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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運:청소년운동]"친구와 함께,이겨도 좋고 져도 좋아요" '선수AS→비선수 골!' 행복한 5인제하키

전영지 기자

입력 2020-11-26 16:27

수정 2020-11-3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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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이겨도 좋고 져도 좋아요" '선수AS→비선수 골!' 행복한…


"체전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데, 이 대회는 이겨도 좋고, 져도 좋아요."



지난해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송곡여중 하키부 '학생선수' 주소연(14)이 생긋 눈웃음을 지었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종합운동장 국제하키경기장에서 펼쳐진 대한체육회 주관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 5인제 하키 대회에는 15세 이하(U-15) 남녀 6개팀 각 8명, 총 48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했다. 팀당 학생선수 4명, 일반학생 4명이 출전했고, 매경기 선수 2명, 비선수 3명이 한팀이 돼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 종목' 필드하키는 11명이 나서지만 유스올림픽 종목 5인제 하키는 일반 경기장의 절반인 길이 55m, 폭 41.7m 규격에 5명의 선수가 나선다. 코로나 시대, 힘들어도 학교체육은 길을 찾아낸다. 최소인원으로 안전하게, 최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올해는 '5인제 하키'를 진행키로 했다. 전후반 10분씩, 리그전으로 진행하며, 일반학생의 골만 득점으로 인정한다는 특별규정도 뒀다. 소위 '선출(선수 출신)'들의 일방적인 경기가 아닌 선수, 비선수의 '원팀'이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선수' 주소연-장해지의 어시스트 → '비선수' 신예림의 멀티골

'에이스' 주소연이 속한 송곡여중은 국가대표를 줄줄이 배출한 전통의 하키 명가다. 이번 대회 '하키의 민족' '관심 좀 주세요' 두 팀을 꾸려 출전했다. '부평원킬'과 함께 3팀이 리그전으로 우승을 가리게 됐다. 1번 주소연, 2번 장해지, 3번 신예원이 학생선수, 5번 신예림, 6번 김가은, 7번 김민정이 일반학생으로 출전한 '하키의 민족'은 강력한 우승후보. 장혜미 송곡여중 하키부 감독이 선수, 비선수들에게 번갈아 작전을 지시했다.

같은 학교, '관심 좀 주세요'와의 첫경기, '하키의 민족' 선수, 주소연과 장해지가 수비라인에 섰다. 휘슬과 함께 철통 수비로 상대 공격을 막아서는가 싶더니 거침없이 볼을 몰고 공격라인까지 내달렸다. '비선수' 친구들에게 골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종횡무진 달리고 또 달렸다. 1대1로 비긴 후, 골 넣은 선수를 찾자 장 감독이 말했다. "누가 골 넣었는지가 뭐가 중요해요? 다 같이 힘을 합쳐 넣은 건데요."

첫 경기로 몸을 푼 '하키의 민족' 아이들은 흥이 제대로 올랐다. 발랄한 V포즈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함께 나선 대회를 즐겼다. '부평원킬'이 송곡여중 '관심 좀 주세요'를 2대1로 이긴 상황, 마지막 일전을 앞둔 '하키의 민족'은 여유가 넘쳤다. 환한 미소로 손 모아 파이팅을 외쳤다. 필드에 들어선 주소연과 장해지의 헌신은 인상적이었다. 강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를 압도한 후 필사적으로 '최전방' 3명의 친구들에게 패스를 건넸다. 비선수 친구들 역시 투혼으로 응답했다. '5번' 신예림의 멀티골에 '하키의 민족'이 스틱을 뜨겁게 맞부딪치며 기쁨을 나눴다. 2대0 승리와 함께 우승 미션을 달성했다.

주소연은 "소년체전은 무조건 이겨야 하지만, 이 대회는 이겨도 좋고 져도 좋다"고 했다. 장해지는 "친구들이랑 함께 놀면서 뛰니까 너무 즐겁다. 선수라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친구가 골을 넣어주면 너무 행복했다"며 활짝 웃었다. 학생선수들의 꿈은 또렷하다. 장해지는 "선배 언니들처럼 국가대표도 되고 실업팀에도 가고싶다"며 눈을 빛냈다. 주소연은 "우리 감독님처럼 선수들도 가르치고, 아이들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김민정은 "해지가 한번 함께 나가보자고 해서 왔는데 재미있었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10분만 뛰어도 힘든데 이런 대회를 늘 나서야 하는 선수 언니, 친구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키를 더 배워서 내년에도 또 함께 출전하고 싶다"는 고백에 주소연, 장해지가 "와!" 환호성을 내질렀다.

▶'운동부-일반학생' 벽 허무는 행복한 하키

올해로 2년째를 맞는 대한체육회 청소년 스포츠한마당에 대한 현장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김민경 대한체육회 학교체육부 대리는 "이 대회는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한팀을 이뤄서 출전하는 대회다. 학교운동부, 학교스포츠클럽, 방과후 스포츠교실, 학교밖 청소년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대회"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비대면 대회를 집중기획했고, 5인제 하키, 4인제 배구 등 학생들이 선호하는 미니멀 스포츠를 포함한 안전하고 새로운 경기방식에 대한 호응이 높다"고 소개했다.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을 통해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이 공존하는 통합의 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수-비선수 아이들과 함께 참가한 장혜미 감독 역시 대회의 교육적 효과를 역설했다. "예전엔 운동부 학생과 일반학생이 나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대회를 통해 일반학생들도 운동선수처럼 진짜 대회에 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대회를 치르고 온 선수들의 마음도 이해하게 된다. 서로 유대감이 생기고 스포츠를 통해 우정도 쌓을 수 있는 정말 좋은 계기다."

한편 이날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에는 남녀하키 국가대표 10명이 참가해, 꿈나무 후배들을 위한 재능 기부에 나섰다. '하키 양궁' '5인 볼 넘겨받기' '5인 볼 릴레이' 등 게임 형식을 도입해 하키의 기본기를 전수했다. 정해진 레슨 시간이 끝난 후에도 아이들은 '국대 언니, 오빠' 주위를 맴돌며 하키 연습에 열을 올렸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이승훈은 "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든 시기인데 학생들이 야외에서 함께 달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좋다. 저도 힘을 얻어가는 것 같다. 다들 너무 잘한다"며 흐뭇해 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주장 정만재 역시 "이런 기회가 생겨서 정말 좋다. 학생들이 잘 따라와주고 흥미를 갖고 열심히 배우는 모습이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단체종목인 하키를 통해 건강도 지키고 우정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만난 이 친구들이 선수로서, 팬으로서 대한민국 하키를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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