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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노조, 2일 프로스포츠 단체 최초 파업 돌입 "비상식적 경영진 실책 인정하라"

김진회 기자

입력 2021-08-02 12:49

KPGA노조, 2일 프로스포츠 단체 최초 파업 돌입 "비상식적 경영진 실…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PGA노조(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KPGA지회, 이하 'KPGA지회')가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프로스포츠 단체 사상 최초 파업으로 조합원의 94.1%가 참여하는 전면 파업이다.



KPGA지회는 사원 및 대리, 과장 직급의 직원들이 중심이 되어 최근 2030의 'MZ세대 노동조합' 결성 흐름이 스포츠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KPGA지회는 지난 2020년 6월 29일 설립돼 불평등하고, 불공정했던 회사의 처우 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실책 공론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조직문화 개선까지 변화를 이루기 위해 약 1년 동안 노사간 '단체교섭'을 이어왔다.

KPGA지회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2020년에는 10% 임금삭감에 동참했다. 지난해와 올해 '임금교섭'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는 등 협회를 배려하고 국내 프로골프산업의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였음에도 오히려 KPGA경영진은 직원들의 근로조건을 저하시키고 '주52시간' 제도의 편법 운영과 더불어 보복인사로 인한 조합원 탄압 등을 자행했다. 또한 1년간 이어온 '단체교섭'까지 결렬되자 KPGA지회는 프로스포츠 단체 최초로 전면 파업을 결정했다.

▶10년 이상 부여해오던 '주말 근무시 대체휴일', 근로계약서에 명시해 놓고도 빼앗아

KPGA지회는 'KPGA경영진은 2011년부터 약 10년 이상 주말 근무 직원들에게 부여하던 '대체휴일'을 지난 5월 노사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후 2021년 코리안투어 주말 근무자들에 대해 이미 지급 완료된 대체휴일도 빼앗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KPGA가 주관하는 1부 투어(코리안투어)는 7개 대회가 진행됐다. 해당 기간 동안 주말(토요일, 일요일)은 총 14일이 포함됐지만, 결과적으로 출장 근무가 빈번한 KPGA운영팀 및 미디어팀 직원들에게 부여된 대체휴일는 하루도 없었다.

미디어팀 A직원의 경우 7개 대회에서 모두 주말(토, 일)이 포함된 출장 근무를 했다. 특히 3주 연속으로 대회가 펼쳐지던 5월 24일부터 6월 13일까지 21일 동안 단 한 차례의 휴일 없이 출장 근무를 했다. KPGA 직원들에게 일반적으로 노동자에게 부여되는 '연차휴가'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근로 환경이 이어졌다. 올해 입사한 미디어팀 B직원의 경우 입사 1년 차임에 따라 11일의 연차휴가가 주어졌다. B직원 역시 A직원과 함께 7개 대회의 출장 근무를 했고, 주말 근무 후 대체휴일이 삭제되자 '연차휴가'를 쓸 수밖에 없었다. 현재 남아 있는 연차는 3일 뿐이다.

앞으로 남은 KPGA 주관의 1부 투어는 11월 7일까지 7개 대회. 주말(토, 일) 근무 예정일은 14일이고, B직원에게 주어진 휴일은 단 3일 뿐이다. B직원이 1년에 한 번뿐인 여름 휴가를 상상할 수 없는 이유다.

KPGA경영진은 "매월 급여에 시간 외 수당이라는 항목으로 주 40시간에 더해 주 12시간의 초과 근로분에 대해 통상임금 형태로 기 지급하고 있다. 주 52시간까지 수당을 포함하여 급여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휴일 근로 시 현금으로 보상해야 하는 수당이 기 지급하고 있는 시간외 수당에 포함되는 환경이 되어 대체휴일을 더 이상 부여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주말 대휴를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KPGA 직원들의 통상임금 형태는 주 40시간(기본급)+12시간 초과 근로 수당(시간외 수당)이다. 하지만 현재 KPGA의 사원 직급의 경우 통상임금(주 40시간+12시간 초과 근로 수당) 에 대한 시급을 계산하면 시간당 9243원으로 책정될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다. 올해 최저시급인 8720원보다 약 500원이 더 많을 뿐이다. 하지만 2022년에는 최저시급이 9160원으로 KPGA 사원들의 경우 2022년은 최저 시급보다 83원을 더 받고 근로를 하게 되지만 주말 근무에 따른 보상은 없다. 이는 KPGA직원들의 근로계약서에 '주말 근무 시 대체휴일 제공'이라 명시하여 근로계약을 했음에도 경영진의 일방적인 해석으로 노사 간 협의 없이 대체휴일 제도를 삭제한 것이다. 이는 출장근무가 빈번한 직무와 내근직 근무자 간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KPGA 코리안투어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KPGA지회는 'KPGA경영진은 또한 올해 7월 1일부터 5인이상 사업장에서 전면 적용되는 '주52시간 제도'도 편법적으로 운영하며 직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KPGA운영팀의 경우 통상적으로 대회 현장 근무 시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대회장으로 출발해 같은 장소에서 일요일까지 업무를 이어간. 대회 개막 전까지 스폰서 및 골프장, 방송사, 선수회, 경기위원회와의 업무협의를 통해 대회 개최를 준비해야 한다. 예선전, 프로암(Pro-Am)이 있는 경우 해당 경기에 대한 운영까지 맡고 있다.

