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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 붕어조림>

김형우 기자

입력 2017-09-18 11:53

<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 붕어조림>
붕어조림

<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붕어조림>



가을은 말(馬)만 살찌는 철이 아니다. 강과 계곡, 호수를 헤엄치는 물고기도 살이 오른다. 그 통통함의 대표적인 게 붕어다. 월동준비에 들어서는 붕어는 초가을부터 살이 토실하게 오른다. 갓잡아 올린 어른 손바닥만 한 놈을 둥글납작한 냄비에 무와 시래기, 민물새우를 함께 깔고 얼큰하게 보글보글 끓여낸 붕어조림은 가을 입맛을 부추기기에 제격이다.

매콤한 붕어조림 국물은 칼칼하고 구수한 게 입에 쩍쩍 붙는 느낌이다. 군데군데 칼집을 낸 육질은 살집이 깊어도 야들야들 고소하다. 무 한 조각, 시래기 한 가닥을 국물에 적셔 허연 쌀밥에 얹어 먹노라면 '미술랭스타요리' 부럽지 않다.

요즘 꾼들의 천국으로도 불리는 충남 예산 소재 예당저수지는 붕어낚시가 한창이다. 1962년 완공된 국내 최대 인공호수인 예당저수지는 잉어, 메기, 동자개, 피라미, 가물치 등 다양한 어족이 서식한다. 특히 수온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9월부터는 붕어가 곧잘 잡혀 짜릿한 손맛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다. 예당저수지에 깃들어 살아가는 어부들은 "붕어는 지금부터가 제철인데, 살이 통통하게 올라 손맛 보기도 좋고, 맛 또한 좋을 때"라고 귀띔한다.

예당호의 어부들은 이른 아침 조업에 나선다. 해질녘 그물을 놓고, 아침 7시쯤 걷이를 하게 되는데, 하루 너댓관, 마릿수로 치면 수십 마리는 족히 잡는다.

낚싯배에 올라 담수호를 가로지르다 보면 바람결에 실린 비린내가 확 풍겨 온다. 호수 한 가운데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하는 이 냄새는 이방인들의 코를 감싸게 하는 역한 비린내일지언정 어부들에게는 밥 먹고 살게 해주는 삶의 향기에 다름없다.

어부들은 망망대해 같은 호수 한 복판에 나가 작은 부표를 용케도 단박에 찾아낸다. 그물을 따라 나오는 토실한 붕어는 떡붕어다. 어른 손바닥만 한 것들이 '참 잘 생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곱게 생겼다.

이렇게 잡은 붕어는 민물매운탕 전문식당으로 직행한다. 자식이 예당호수에 나가 잡아온 붕어로 찜을 해서 손님을 맞는다는 한 노파는 맛의 비결을 '정성'이라고 했다. 아들이 애써서 잡아온 붕어인 만큼 더 신경을 써서 상에 올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단골들을 사로잡는 맛의 원천인 셈이다.

붕어조림 조리법은 어느 지방이고 비슷하다. 시래기대신 무를 깔기도 하고, 두 가지를 다 넣기도 한다. 거기에 민물새우 한 주먹과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등을 섞은 양념장을 넣은 다음 한소끔 끓인다. 붕어는 이때 넣고 졸인다. 도중에 파, 마늘, 깻잎, 들깨 등을 추가해준다. 이후 최소 20분 이상을 중불에 은근히 졸여준다. 육수는 별도로 마련하지 않는다. 싱싱한 붕어와 민물새우, 무나 시래기가 그 맛을 충분히 내기 때문이다.

붕어조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밥도둑이다. 하지만 억센 가시가 골치다. 한 시간 이상을 푹 고와도 드센 뼈가 무르지를 않는다. 그래서 먹을 줄 아는 이들은 붕어의 뱃살 부위를 먼저 공략한다. 갈비 부위에는 잔가시가 없기 때문이다.

붕어는 성질이 따뜻해 몸이 차고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에게 좋은 음식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붕어는 위를 다스리고 위장을 이롭게 한다. 물고기는 화(火)에 속하지만 붕어는 토(土)에 속하며 위를 편안하게 하고 창자를 이롭게 한다.'고 적고 있다. 서유구도 난호어목지에 '붕어는 비늘이 하얗고 황금색이며 맛이 좋다.'고 소개하고 있다.

영양학자들은 붕어가 칼슘과 철분, 단백질도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는 물론 악성빈혈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즈음 높푸른 가을하늘을 담아내는 호반을 찾게 된다면 얼큰매콤 구수한 붕어조림도 가을 마중을 하기에는 괜찮을 별미다. 김형우 문화괸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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