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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스토리]'3번의 올림픽-4종목-金2-銀3' 이승훈,평창의 전설이 되다

전영지 기자

입력 2018-02-24 18:58

수정 2018-02-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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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의 올림픽-4종목-金2-銀3' 이승훈,평창의 전설이 되다
24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남자 매스스타트 경기가 열렸다. 금메달을 차지한 이승훈이 수상하고 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24

'빙속 철인' 이승훈(30·대한항공)이 기어이 해냈다. '안방' 평창올림픽에서 그토록 바라던 매스스타트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 밴쿠버올림픽 챔피언 이승훈은 24일 밤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펼쳐진 평창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결선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로 16명중 1위로 골인했다.

평창에서 첫 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의 첫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되게 됐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만m, 유럽이 독식해온 장거리 빙속 종목에서 최초의 동양인 올림픽 챔피언이 된 이후 8년만에 다시 짜릿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평창에서 전설이 됐다.

▶평창에서 전설이 되다

이승훈의 올림픽 메달 기록은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를 보여준다. 3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3연속 올림픽' 메달을 기록했다. 5000m, 1만m, 팀추월, 매스스타트 무려 4종목에서 메달을 따냈다. 첫 밴쿠버올림픽에서 5000m 은메달, 1만m 금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2014년 소치올림픽 '팀추월'에서 후배 주형준, 김철민과 함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띠동갑 후배 김민석, 정재원과 함께 팀추월 2연속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24일, 스피드스케이팅 최종일, 자신의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기어이 꿈을 이뤘다. 소치올림픽 여자 500m 2연패를 이룬 이상화와 나란히 금메달 2개를 기록하게 됐고, 5개의 메달을 보유하며 팀추월 때 세운 '최다 메달 기록'도 경신했다.

3번의 올림픽에 나서 빈손으로 돌아온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혼자도 강했고, 팀플레이어로서도 강했다. 정상은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 지난 8년간 그는 쉼없이 도전했고, 끊임없이 성장했으며, 한결같이 정상을 지켰다.

이승훈은 1994년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후 24년째 쉬지 않고 얼음판을 달려왔다. 밴쿠버 금메달 후에도 그의 꿈은 계속됐다.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의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였듯이 매순간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쇼트트랙의 위기를 스피드스케이팅으로 극복했다. 그 다음엔 '팀추월'에 도전했고, 평창에서 '매스스타트'다. 늘 위기의 순간,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이 내겐 동기부여가 됐다."

▶'세계랭킹 1위'의 위엄

이승훈은 매스스타트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였다. 월드컵 매스스타트를 통틀어 무려 8번을 우승한 절대강자다. 올시즌 4번의 레이스에서도 3번을 우승했다. 15바퀴를 움추리다 마지막 1바퀴에서 승부를 거는 역전 스퍼트는 압도적이다. 알고도 못막는 이승훈만의 '전매특허'였다. 쇼트트랙에서 잔뼈가 굵은 이승훈에게 400m 한바퀴는 '충분한' 찬스였다. "쇼트트랙은 100m의 짧은 구간에서도 찬스가 있다. 그런데 무려 400m나 남은 것 아니냐. 짧지만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좋은 포지션만 잡으면 무조건 찬스가 있다."

쇼트트랙의 코너링, 몸싸움의 강점에 장거리 챔피언다운 지구력, 경기를 밀고 당기는 '밀당' 능력, 영리한 스케이팅 지능에 특유의 성실함으로 평창을준비했다. 2년 연속 '세계랭킹 1위'를 향한 라이벌들의 견제도 거셌다. 전략의 노출, 유럽선수들의 협공 등을 우려하자 이승훈은 이렇게 말했었다. "생각해놓은 것이 있다. 평창을 위한 필살기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 빙속팀의 리더' 이승훈

이승훈의 메달이 빛나는 이유는 혼자가 아닌 함께여서다. 이승훈은 후배들의 롤모델이다. 함께 달리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선배다. 2014년 소치올림픽, 삿포로아시안게임에 이어 평창올림픽 팀추월에서도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동반 메달을 따냈다. 이승훈은 "후배들과 함께 메달을 따는 건 정말 보람 있다. 후배들은 내게 고맙다고 하는데, 나는 후배들이 든든하게 따라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지난 21일 '띠동갑 후배' 김민석, 정재원과 은메달을 따낸 후에도 "후배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이승훈은 마이크를 후배들에게 한사코 넘겼다.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지 않았다. 기특한 후배들을 배려했다.

이날 이승훈의 값진 금메달은 완벽한 팀워크의 결과였다. 정재원이 초반부터 5위권을 유지하며 선두그룹과의 간극을 유지했고 막판 스퍼트에도 함께 나서는 완벽한 호흡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금메달 후 이승훈은 귀한 후배를 꼭 끌어안은 후 함께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달리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열일곱 정재원은 지난 여름 이승훈과 함께 한체대 링크에서 훈련하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10월 평창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첫 태극마크를 달았고, 첫 출전한 헤렌벤월드컵에서 팀추월 금메달, 매스스타트 동메달을 획득했다. 생애 첫 평창올림픽에서도 팀추월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빙속 사상 '최연소 메달리스트' 기록을 세웠다.

장거리는 이승훈, 단거리는 모태범, 실력 있고 사람 좋은 맏형들이 중심을 잡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남자 빙속팀은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사분오열된 여자대표팀과 달랐다. 7개 전종목에서 톱5에 진입했고,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남자 빙속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 가장 고른 성적을 거뒀다. 반듯한 선배의 길을 물려받은 후배 차민규, 김태윤, 김민석이 잇달아 깜짝 메달을 따냈다.

여기에 '대한민국 남자 빙속의 자존심'이자 '베테랑 맏형' 이승훈이 24일 평창올림픽 빙속 마지막 경기 매스스타트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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