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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리포트]V리그 인기 한창인데…함성 사라진 배구장은 쓸쓸했다

나유리 기자

입력 2020-02-27 09:58

수정 2020-02-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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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인기 한창인데…함성 사라진 배구장은 쓸쓸했다
경기 시작 직전 수원체육관의 모습. 평소라면 입장줄과 이벤트에 참가하는 팬들로 북적이지만,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이날은 썰렁했다. 사진=나유리 기자

[수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조심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래도 경기 분위기가 전혀 안나요."



배구장에 팬들의 함성이 사라졌다. V리그는 남녀부 막판 순위 싸움이 한창이다. 남자부는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이 승점 2점 차이로 1-2위 경쟁을 펼치고 있고, 3위 현대캐피탈과 4위 OK저축은행의 기세 싸움도 만만치가 않다. 여자부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6라운드에 접어든 여자부는 아직 1위 싸움이 안개 속이다. 1위 현대건설이 2연패에 빠지며 주춤하는 사이, GS칼텍스가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3위 흥국생명은 '에이스' 이재영의 복귀 이후 다시 활력을 찾으며 연승 흐름을 탔다.

순위 싸움으로 인해 V리그는 어느때보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예상치 못한 승패도 한번씩 나오면서 막판 반전에 반전을 거듭 중이다. 그런데, V리그는 지난 25일 경기부터 무기한 무관중 경기를 펼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관중 입장 유지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최소 수백명에서 최대 2000~3000명이 모이는만큼 무관중 결정은 불가피했다. 특히 실내에 많은 사람이 운집하면 선수단도 직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관중 경기 이틀째인 26일 여자부 현대건설-흥국생명전이 열린 수원종합운동장 내 실내체육관. 현대건설이 1위로 승승장구하면서 매번 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종합운동장 주변이 떠들썩했지만 이날은 썰렁 그 자체였다. 보통 현대건설 홈 경기날에는 실외 주차장에 주차 공간도 부족하고, 입장을 하려는 팬들과 야외 이벤트에 참가하는 팬, 물건을 구매하고 음식을 사려는 팬들로 북새통이었다. 하지만 무관중이 결정된 이후 이 풍경이 모두 사라졌다. 주차장 자리도 여유가 넘치고, 관중들의 발길 자체가 뚝 끊겼다.

경기 중 풍경도 조금 어색했다. 1위와 3위팀의 박빙 대결이었음에도 마치 연습 경기 같았다. 선수들에게 최대한 비슷한 경기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장내 아나운서가 평소처럼 마이크로 경기를 진행하고, 상황에 따른 음악도 크게 틀었지만 관중들의 함성 소리와 박수 소리, 전체 분위기까지 재현하기는 힘들었다. 경기가 잠시 멈추는 상황이 되면 경기장 속에는 정적까지 감돌았다. 양팀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듯 평소보다 더욱 큰 목소리로 서로 파이팅을 불어 넣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100% 평소와 같을 수는 없었다. 감독, 코치진이나 선수단, 구단 관계자들, 언론 관계자들 모두 관중 없이 치르는 경기라 긴장감이 덜할 수밖에 없다는 데 공감했다.

그렇다고 무관중을 탓할 수는 없다.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인만큼 적응하는 게 최우선이다. 각팀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에게 이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주의를 주면서도 "어색한 게 사실"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관중들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하니까 확실히 분위기가 안산다. 보통 연속 득점이 나오거나 하면 관중들의 함성 소리에 선수들의 텐션이 고조되는데 확실히 분위기가 뚝뚝 끊기더라"며 아쉬워했다.

물론 모든 구단들이 같은 상황, 같은 입장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V리그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사실이다. 지난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현대건설전은 거의 만원 관중에 육박하는 3709명의 관중이 입장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마스크를 착용하고서도 배구를 보러 오겠다는 팬들의 의지가 커보였다. V리그의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시점에서 최대 악재를 만났다. V리그 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 산업 전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수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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