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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해진 고강도 안전경영…현대중공업 반복되는 안전사고 논란

김세형 기자

입력 2020-05-26 08:14

현대중공업이 계속되는 중대재해로 도마 위에 올랐다. 벌써 올해에만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작업장 사망 사고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사고가 발생할 때면 '안전 경영'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지만 형식적일 뿐 제대로 된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경영진이 반복되는 중대 재해의 심각성을 인식, 제대로 된 안전관리 시스템 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조는 고용노동부의 중대 재해 관련 특별 관리감독에도 문제를 제기, 근본적인 안전관리 인식 개선을 위한 강력한 처벌 강화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사망사고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특별관리감독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을 향한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25일 이상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조선사업대표에 선임하고, 조선사업대표의 직급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격상하는 등 안전경영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기존에 조선사업을 이끌던 하수 부사장은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끝난 직후 중대재해 발생

25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김모씨(34)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모씨는 이날 오전 11시 경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14안벽에서 건조 중인 LNG운반선의 배관(직경 80cm) 용접 작업을 하다 쓰러졌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김모씨를 다른 작업자가 발견하고 병원에 옮겼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울산해양경찰서는 목격자 등을 상대로 A씨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김모씨의 사망원인이 아르곤가스에 의한 산소 부족 등에 따른 가스중독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르곤 가스는 용접 작업 중 용접부의 산화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기체다. 자체로는 크게 유해하지 않지만 공기보다 무거워 밀폐된 공간에서 누출될 경우 산소 부족에 의한 질식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용접용 아르곤가스를 파이프 안에 채우고 바깥쪽에서 용접한 후 파이프 안쪽 용접부위를 점검하기 위해 파이프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해당 과정에서 파이프 내부 환기를 충분히 하지 않고 들어가는 경우 산소 부족으로 질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2012년 5월 30일 해양에서 하청노동자가 용접부위를 점검하러 파이프 안에 들어갔다가 용접용 아르곤가스에 의한 질식 사망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조선업의 경우 중공업으로 분류,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제조 선박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사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높은 위치에서 작업을 해야 하고, 용접 부위가 많아지는 등 위험요소가 많아진다.

안전교육 강화와 동시에 2인·3인 1조 형태의 구성을 비롯해 각종 안전장치 등을 마련하고,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업무에 나서기 전 사측의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선박 제조과정이 1차, 2차 하도급 형태로 이뤄진 협력업체의 고용구조로 이뤄진 경우가 많은 만큼 고용인인 본사가 나서 안전관리 지침 전달 및 확인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

사측에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해서 노동자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바탕으로 회사차원의 체계화된 안전관리 시스템이 빈틈없이 작동할 경우 사고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 같은 점에 주목, 최근 잦은 사고발생에 대해 사측의 근본적인 안전관리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사고 발생 원인 중 하나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제기하는 등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1일 사고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된 이후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현대중공업에서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는 중대재해가 잇따르자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 직후다. 특별관리감독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한번에 2명 이상의 근로자가 숨졌을 때 받는 조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1일 사건 발생 이전인 지난 3개월간 총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4월 16일 40대 노동자가 유압 작동문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4월 21일에는 50대 노동자 1명이 대형 문에 끼여 숨졌다. 지난 2월 22일에는 작업용 발판 구조물(트러스) 제작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21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1974년 창사 이후 46년 동안 467명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회사이지만 법인과 경영진이 제대로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며 "사업장의 재해발생 원인을 찾고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나서는 동시에 전체 작업을 즉각 멈추고 근본적인 안전보건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측 "사고 원인 규명 노력, 안전경영 강화"

현대중공업은 안전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계속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 제대로 된 안전관리에 나서지 않은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21일 인명 사고 발생 이후 23일 자체적으로 모든 생산 활동을 중단하고 안전 대토론회와 안전점검 등을 진행했고, 지난 5월 11일에는 중대재해의 고리를 끊기 위한 고강도 안전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올해 잇따른 중대재해에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안전관리 강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던 중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해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관계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고 원인 규명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잇따른 안전사고 발생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한 하수 부사장의 자리에 25일 이상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조선사업대표에 선임하며 안전경영 확대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기존 생산본부를 안전생산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향후 안전시설 및 안전 교육 시스템을 재점검한다. 사고 방지에 나서는 등 인적· 물적 재원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금년 들어 안전사고가 갑작스럽게 늘어난데 대해 기존의 안전대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에 나설 계획" 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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