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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진 이정협, 이젠 벼랑 끝이다

박상경 기자

입력 2016-08-25 18:28

평범해진 이정협, 이젠 벼랑 끝이다
◇이정협.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당연한 결과였다.



슈틸리케호의 9월 승선자 명단에 이정협(25·울산 현대)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지난 6월 A매치 2연전에 이은 또 한 번의 좌절이다. 이정협이 빠진 자리에는 석현준(25·포르투)과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 섰다. 시리아전 개최지가 레바논에서 마카오로 변경되면서 석현준이 하차했다. 그러나 대체선수는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채움' 대신 '비움'을 택했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매번 '소집 1순위'로 꼽혔던 이정협의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의미하는 순간이었다.

이정협은 올 시즌 현재 K리그 클래식 22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득점은 3골에 불과하다. 소속팀 울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결실이 없다.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견제와 골키퍼들의 선방 만을 탓할 순 없다. '경쟁'을 강조해온 슈틸리케 감독 입장에선 이정협을 부를 '명분'이 없었다.

이정협 본인도 마음을 비웠다. 사실 이정협은 지난달 원 소속팀 부산 복귀와 해외 무대 진출의 갈림길에 섰다. 환경의 변화가 경기력 향상과 더불어 대표팀 복귀라는 결과물로 나타날 거라는 주위의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이정협은 스스로 백의종군의 길을 택했다. '울산에서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그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엔 소속팀 울산에서의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윤정환 울산 감독은 지난달 기니비사우 대표팀 공격수 출신인 외국인 선수 멘디를 영입했다. 이정협이 선발로 나서고 멘디가 후반 조커로 기용되는 로테이션이 이어졌다. 하지만 멘디가 윙어 코바와 빠르게 발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역할 배분도 조정되고 있다. 앞선 수원FC, 상주전에선 멘디가 선발로 나서고 이정협이 후반 교체되는 '역전현상'까지 일어났다.

윤 감독은 '극복'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사실 이럴 때는 옆에서 조언해주면 더 힘들다. 지켜보고 본인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며 "사실 (이)정협이는 경험이 부족한 선수다. A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면서 공격수로서 존재감이 커졌지만, 사실 프로 경험은 이제 막 시작된 거나 다름 없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서야 한다. 힘든 과정도 겪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멘디와의 경쟁 역시 자극제가 되길 바라는 모습이다.

이정협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울산에서 시즌을 마치면 원소속팀인 챌린지(2부리그) 부산으로 복귀해야 한다. 남은 클래식 일정에서 반전해야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출전이란 꿈도 이룰 수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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