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5년차 골키퍼인 윤평국(25·광주FC)가 그랬다. 5시즌 동안 출전 횟수를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인천대 재학 중이던 지난 2013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권정혁 조수혁 유 현 등 경쟁자들의 벽은 높기만 했다. '그라운드의 안방마님'인 골키퍼 자리는 주전이 정해지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특수 포지션'이다. 입단 후 두 시즌 간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윤평국은 이듬해 군입대를 택했다. 상주 상무 입단 첫해였던 2015년 두 경기를 뛰면서 비로소 프로에 데뷔했으나 그게 끝이었다. 지난해 9월 전역하기까지 벤치에도 앉지 못한 채 내무반만 지켰다. 돌아간 친정팀에도 여전히 그의 자리는 없었다. 인천과 계약이 만료된 윤평국에게 손짓을 한 팀은 광주였다. 하지만 광주도 윤보상이라는 부동의 안방마님이 버티고 있었다. 무적 신세가 된 윤평국에겐 '2인자 자리'도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느닷없이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24일 전남전에서 윤보상이 부상하면서 빈 자리를 대신했다. 또 다른 백업 골키퍼 최봉진까지 부상한 상황. 강원FC 원정을 앞둔 남기일 광주 감독이 꺼내들 카드는 윤평국 뿐이었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윤보상 최봉진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나머지 백업인 박한빈은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신예다. 윤평국마저 없었다면 큰일날 뻔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첫 출전에 해피엔딩까지 기대하긴 무리였다. 윤평국은 페널티킥을 포함해 2실점을 하면서 혹독한 첫 선발 신고식을 치렀다. 두 차례 실점 모두 불가항력이었지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온 그의 입장에선 아쉬움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남 감독은 "초반에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감을 보여줬다"며 "고참급 선수인데 골문에서 제 역할을 잘 해줬다"고 윤평국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