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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마지막 눈꽃산행 명소로 떠난다

김형우 기자

입력 2020-02-1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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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마지막 눈꽃산행 명소로 떠난다
◇겨울을 대표하는 꽃으로는 단연 '눈꽃(雪花)'을 꼽을 수 있다. 설화가 가득 핀 등산로를 따라 걷는 기분이란 삭막한 잿빛 겨울 산행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사진은 덕유산 향적봉 주변의 눈꽃 풍광. 탐스런 설화 사이로 펼쳐진 대간의 봉우리들 또한 운무 속 담채화를 그려댄다. <사진=김형우 관광전문기자>

주초 한파와 함께 수도권-호남지방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렸다. 올겨울 눈 구경이 힘들었던 터라 모처럼의 겨울풍광에 반가움마저 앞선다.



눈이 그친 산자락엔 순백의 황홀경이 펼쳐진다. 추울수록 더 멋진 자태를 뽐내는 눈꽃은 한겨울에도 팔팔한 생기와 상서로운 기운을 전해줘 더 매력 있다. 소담스럽게 내린 눈을 이고 햇살을 받아 시시각각 연한 잉크 빛에서 은빛으로, 또 오렌지빛깔로 물들어 가는 눈꽃의 자태란 알록달록 봄꽃 못지않다. 넉넉한 산자락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설화가 가득 핀 등산로를 따라 걷는 기분이란 삭막한 잿빛 겨울 산행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겨울의 끝자락, 자연이 펼쳐 놓은 겨울 낭만여행지, 눈꽃 트레킹명소로 떠나보자. 글·사진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덕유산

전북 무주에 자리한 덕유산은 빼어난 접근성 덕분에 가성비 좋은 눈꽃여행지로 정평이 난 곳이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1520m)까지 오른 후, 30여분 산행에 나서면 덕유산 정상 향적봉(1614m)을 밟을 수 있다. 물론 구천동 백련사에서부터 정식 등산길을 타고 오를 수도 있지만 추운 겨울 가족단위 나들이를 감안한다면 곤돌라를 이용하는 것도 합리적이다.

덕유산 정상부근에는 겨우내 멋진 설화, 상고대가 피어난다. 탐스런 설화 사이로 펼쳐진 대간의 봉우리들 또한 운무 속 담채화를 그려댄다.

덕유산 눈꽃이 국내 최고로 꼽히는 이유는 한마디로 겨우내 눈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산 능선이 동~서로 이어진 것과는 달리, 덕유산의 주능선은 반도의 중앙에 북~남으로 뻗어 내렸다. 따라서 겨울철 서해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이 덕유산 능선에 부딪히며 수시로 눈구름층을 형성해준다. 눈구름은 많은 눈을 뿌리고, 능선을 흘러 다니며 주목과 고사목, 조릿대 등에 붙어 환상적인 상고대를 형성한다.

덕유산의 대표적 눈꽃 트레킹코스는 설천봉에서 정상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산길과 향적봉~중봉 사이 주목 군락지를 꼽을 수 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은 30분, 향적봉과 중봉은 20여분 거리로 가벼운 산행만으로도 눈꽃의 자태를 실컷 맛볼 수 있다. 특히 주목군락지에는 하얀 눈꽃과 상고대가 피어올라 겨울산행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향적봉에서는 두 가지의 비경을 바라 볼 수 있다. 주목 상고대 사이 흰 눈을 이고 있는 남덕유의 부드러운 능선이 그 첫째다. 또 연무가 끼어 있는 오두산, 비계산 등 거창, 함양 방면 봉우리의 실루엣 또한 압권이다. 무주리조트 곤돌라 오전 9시~오후 4시 운행(왕복 1만6000원, 편도 20분소요). 향적봉 대피소에서는 간식을 챙겨 먹거나 숙박도 할 수도 있다. 산 아래 무주리조트에서는 스키-보드를 즐길 수 있다.

무주에서는 구천동의 산채정식이 푸짐하다. 또 무주는 금강 상류지역으로 민물고기 요리가 유명하다. 동자개 등 민물잡어로 죽을 쑨 어죽, 쏘가리매운탕 등이 별미다.



◆내장산

가을 단풍 명산이 겨울이면 설경의 진수를 담아내는 순백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특히 서래봉, 망해봉, 연지봉 등 눈 덮인 기암고봉의 절경과 어우러진 고찰 내장사의 풍광은 한 폭의 동양화에 다름없다.

겨울철 내장산(763m) 일원에는 유독 눈이 많이 내린다. 정읍-장성 등 주변 평야지대에 진눈개비가 흩날리는 날이면 내장사 지붕과 장독대에는 언제나 하얀 눈이 수북이 쌓인다. 평균 기온이 평지와는 4~5도 가량 차이가 난데다 열심히 눈구름을 실어 나르는 서해의 습한 대기가 내장산 자락을 만나 잠시 쉬어가며 탐스런 함박눈을 뿌려대기 때문이다.

눈 내린 겨울 내장사의 정취는 호젓함 이상이다. 정한한 가람에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내려앉는 날 사찰의 고적미가 압권이다.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대웅전 앞마당에 들어서는 사이 어느덧 팍팍한 일상은 산문 밖 일이다.

