사회적 소통망이 대세로 발달하면서 '나를 보여 줄 수 있는' 무대를 선호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과거를 생각하면 요즘 MZ 선수들은 훨씬 적극적이다. 선수들이 진심으로 올스타전을 즐기니 팬들에게도 이상적인 그림이 된다"고 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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