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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흥행에 환경까지' 제주, 전북전서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박찬준 기자

입력 2021-10-25 09:27

수정 2021-10-25 14:33

'성적, 흥행에 환경까지' 제주, 전북전서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제주=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흥행과 성적은 물론, 환경까지 제주 유나이티드가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제주는 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정규라운드 최종전에서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경기였다. 이날 제주월드컵경기장은 모처럼 북적였다. 이날 준비된 3000석이 일찌감치 매진됐기 때문. 경기 전날인 23일 오후 2시 모든 좌석들이 예매를 마쳤다. 올 시즌 첫 매진이었다.

이번 경기를 위해 프런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발로 뛰는 마케팅으로 도 구석구석을 누볐다. 도내 미디어데이를 오랜만에 여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김경재의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로 승리를 챙겼던 직전 홈경기, 성남전의 기분 좋은 여파가 이어지며 도민들이 화답했다. 일찌감치 매진되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에 티켓이 거래되기도 했다. 제주 관계자는 "최근 있었던 올림픽대표팀 평가전 때보다 티켓 요청이 많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기대 이상의 열기에 티켓 추가 판매까지 고려됐다. 제주는 전체 좌석의 20%만 연 상태였다. 4000석까지 가능했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그대로 3000석을 유지했다.

뜨거운 열기에 선수들이 화답했다. 제주는 이날 화끈한 공격축구로 '최강' 전북을 괴롭혔다. 경기 전 "팬들이 행복해 하는 경기를 하겠다"는 남기일 제주 감독의 약속 대로, 재밌는 축구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제주는 선제골까지 넣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후반 막판 전북에게 연속골을 내줬다. 하지만 1-2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가 극장 페널티킥골을 성공시키며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점 1을 추가한 제주는 자력으로 파이널A행에 진출했다.

2019년 강등의 아픔을 맞은 제주는 2020년 승격에 성공한데 이어, 올 시즌에는 파이널A행까지 이뤄냈다. 남 감독 개인 커리어 첫 파이널A행이기도 했다. 남 감독은 "많은 팬들이 찾아주신 경기장에서 열심히 응원해주신 도민 분들 덕에 귀중한 승점 1점을 땄다. 흥분되는만큼 기쁜 경기였다. 팬 분들 덕분에 파이널A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 한가지 더, 이날 경기가 뜻깊었던 이유가 있다. 제주는 이날 고유의 오렌지색이 아닌 파란색 유니폼을 입었다. '제주바당'으로 불린 이 특별한 유니폼은 팬들과 함께 만든 플라스틱 재생 유니폼이었다. 제주는 '그린포인트 제도(경기장에서 투명 페트병을 반납하여 포인트를 쌓고, 포인트로 구단의 다양한 프로모션을 즐길 수 있는 제도)' 를 통해 당초 목표치 5000개를 상회한 1만9255개의 페트병을 모았고, 이를 통해 재생 유니폼을 제작했다. 그간 여러 재생 유니폼이 있었지만, 제주의 유니폼은 팬들이 직접 페트병을 모았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친환경 구단을 표방한 제주는 작년 10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도청과 함께 플라스틱 서포터라는 협약을 맺었다. 도민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고민하다, 이번 특별 유니폼을 기획했다. 중요했던 전북전에서 첫 선을 보였다. 제주제주의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한 이번 새로운 유니폼은 많은 호평을 받았다. 주민규도 "특별했다. 팬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졌고, 디자인도 예뻤다. 다음에도 이런 유니폼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주는 환경 사랑뿐만 아니라 연고지 밀착과 매력까지 담아내면서 지역사회와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경영 가치를 창출하고, '친환경' 스포츠마케팅의 새로운 기준을 선보였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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