설경 감상은 내장산 국립공원 입구 '내장호' 부터 시작된다. 이른 아침 해돋이와 함께 맑은 호수에 투영된 서래봉의 설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사찰 어귀 단풍터널은 눈꽃터널로 바뀌어 운치를 더한다. 고요가 내린 포근한 눈길을 따라 산문으로 향하자면 절로 정한함이 깃든다. 내장사 스님들도 대웅전 마당에서 바라보는 서래봉을 최고의 비경으로 꼽는다. 산정이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서래봉은 그 생김새가 '써래'처럼 생겼다 해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 또 종무소 앞에서 대웅전과 진신사리탑을 함께 넣어 바라보는 화각, 그리고 정해루에서 대웅전 쪽을 바라보는 모습도 비경이다.

내장산 눈꽃 산행은 내장사 뒤 오솔길을 돌아오는 코스가 괜찮다. 청정한 숲길 '일주문∼원적암~벽련암∼내장사'에 이르는 3.6㎞ 트레킹 코스(1시간30분소요)로 본찰과 암자 등을 두루 돌아 볼 수 있어 사찰 기행으로도 그만이다. 원적암 가는 길은 완만하고 편안한 숲길이 이어진다. 원적암 코밑에서 가파른 돌계단이 나타날 뿐, 눈꽃 터널을 따라 청정계곡수가 흘러내리고 수백 년 수령의 아름드리 비자림과 대숲의 설경, 흰 눈을 이고 있는 산죽의 자태가 이어진다. 손바닥만 한 원적암은 소담한 토굴이다. 선방과 불상을 모신 암자가 전부이다. 원적암에서 벽련암을 향하는 길에 눈꽃 터널이 이어진다.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참나무 군락지에 눈꽃이 피어난다. 또 까치집처럼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겨우살이의 생명력도 볼거리다. 눈꽃 길에서 만나게 되는 벽련암의 풍광도 압권이다. 절 앞마당이 전망 포인트로, 앞으로는 신선봉과 제비봉, 뒤로는 불출봉과 서래봉 등 아홉 봉우리 기암 괴봉이 연꽃잎처럼 둘러쳐져 있다. 덕분에 이 같은 병풍 효과로 내장산은 바람이 드세지 않다. 이곳의 눈꽃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내장산 입구에서는 산채정식 등을 맛볼 수 있다. 30여 가지의 각종 산나물 등 성찬이 오른다.



◆ 태백산

눈꽃산행의 대명사격인 곳이다. 태백산(1567m)은 이름에서 느끼는 위압감만큼 크게 험하지는 않다. 때문에 연초 연인, 친구와 함께 산행을 즐기기에 괜찮은 코스이다. 물론 곳곳에 얼어붙은 구간이 있어 아이젠은 필수다.

당골 광장에서 두세 시간 쯤 걸으면 정상 부근 천제단에 오르고 하산까지 대여섯 시간이면 족하다. 태백산의 겨울은 눈 덮인 능선이며 설화가 압권이다. 주목과 어우러진 설화는 동화 속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태백산 눈꽃 트레킹으로는 유일사매표소~유일사~장군봉~망경사~당골 코스를 주로 이용한다. 유일사~장군봉 코스에서 주목과 어우러진 설화가 볼만하다. 화방재 아래 유일사매표소에서 장군봉 까지는 두어 시간 가량 걸린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에 오르면 천지가 순백의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백두대간의 중심, 천제단을 기점으로 북쪽 300m 지점이 태백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장군봉이다.

천제단의 일출 감상도 겨울 산행의 묘미다. 맑은 날이면 동해에서 솟아나는 장쾌한 일출을 마주할 수 있다. 때문에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3시부터 산을 오른다. 요즘은 오전 7시 이후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천제단에서 유일사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고사목들이 눈옷을 걸친 자태가 압권이다. 하산길에 신라고찰 망경사도 만난다. 절 입구의 용정은 국내 최고 높이에 자리한 샘물로 개천절에 올리는 천제의 제수로 쓰인다.

태백산 인근에서는 청정 산골에서 채취한 산나물 정식과 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다. 또 태백-정선-영월 지역은 고원지역에서 키운 한우가 유명하다.



◆눈꽃 산행 팁

▶눈꽃(雪花)

'눈꽃'은 설화(雪花), 상고대, 빙화(氷花) 등 세 종류로 나뉜다.

◇눈꽃(雪花)=가장 흔하다. 말 그대로 눈이 나무 가지에 쌓인 것으로 바람이 불면 날리고, 햇살 아래 쉽게 녹는다.

◇상고대= 눈꽃과는 다른 일종의 서리다. 나뭇가지가 머금은 습기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서 얼거나, 구름이 스쳐가다가 얼어붙은 것이다. 결이 있고 단단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추운 날이 지속되면 키가 더 자란다.

◇'빙화(氷花)'=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 이른 아침에도 흔히 볼 수 있다. 설화나 상고대가 녹아 흐르다가 기온이 급강하할 때 그대로 얼어붙은 것이다. 햇살을 받으면 수정처럼 영롱하다.

▶눈꽃 산행 요령

◇눈꽃 트레킹은 우선 눈이 많이 온 뒤 맑은 날을 골라 떠나야 제대로 눈꽃을 감상할 수 있다.

◇평소 산행 경험이 있는 산으로, 여럿이 떠나는 게 좋다.

◇자동차 바퀴 체인과 아이젠은 필수.

◇ 두꺼운 방한복에 기능성 등산복, 등산화, 모자와 장갑, 스틱을 준비해야 한다.

◇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충분한 배터리가 필요하다. 추운 날씨에 배터리가 금방 방전된다. 여분의 배터리는 따뜻한 몸속에 품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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