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장에 팬들의 함성이 사라졌다. V리그는 남녀부 막판 순위 싸움이 한창이다. 남자부는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이 승점 2점 차이로 1-2위 경쟁을 펼치고 있고, 3위 현대캐피탈과 4위 OK저축은행의 기세 싸움도 만만치가 않다. 여자부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6라운드에 접어든 여자부는 아직 1위 싸움이 안개 속이다. 1위 현대건설이 2연패에 빠지며 주춤하는 사이, GS칼텍스가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3위 흥국생명은 '에이스' 이재영의 복귀 이후 다시 활력을 찾으며 연승 흐름을 탔다.
순위 싸움으로 인해 V리그는 어느때보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예상치 못한 승패도 한번씩 나오면서 막판 반전에 반전을 거듭 중이다. 그런데, V리그는 지난 25일 경기부터 무기한 무관중 경기를 펼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관중 입장 유지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최소 수백명에서 최대 2000~3000명이 모이는만큼 무관중 결정은 불가피했다. 특히 실내에 많은 사람이 운집하면 선수단도 직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중 풍경도 조금 어색했다. 1위와 3위팀의 박빙 대결이었음에도 마치 연습 경기 같았다. 선수들에게 최대한 비슷한 경기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장내 아나운서가 평소처럼 마이크로 경기를 진행하고, 상황에 따른 음악도 크게 틀었지만 관중들의 함성 소리와 박수 소리, 전체 분위기까지 재현하기는 힘들었다. 경기가 잠시 멈추는 상황이 되면 경기장 속에는 정적까지 감돌았다. 양팀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듯 평소보다 더욱 큰 목소리로 서로 파이팅을 불어 넣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100% 평소와 같을 수는 없었다. 감독, 코치진이나 선수단, 구단 관계자들, 언론 관계자들 모두 관중 없이 치르는 경기라 긴장감이 덜할 수밖에 없다는 데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