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코트에 선 김연경(흥국생명)의 모습은 달랐다. 여유가 넘쳤던 앞선 경기와 달리 얼굴엔 웃음기가 없었고, 눈빛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코트를 누비던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는 흥국생명이 선두 현대건설을 따라 잡을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다. 승점 57로 2위인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승점 60)의 격차는 3점. 이날 흥국생명이 승리하면 같은 승점으로 향후 경기 결과에 따라 역전 및 정규리그 우승도 바라볼 수 있었다. 반대로 현대건설에 승점 3을 내주면 6라운드 맞대결에서 승리를 가져오더라도 역전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흥국생명 김대경 감독 대행은 "선수들에게 '중요한 경기다. 멋지게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김연경의 진가가 여실히 드러난 것은 2세트. 23-20에서 현대건설에 추격을 허용한 흥국생명은 결국 듀스 상황에 몰렸다. 분위기가 현대건설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상황. 흥국생명 세터 이원정은 김연경에게 공을 올려주는 쪽을 택했고, 김연경은 잇단 시간차 공격으로 양효진 황연주가 지킨 현대건설의 블로킹 벽을 허물며 승기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