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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벨기에 투비즈 구단주 심찬구 "SM 이수만 회장 처럼,,,"

노주환 기자

입력 2017-09-20 16:02

수정 2017-09-2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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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투비즈 구단주 심찬구 "SM 이수만 회장 처럼,,,"
투비즈 심찬구 구단주 사진제공=스포티즌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47)가 벨기에 프로축구팀 AFC 투비즈를 인수한 지 3년이 지났다. 투비즈는 현재 2017~2018시즌 퍼스트 디비전B(1부와 2부 사이 같은 개념)에 속해 있다. 심찬구 대표가 구단주인 투비즈는 지난 17일 정규리그 6경기 만에 리어세를 2대0으로 제압, 시즌 첫승을 올렸다. 지난달 FC서울에서 투비즈로 임대간 황기욱이 결승골을 넣었다.



심찬구 대표는 척박한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 10년 이상 살아남았다. 2000년대 초반, 지금의 스포티즌을 만들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마케팅 컨설팅사로 성장시켰다. 대학(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돈이 안 되는 국내 스포츠에서 도전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처음 500만원 짜리 컨설팅을 시작으로 이제는 유럽 클럽의 구단주까지 올라섰다. 그렇지만 여전히 배고프다. 새로운 영역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 쉼없이 돌아다닌다. 그는 "한국의 지정학적 포지션을 잘 살리면 유럽의 벨기에 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를 최근 서울 스포티즌 본사에서 만났다.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지 며칠 되지 않아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수많은 명함 중에서 스포티즌 대표이사와 투비즈 구단주 두 직책이 찍힌 명함을 내밀었다. 심찬구 대표는 이밖에도 퍼포먼스 트레이닝 센터 XION 대표이사, 종합 입식 격투기 국가대항리그 ICX 대표이사 등으로 다양한 일을 벌여놓았다.

-한국에서 스포츠마케팅으로 돈벌기 어렵지 않나.

▶주변에서 "힘든 거 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10년 이상 했고, 또 앞으로도 할 거다. 우리나라가 땅만 작지 시장까지 작다고 보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 이란 큰 시장 사이에 있다. 여러가지 프로스포츠가 있고, 스포츠에 돈 쓰는 기업도 많고. 스포츠 미디어도 발달돼 있다. 단 우리나라 스포츠가 구조적으로 태생적으로 한계는 있다. 뿌리가 약하다고 봐야 한다. 선 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스포츠의 존재 이유를 좀더 고민해야 한다. 스포츠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이 여전히 부족하다.

-스포티즌은 지금 어느 정도까지 성장했나.

▶냉정하게 말해 발전 속도가 늦다. 2000년대 초반 처음엔 4명이 오피스텔에서 시작했다. 첫해 1억원도 못 벌었다. 첫 프로젝트가 골프대회 컨설팅이었는데 500만원 짜리였다. 지금은 직원 50명에 매출액 200억원이 조금 안 된다. 엔터테인먼트, 교육 사업을 했다면 벌써 부자가 됐을 거다. 대학 때 지금 처럼 열심히 과외만 했더라도 이 보다는 더 벌었을 거다. 우리 회사가 좀 컸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어떤 부분이 힘들었고,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스포츠마케팅은 대행업이다. 수수료 따먹기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컨설팅비가 너무 박하다. 일의 양은 많은데 수입이 적다. 그래서 연구를 했다. 10년 정도 지나면서 수익을 더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근 문화 사업, 해외 사업을 보면서 직접 '시행'을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행만 해가지고는 안 됐다.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프로듀서, 대주주)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스포츠도 그런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다. 유럽도 미국도 그렇게 한다. 우리는 여전히 컨설팅을 하면서 새로운 곳으로 일을 확대하고 있다. 그래서 2014년 투비즈도 인수했고, 골프 축구 등 여러 종목에서 선수를 발굴해서 투자하고 있고, 또 퍼포먼스 트레이닝 센터도 만들었다. 더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아직 우리 한계가 있다.(신태용호의 주축 수비수로 떠오른 전북 현대 김민재가 스포티즌 소속이다.)

-앞으로 10년 뒤 스포티즌은 어떤 모습일까.

