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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할지…" 주민규가 밝힌 산책 세리머니의 진실

김가을 기자

입력 2019-06-20 07:20

"뭐라고 해야할지…" 주민규가 밝힌 산책 세리머니의 진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이타마(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걸 '산책 세리머니'라고 해야할지···."



'원샷원킬' 주민규(울산 현대)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상황은 이렇다. 19일, 주민규는 일본 사이타마의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우라와 레즈와 2019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에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오랜만에 나서는 경기. 의욕은 앞섰지만,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 주민규가 주춤한 사이, 홈팀 우라와 레즈가 선제골을 넣었다. 사이타마스타디움이 우라와 레즈를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를 악물었다. 주민규가 반격에 나섰다. 그는 전반 42분 이근호의 패스를 짜릿한 헤딩골로 완성했다. 골맛을 본 주민규는 무표정한 얼굴로 우라와 레즈 서포터즈 쪽으로 걸어갔다. 왼손을 귀에 댄 채였다. 어디서 많이 본 제스추어. 그랬다. 10년 전, 지난 2010년 박지성(은퇴)이 했던 산책 세리머니였다. 박지성은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을 앞두고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 친선경기에 나섰다. 그는 전반 6분 선제골을 넣은 뒤 상대 서포터스 앞을 아무 표정 없이 천천히 달려 지나갔다. 일본 관중석을 침묵에 빠뜨린 이른바 '산책 세리머니'의 탄생이었다.

10년 전 그날처럼 '산책 세리머니'를 완성한 주민규. 하지만 정작 본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유가 있었다. 주민규는 "골을 넣었는데 너무 조용해서 '골이 아닌가' 싶었다. 너무 조용했다. 그래서 나도 존중해 달라는 의미에서 귀에 손을 댔다"고 입을 뗐다.

물론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은 아니었다. 주민규는 "세리머니를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배들이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골을 넣으며 '산책 세리머니'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형들도 장난삼아 '골 넣으면 산책 세리머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물론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는 했다"며 웃었다.

그랬다. 형들의 증언이 이를 증명한다. 그라운드에서 세리머니를 함께 한 김보경은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 하는 건 한국에서 이슈가 됐던 부분이다. 경기 전에 특별히 세리머니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주민규가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벤치에서 그 장면을 지켜본 황일수는 "즉흥적이었다. 박지성 선배님의 '산책 세리머니'가 정말 유명하다"고 말했다.

형들의 말을 들은 주민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 "그냥 '산책 세리머니'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경기 전에 감독님께서 '한-일전 뛰어봤냐'고 물어보셨다. 생각해보니 가와사키 원정에서 한 1분 뛰었다. 이번에 사이타마에 와서 경기를 뛰게 돼 정말 설??? 한-일전이라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다. 한국을 대표해서 뛴다는 마음가짐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울산은 26일 홈에서 16강 2차전을 치른다. 주민규는 "출전 시간만 주어진다면 골을 넣을 자신감이 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며 "이제 전반이 끝났다. 홈으로 가서 후반전을 뛰어야 한다. 팬들 앞에서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울산에서 대승을 거두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이타마(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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