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운일까 실력일까, 되살아난 강원의 득점력 원천은?

이원만 기자

입력 2019-04-22 16:30

운일까 실력일까, 되살아난 강원의 득점력 원천은?
◇강원FC 이현식이 21일 제주 유니이티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8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19분 팀의 4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강원FC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운이 좋았다."



K리그1 강원FC가 달라졌다. 시즌 초반 극도로 침체됐던 득점력이 살아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K리그1 3연패에 리그 7라운드 동안 겨우 4득점에 그쳤던 팀이다. 김병수 감독이 추구하는 조직력, 패싱 축구가 골 결정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시점.

하지만 마치 마법에 빠진 듯 팀이 달라졌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17일 KEB하나은행 FA컵 32강전이었다. 강원은 불과 사흘 전 결정적인 VAR 오심 탓에 1대2로 졌던 FC서울과 리턴매치를 벌여 3대2로 복수에 성공했다. 한 경기 3골은 올해 강원의 최다골 기록이었다. 이 기록은 나흘 뒤 K리그1 8라운드에서 새로 쓰였다.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무려 4골을 몰아 넣었다.

더구나 이 경기에서 강원은 10명의 선수로 싸웠다. 전반 8분만에 미드필더 이재권이 거친 태클로 퇴장당한 뒤 거의 풀타임을 10명으로 싸웠다. 그러나 오히려 제주를 압도하는 힘을 과시했다. 득점력이 폭발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그간 강원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골 결정력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김 감독 역시 "2경기 연속(FA컵 포함) 3골 이상을 기록한 게 좋다"고 기뻐했다.

강원은 K리그1 7라운드와 FA컵, 그리고 8라운드까지 7일 동안 3경기에서 총 8골(1골-3골-4골)을 뽑아내는 무서운 화력을 과시했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김병수 감독은 제주전을 승리한 뒤 "우리가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3경기 동안 8골을 집중한 것을 정말 '운'으로만 볼 수 있을까.

물론 골이 터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행운도 따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슈팅이더라도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거나 골대 혹은 포스트에 맞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골은 실력과 운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터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실력'이 더 크게, 8~9할 이상 뒷받침 돼야 한다. '운'은 부가적인 요소다.

결국 강원의 최근 무서운 득점 행진은 선수들의 실력과 팀의 전술이 점점 더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김 감독은 4-4-2 시스템에 기반한 조직력 있는 공격을 추구한다. 중원에서 선수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공간 우위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골 찬스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팀이 고전할 때마다 "팀이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술을 만들고, 선수들이 익히고,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응용하는 단계까지 가는 데 적어도 1년은 걸린다"며 인내심을 보였다. 결국 그 인내심이 서서히 결실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고무적인 면은 최근 연이어 골을 터트리고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 '젊은 피'라는 점. 제주전에서 골을 기록한 강지훈과 김현욱, 김지현, 이현식의 평균 나이가 24세다. 여기에 시즌 초반 다소 겉돌던 외인선수 제리치도 점차 김 감독의 스타일을 받아들이며 팀에 녹아들었다. FA컵 32강에서 멀티골을 터트린 데 이어 제주전에서도 선발 출격했다. 비록 이재권 퇴장 후 전술 변화를 위해 조기 교체됐지만, 팀내 신뢰도는 이전에 비해 확실히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공격력 진화의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현재 7위인 강원의 상위 도약도 기대해볼 만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