▶작년에 중국에서 러브콜이 많았다. 돈을 투자하고 싶다는 제안도 있었다. 중국 내수 시장도 크고, 여러가지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겠다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런데 '사드' 사태로 올 스톱된 상황이다. 앞으로 우리 사업은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로 갈 수 있느냐가 변수다. 국경을 넘나들며 일을 해야 한다.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투비즈는 우리가 만든 좋은 플랫폼이다. 유럽에선 이미 흔한 프로젝트다. 우리나라 전체가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된다. 이미 벨기에리그에선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다. 카타르, 중국, 태국 돈이 투자되고 있다. AS모나코(프랑스 1부 클럽)도 벨기에 구단을 사서 투자하고 있다.

투비즈는 최근 FC서울과 첫 '협업'을 시작했다. 서울 1군에서 뛸 자리가 적었던 황기욱을 투비즈로 임대보냈다. 황기욱은 이재건과 함께 투비즈에서 매경기 선발 출전하고 있다. 황기욱은 달라진 환경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투비즈에서 축구를 하면서 기량이 엄청 늘 것 같다"고 했다. 투비즈는 K리그 구단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타진하고 있다. K리거들의 유럽리그 진출을 위한 플랫폼으로 투비즈가 적극 활용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또 중국 지방 정부와 선수 육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중국 유망주를 투비즈로 데려가 나중에 중국 A대표까지 키워내고 싶은 것이다.

-3년 전 왜 유럽의 작은 나라 벨기에리그에 관심을 가졌나.

▶투비즈 인수 전에 여러 곳을 봤다. 이탈리아, 헝가리, 포르투갈 등을 두루 살폈다. 무조건 '오픈 마켓'을 찾았다. 벨기에는 외국인 선수 제한이 없다. 포르투갈은 벨기에 보다 시장이 더 열려 있지만 굉장히 상업적이었다. 외국인인 내가 들어가서 버티기 어려울 것 같았다. 대신 벨기에는 시장이 열려 있지만 규정이 잘 갖춰져 있어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우리 말고도 다른 해외 자본이 많이 투자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을 평가한다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본다. 부족한 절반은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다. 잘한 절반은 현지 정착을 잘 했다는 점이다. 그쪽 사람들이 내 얘기를 잘 들어준다. 벨기에 쪽에선 빨리 1부에 올라가라고 한다. 우리 팀은 현재 코칭 스태프가 5명까지 늘었고, 유소년 시스템도 만들었다. 1년차 때는 적응하느라 보냈고, 2년차 때는 리그 후반부에 힘이 달려 고전했다. 또 이번 시즌부터 우리 리그 참가팀 수가 18개에서 8개로 줄었다. 8개 중 1위팀이 1부로 승격한다. 2~4위팀이 1부 하위권팀과 맞붙어 1위가 되면 유로파리그 출전 자격을 얻는다. 또 지난 시즌부터 전경기 중계가 시작됐다. 그러면서 올해 다른 팀들의 예산이 2배씩 뛰어 올랐다. 많이 쓰는 팀은 100억원 이상 쓴다. 투비즈는 한 시즌에 45억원 정도 쓴다. 우리는 돈으로는 안 된다. 벤피카 우디네세 마르세유 등과 제휴를 맺으려고 한다.

-돈벌이가 언제부터 되나.

▶BEP(손익분기점)를 못 맞췄다. 지금까지는 투자였다. 올해도 어렵다. 내년에는 맞춰보려고 한다. 투자한 돈을 한꺼번에 뽑을 수는 없겠지만. 1년 예산을 먼저 맞추려고 한다. 구상한 대로 굴러간다면 예산을 지금 보다 줄이면서도 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K리그에 대한 솔루션을 듣고 싶다.

▶조심스럽다. K리그는 소유 구조의 한계가 있다. 또 비즈니스 동기부여가 잘 안 된다. 구단 리더십도 약하다. 또 한시적으로 팀을 운영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돈을 줄 모기업과 지자체가 있다는 게 장점일 수도 있다. 여기다 "더 벌어서 쓴다"는 비즈니스 개념을 더하면 좋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인 장점을 살려야 한다. 이웃 중국과 일본을 이용해야 한다. 국제적인 전략들이 나와야 한다. 지금 같은 콘텐츠 접근 방식으로는 안 된다. 뉴미디어를 이용해서 훨씬 싸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전략을 새로 짜야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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