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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범현대가 '넘버3'로 부상' ①] 아시아나 인수 HDC, 현대백화점 밀어내고 재계순위 급상승

전상희 기자

입력 2019-11-14 14:39

기업의 인수합병(M&A) 결과는 극과극이다.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몸집이 커질 수도 있고,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져 기업 존폐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변화하는 경제 상황을 고려,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HDC그룹(HDC)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두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인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업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큰 그림을 그렸다.

▶현대백화점 밀어내고, 범현대가 '넘버 3'로 부상

HDC는 그동안 범현대가라는 울타리의 경계에 있는 기업 정도로 인식돼왔다. 1999년 3월 고 정세영 HDC 명예회장(당시 현대자동차 명예회장) 자동차 사업에서 은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차의 경영포기는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차를 이어받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정몽규 HDC 회장(당시 현대차 회장)도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결정이었다. 1998년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율을 늘리며 경영권을 지키려했던 움직임을 보였던 만큼 현대차그룹(당시 현대그룹)과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대신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고 정세형 명예회장과 정몽규 HDC 회장의 몫으로 1999년 3월 기준 자산 규모 3조5000억원(199년 3월 기준)의 건설업체인 현대산업개발(현 HDC)을 넘겼다. 이후 20년이 흘렸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 그룹 등으로 굵직한 사업 중심의 기업 분리를 통해 현재의 범현대가로 독자생존 중이다. 재계 순위에 따라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 순으로 서열이 만들어졌다.

이런 의미에서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범현대가의 역학구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사건'에 가깝다. HDC의 재계 순위는 2019년 5월 자산 총액 기준 33위다.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총액 6조9250억원이 추가될 경우 재계 순위는 19위(17조5220억원)로 14계단 상승하게 된다. 범현대가만 놓고 보면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에 이어 세 번째다. 그동안 범현대가의 세번째 자리를 지켰왔던 현대백화점그룹은 HDC에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특히 HDC는 범현대가 외에도 재계 전반에서 걸쳐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13위)과 사업구상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고, 범현대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사업범위 확대돼수월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산규모를 비롯해 매출 규모까지 확대할 수 있다.

▶변방에서 중심으로…정몽규 회장 '역할론' 기대감 '↑'

그룹 재계순위 강화는 오너의 입지 강화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HDC가 인수한 아시아나항공은 성장세가 정체된 기간 산업 중심의 범현대가 사업 구조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중심 역할이 될 수 있다. 정몽규 회장이 범현대가를 이끄는 선봉에 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미래에셋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당시 경영권 간섭을 받지 않도록 명확히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현대가의 선봉에서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펼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은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동시에 재계 순위 20위권 진입을 바탕으로 범현대가 내에서 정 회장의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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