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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등대 점등 120주년…인천상륙작전 공신 팔미도등대

입력 2023-05-2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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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등대 점등 120주년…인천상륙작전 공신 팔미도등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해상교통 요충지서 인천항 뱃길 밝혀…내달 하루 재점등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120년 전인 1903년 6월 1일 밤. 서해 작은 섬 인천 팔미도 정상에서 환한 빛이 바다로 쏟아졌다.

불빛은 북동쪽으로 15.7㎞ 떨어진 인천항 바닷길을 밝히면서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도왔다.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근대식 등대인 팔미도 등대의 역사는 이때 시작됐다.


◇ 작은 섬 팔미도에 세워진 등대…한국전쟁 국면 전환
1년간 공사 끝에 1903년 건립된 팔미도 등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콘크리트 건축물로 꼽힌다.

팔미도 정상에 높이 7.9m, 지름 3m 규모로 조성됐으며 지금도 옛 형태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면적 7만6천㎡ 조그만 섬 팔미도는 인천항을 오가는 길목에 있다 보니 대한제국 시기 국내에서 가장 먼저 등대 건설이 추진됐다.

인천항은 1883년 개항 이후 외국과 교류가 증가하면서 선박 출입이 빈번해졌고, 등대 설치 필요성이 커졌다.

1902년 대한제국 해관(현 세관) 총세무사 존 맥리비 브라운은 인천해관 공사국을 설치하고 등대 건설업무를 시작했다.

팔미도 등대의 주요 장비는 해외에서 들어왔다. 빛을 발산하는 회전식 등명기는 프랑스, 등명기를 보호하는 등롱(燈籠)은 영국에서 제작됐다.

등대를 갖춘 팔미도는 서북쪽 영종도·무의도와 남쪽 대부도·영흥도·자월도 등 주변 섬에 둘러싸여 해상 교통의 거점으로 활약했다.

우수한 입지 여건 때문에 팔미도는 1904년 제물포해전·러일전쟁 때는 군사·전략 요충지 역할도 담당했다.

특히 팔미도 등대는 1950년 인천상륙작전 때는 연합군 함대를 인천으로 인도해 전쟁 국면을 전환했다.

당시 미 극동군 사령부 소속 첩보부대는 인민군이 장악하고 있던 팔미도에 잠입해 적을 섬멸하고 등대 불빛을 밝혔다.

이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팔미도 등대는 인천상륙작전 70주년 기념일인 2020년 9월 15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팔미도 등대는 현존하는 등대 중 가장 오래된 등대로서 대한제국부터 근대기 전체의 역사를 관통하는 역사성·상징성·대표성·지역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 다시 불 밝히는 등대…해양문화공간 활성화 계획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점등 120주년인 다음 달 1일 팔미도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시설 노후화로 2003년 운영을 중단한 팔미도 등대는 당일 행사 때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불빛을 다시 밝힐 예정이다.

이 등대 옆에 새로 설치돼 현재 운영 중인 현대식 등대도 당일 함께 바닷길을 밝히게 된다.

인천해수청은 퇴직한 팔미도 등대 소장도 행사에 초청했다. 인천항에서 팔미도로 이동하는 배 안에서는 행사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바다의 별 등대'라는 주제로 전문가 강연도 진행한다.

인천해수청은 오는 8월에는 초등학생 60명을 대상으로 등대원 업무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일 등대장'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팔미도 등대를 보전하기 위해 부식 방지 작업과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또 섬에 있는 등대 역사관, 점등 100주년 기념 조형물, 야외 문화공간, 둘레길 등과 연계해 팔미도를 해양 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종철 인천해수청 항로표지과장은 29일 "팔미도 등대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인천관광공사 등 관련기관과 활성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관광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ho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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