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오전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강의실에서 열린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의 특강 직전 독일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한국학과장인 이은정 교수가 "북한 학생들이 잠시 강의실에 들어와 인사할 것"이라고 전한 탓이었다.
곧 김일성종합대학 도이칠란트어문학과 학생 12명이 강의실에 들어왔다.
북한 학생들은 잠시 강의실 뒤편에서 서성이며 주저하기도 했지만, 비어있는 독일 학생들 옆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독일 남학생 옆자리에 앉은 북한 학생 김정임 씨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서슴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김 씨는 독일 학생에게 "나는 도이칠란트어를 듣기가 어렵다"면서 "조선어 듣기에는 어려움이 없느냐"고 물었다.
독일 여학생 옆자리에 앉은 북한 학생 조형철 씨는 "일요일에 왜 학교에서 수업을 듣느냐"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북한 학생들은 독일 학생들과 대화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독일어 실력을 보였다.
북한 학생 김경심 씨는 베를린자유대 관계자들에게 "외국 사람들을 직접 마주하니 당황하기도 했는데, 배운 것을 실험할 기회였다"고 말했다.
북한 학생들은 지도교수 2명과 함께 베를린자유대 초청으로 3주간 계절학기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전날 베를린에 도착했다.
김일성종합대학과 베를린자유대가 지난 2017년 인적·학술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자들 및 학생들이 김일성종합대학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학술 교류 차원에서 이뤄진 학생들의 방문이지만, 북미 관계가 급격히 악화한 데다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이뤄져 주목을 받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경색된 정세 탓으로 베를린자유대 측은 북한 학생들이 독일 당국으로부터 비자를 받을 수 있을지 노심초사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