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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 물메기탕>

김형우 기자

입력 2017-12-11 14:11

<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 물메기탕>
◇말금하게 끓여낸 물메기탕. 국물맛이 시원하다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물메기탕이다. 시원 구수한 국물 맛이며 부드러운 살코기가 속을 달래고 덥혀주기로는 이만한 게 또 없다.



그래서 주산지인 충남 태안, 보령 , 전북 부안, 경남 통영, 거제 등지에선 겨울철 인기 속풀이 해장국으로 통하는 음식이다.

물메기는 꼼치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삼척, 속초 등 동해안의 곰치와는 비슷한 듯 좀 다르다. 맛은 거의 똑같으나 생김은 동해의 곰치가 좀 더 두툼하다.

물메기는 몸길이가 최대 50cm 정도까지 성장하니 제법 먹잘게 있는 생선이다. 몸과 머리는 옆으로 납작하고 머리는 큰 편인데, 몸빛깔은 반투명하고 연한 갈색 바탕에 그물 모양의 갈색 무늬가 있다

12월부터 2월말까지가 제철인 물메기는 예로부터 '동지 전후에 잡은 것은 겨울대구보다 낫다'는 말이 따를 정도로 그 맛을 인정받고 있는 생선이다.

물메기는 꼼치, 물곰, 미역어, 물텀벙… 등 여러 개의 별칭을 지니고 있다. 자산어보에도 물메기를 미역어(迷役魚)로 적고 있으니 그 내력이 꽤 오래된 생선이다.

물메기는 외모 피해를 가장 많이 받아온 '억울한' 생선이다. 못생겼다는 게 그 이유다. 생김새가 흉하다 보니 예로부터 어부들은 이를 생선 취급도 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물에 결려 온 물메기는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들으며 기사회생, 다시 바다에 던져지곤 했다. 무시는 당했지만 목숨은 건지게 되는 아이러니를 겪게 된 셈이다. 이때 물메기가 물에 첨벙 빠지는 소리를 따라 '물텀벙'이라는 이름도 생겨났다. 강원도 어부들은 물메기를 특유의 흐물흐물한 살집과 둔한 생김새 때문에 꼼치, 물곰이라고도 부른다.

물메기의 조업 시기는 산란과 연관이 있다. 평소 수심 50~80m 바다에 사는 물메기는 겨울철(12~2월) 알을 낳기 위해 서천, 부안, 통영, 거제 등의 연안으로 이동한다. 이 무렵 해안가로 몰려와 해초지대에 알을 낳는다.

경남 통영에서는 인근 추도가 주요 조업장이다. 통영에서 거래되는 물메기의 절반이 추도산이다. 때문에 겨울이면 추도 포구주변에는 물메기를 말리는 덕장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물메기는 시원한 국물맛이 좋아 주로 탕으로 끓여 먹는다. 싱싱한 생선일수록 맑은 탕으로 조리하듯이 산지의 물메기탕 전문점들 역시 말금하고 뜨끈한 국물맛을 선보인다. 특히 갓잡은 물메기 자체만으로도 담백한 맛을 얻을 수가 있다 보니 여느 생선탕처럼 야채를 많이 넣어 조리 하지 않는다. 물메기 본연의 맛을 제대로 살리려는 것이다. 간과 맛을 내는 데도 조선 간장이나 소금 정도가 전부다.

다만 물메기탕을 끓일 때 주의 할 게 하나 있다. 먼저 물을 끓인 후 토막 낸 생선을 넣고 한소끔 끓여내야 한다는 점이다. 물메기 살이 너무 부드러워 자칫 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안이나 서천, 통영 등지에서는 물메기탕에 무를 넣어 시원하게 끓인다. 강원도 삼척, 주문진, 속초 등지에서는 신김치를 넣어 얼큰한 곰치국을 끓여준다. 김치와 곰치의 조합도 환상적이다. 칼칼하고도 시원한 국물 맛이 간밤의 숙취를 단박에 풀어주는 듯 하다.

겨울해풍을 받으며 꼬득꼬득하게 말린 물메기찜도 보들보들 구수한 게 맛있다. 산지에서는 갓잡은 물메기를 회로 떠서 미나리 등 야채, 초고추장과 발갛게 버무린 물메기무침도 맛볼 수 있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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