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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흥민' 최적 자리는 원톱이다

박상경 기자

입력 2017-11-15 02:27

수정 2017-11-15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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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흥민' 최적 자리는 원톱이다
◇손흥민이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콜롬비아전에서 전반 선제골을 넣은 뒤 카메라를 향해 골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11월 A매치 2연전을 준비하며 가장 공들인 전술은 '손흥민 시프트'였다. 10월 A매치 2연전을 마친 뒤 소속팀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해리 케인의 공백을 메우면서 '킬러본능'을 유감없이 떨쳤다. 신 감독은 "토트넘 경기를 보면서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가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2연전에서 내놓은 '손흥민 시프트'는 최전방 공격수였다.



출범 뒤 4경기 연속 무승 중이었던 신태용호는 '무패'로 반전했다. 콜롬비아, 세르비아의 골문을 모두 열면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최전방 공격수' 손흥민을 볼 가능성도 높아졌다.

▶2연전서 드러난 조합의 희비

신 감독은 두 경기 모두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콜롬비아전에선 이근호(강원), 세르비아전에서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각각 파트너로 나섰다. 하지만 두 명이 나란히 서는 형태가 아닌 비대칭이었다. 측면 공격수,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움직임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포메이션은 4-2-3-1에 가까운 형태였다. 손흥민은 이근호 구자철과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상대 수비를 교란하고 찬스 상황에서 마무리를 짓는데 주력했다.

효과는 갈렸다. 콜롬비아전에서는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빠른 발을 앞세운 저돌적인 돌파와 폭넓은 활동량을 갖춘 이근호는 쉴새없이 측면을 파고들었고 손흥민의 숨통을 틔워줬다. 손흥민은 멀티골을 쏘아올리면서 최고의 결과를 썼다. 세르비아전에서는 구자철의 움직임이 애매하게 전개되면서 효과가 반감됐다. 구자철이 상대 압박에 막히면서 전체적인 공격 전개 속도가 늦어졌고 볼배급도 막히면서 손흥미이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와 볼을 받고 드리블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후반 중반에 접어들며 구자철이 측면으로 빠진 상황에서 몇 차례 좋은 장면이 나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원톱 손흥민'이 해답이다

두 경기를 종합해보면 결국 손흥민에게 '원톱'을 맡기는게 최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정력 뿐만 아니라 패스 전개, 드리블 등 '프리롤'을 맡겨도 손색이 없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 전방에서 활동폭을 넓혀주는게 득이 될 만하다. 이근호처럼 빠르고 측면 이해도가 높은 선수를 함께 배치해 동선을 살려주면서 윙어 효과까지 누리는 전략도 긍정적이지만 결국 손흥민을 좀 더 앞세우는게 효율성 면에서는 낫다. '포스트플레이'까지 펼치는 전형적인 원톱의 역할 대신 변칙적인 움직임으로 운용폭을 넓힌다면 효과는 충분히 드러날 수 있다.

손흥민도 '감'을 잡은 눈치다. 손흥민은 "이번 경기들을 준비하며 내가 대표팀에서 해야 할 임무를 확실히 알았다"며 "골대와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위협적인 상황이 자주 생겼다. 아무래도 측면은 공간의 한계가 있다. 내게 패스를 넣어줄 권창훈(디종) 이재성(전북 현대)과 같은 선수들이 있기에 최전방 공격수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근호 구자철과의 호흡을 두고는 "(이)근호형과 (구)자철이형은 (플레이스타일이) 다르다. 그래도 두 명 모두 함께 뛰면 편하다. 같이 움직이면 (공격 임무나 상대 수비가) 분산이 되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과제 '짝꿍 찾기'

11월 A매치 2연전을 통해 '손흥민 활용법'도 '심화과정'을 거치게 될 전망이다. 내년 3월 전까지 손흥민이 없는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손흥민을 받칠 처진 스트라이커 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을 책임질 윙어, 2선에서 중심을 잡아줄 미드필더 조합을 찾아야 한다. 콜롬비아, 세르비아전에서 손흥민과 호흡해 좋은 효과를 냈던 기성용(스완지시티) 권창훈이 빠지는 상황도 고려를 해야 한다.

동아시안컵과 내년 동계 전지훈련 일정에 동행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적이다. K리거 중에선 이근호 이재성이 첫손에 꼽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콜롬비아전에서 손흥민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이근호는 일찌감치 본선행 눈도장을 찍은 모양새다. 신 감독은 이들 외에 측면 뿐만 아니라 중앙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발굴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손흥민과 나란히 설 공격수를 찾는 작업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A매치에 승선했던 이정협(부산) 외에도 황의조(감바 오사카) 김신욱(전북 현대) 등이 후보로 꼽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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