또한 본격적으로 대회가 시작되면 1, 2라운드(목, 금)의 경우 오전 5시부터 근무를 시작해 오후 8시까지 업무가 이어진다. 여기에 기상 상황으로 인해 경기가 순연될 경우 업무를 개시하는 시간은 더욱 빨라지고 근무 종료시간 또한 더욱 늦어지게 된다.

주52시간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지난해 'KPGA오픈 with 솔라고CC' 대회와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 의 경우 대회 별 운영팀 직원들의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실제 근무시간은 각각 99.5시간과 100.5시간이었다.

프로골프대회가 개최되는 주간에는 현실적으로 주52시간제를 적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KPGA경영진은 '위법'은 피하지만 '편법'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 KPGA지회의 설명이다.

KPGA직원들은 출장 근무 중 휴계시간 보장과 출장지 이동 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인력 충원 등의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출장 시 직원들의 1일 근로시간이 유동적으로 변화할 뿐 직원 개개인의 노동강도가 강화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KPGA경영진의 반박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KPGA경영진의 주52시간 편법 운영은 KPGA 코리안투어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직장 내 동성 성추행' 언론 보도되자 조합원 F직원에게 '보복인사'

지난 5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5월 21일 MBC 뉴스데스크 등 다수의 언론에서 KPGA에 재직 중인 K부장의 '직장 내 동성 성추행 사건'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K부장은 주로 사원, 대리급의 동성 부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무실 및 화장실에서 엉덩이를 쓰다듬거나 귓불을 어루만지는 등의 추행을 수년간 일삼아 왔다. KPGA지회 소속의 피해자들(9인)은 4월 2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K부장을 분당경찰서에 고소했고 해당 사건은 6월 3일 '피의자 혐의 인정되어' 검찰로 송치가 결정됐다.

해당 사건이 라디오, TV 및 각종 기사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자 협회장(구자철)은 개인 SNS에 '피해자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성추행 형사고발까지 … 누군가가 개인적 복수로 K부장을 모함했을지도 모르니 …참으로 한심하고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런 수준의 스태프가 지금껏 협회를 꾸려 온 것이니 남자프로골프의 현황이 이럴 수 밖에 없었다. 새술은 새부대에. 협회는 해체 수준까지 가는 개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이런 형편없는 협회를 왜 맡았을까하는 자괴감이 든다. 정말 한심한 조직이다'라는 등의 직원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이튿날 삭제했다.

이후 KPGA경영진은 방송 보도 닷새 뒤인 5월 26일 '언론 부실대응 및 보고 부재'의 사유를 명시하며 KPGA지회 조합원이며 마케팅팀과 미디어팀의 겸임 팀장이자 성추행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F직원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KPGA경영진은 이후 약 2개월 뒤인 7월 16일 F직원에게 기존에 통보했던 '언론대응 부실' 사유에다가 ▶부정채용 및 상사기망 ▶사업계획 보고지연 ▶마케팅 업무 과실 ▶인사명령 외부 유출 등의 각종 사유를 더하여 '정직 3개월' 로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F직원은 2020년 12월 경영진에게 'KPGA 우수사원'으로 표창까지 받았던 인물이었다. 이에 KPGA지회는 7월 21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이와 같은 사실을 공론화했다.

상기 내용이 방송 및 각종 언론에 보도되자 협회장은 개인 SNS에 '본인들 취재 의도대로 내보낼거면서 사실관계 확인 절차는 왜 밟나? … 만나면 좋은 친구가 왜 이꼴이 되었을꼬? 취재의도로 보면 네가티브 친구들만 만나야 반갑나보다 …정말 이 방송사는 스포츠담당들도 뭔가 밸이 꼬인듯한 사람들만 있는 듯. 만나면 이상한 친구'라는 등의 포스팅을 올려 해당 방송사를 비난하기도 했다.

KPGA지회는 7월 2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최근 협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태에 대해 협회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기를 촉구했지만, 협회장은 현실을 외면한 채 개인 SNS 포스팅에만 열을 올릴 뿐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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