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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포항, 일찍 성사된 ACL 클래식 더비 '잘 만났다!'

하성룡 기자

입력 2014-04-2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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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포항, 일찍 성사된 ACL 클래식 더비 '잘 만났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에서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K-리그 클래식 더비가 성사됐다.



전북은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0대0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디펜딩 챔피언' 광저우 헝다(중국·승점 10)에 조 1위를 내준 전북(승점 8)은 G조 2위를 차지하며 E조 1위 포항과 8강행 티켓을 두고 대결을 펼치게 됐다. 16강 1차전은 다음달 6일 전북의 홈에서, 2차전은 13일 포항에서 열린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연속 ACL 결승 진출 팀을 배출한 K-리그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는 '이른 만남'이다. 그러나 전북과 포항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서로 벼르던 승부란다. 두 팀 사령탑의 속 마음도 '잘 만났다'다.

▶포항의 이야기

전북-멜버른전을 유심히 지켜본 황선홍 포항 감독은 전북의 16강행이 확정되는 순간 머릿속에서 '호주 원정'에 대한 구상을 아예 지워버렸다. "호주 원정보다는 낫다." 전북과의 대결은 악재보다 호재가 많았다. 전북이 탈락했다면 포항은 호주 멜버른까지 20시간이 넘는 장거리 원정을 떠나야 했다. 스쿼드가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 멜버른 원정은 악재 중 악재였다. 황 감독은 시즌 전 '절대 1강'으로 불리던 전북이 '그저 그런 팀'으로 전락한 이유를 잘 알고 있다. ACL과 리그에서 2연승을 질주 중이던 전북은 지난 3월12일 멜버른 원정(2대2 무)을 다녀온 뒤 급격하게 추락했다. 멜버른 원정 이후 2주 동안 4경기에서 1승1무2패를 기록했다. 시차는 물론 장거리 비행이 독이었다. 이철근 전북 단장은 "멜버른 원정의 피로는 상상 이상이다. 회복하는데 한달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전북 덕분에 지옥의 원정길을 피하게 됐으니 황 감독은 전북이 고마울 수 밖에 없다.

황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전북에 좋은 기억도 많다. 2011년 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전북과의 13차례 맞대결에서 9승(1무3패)을 수확했다. 최근 전적에서도 4경기 연속 무패(3승1무·FA컵 결승전 승부차기 승은 무승부로 처리) 중이다. 위기 때마다 보약이 됐다. 지난해 후반기 초반 부진 속에 치른 FA컵 결승전에선 승부차기 접전 끝에 전북을 넘어 우승을 차지했다. 이 힘이 클래식 제패로 이어져 사상 첫 한 시즌 더블(리그-FA컵 동시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올 시즌에도 포항은 전북과의 첫 대결에서 3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초반 흔들리던 상황에서 전북전 역전승을 발판삼아 리그 7경기 무패행진(6승1무)을 기록 중이다. 포항 선수단 사이에서도 전북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황 감독이 경계하는 건 오직 하나, 자만이다. "ACL 16강부터는 토너먼트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전의 내용과 결과는 무의미 하다.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전북의 이야기

지난해 FA컵 기억만 떠 올려도 진저리가 난다. 추락도 그 때부터였다. 안방에서 포항에 FA컵 우승컵을 내준 뒤 전북은 리그 7경기에서 2승1무4패를 기록했다. 리그 우승을 다투던 전북은 FA컵 석권까지 노리던 상황에서 순식간에 빈털터리 신세로 전락했다. 올해 복수를 노렸다. 시즌 첫 대결, 복수의 칼을 꺼내보지도 못했다. 리그 첫 패배를 포항에 당했다. 갚아야 할 빚이 산더미다.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그래서 최강희 전북 감독은 포항이 16강 상대로 정해진 것을 더욱 반겼다. "전북이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결과가 안 좋았다는 것은 나도 알고 팬도 다 알고 있다. 특히 FA컵에서 아픈 기억이 있다. 어차피 결승에 진출하기 전에 한 번은 만나야 하는 팀이다. 오히려 일찍 만난게 좋다. 준비를 잘 하겠다." ACL 우승을 노리는 전북에 포항은 넘어 서야 할 상대 중 한 팀일 뿐이다. 최 감독은 단기전 경험도 풍부하다. 2006년, ACL 우승을 경험했다. "16강부터는 토너먼트 경기고 180분을 나눠서 준비해야 하는 경기다.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철저하게 경기를 준비할 것이다." 단기전 경험이 적은 황 감독과의 지략 대결을 예고했다.

전북은 ACL 8강 진출을 자신하고 있다. 앞선 패배를 변명할 핑계도 있다. 전북 관계자는 "선수들끼리도 'FA컵에서는 이동국 이승기가 모두 부상으로 결장했고 올시즌 첫 대결에서도 이승기가 부상으로 빠졌다. 이번에는 두 명이 모두 나설 수 있으니 무조건 이긴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이동국도 친정팀 포항을 향해 이를 갈고 있다. "서로 잘 아는 팀끼리 대결하니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팀이 8강에 올라가야 한다. 이번에는 진검 승부를 하도록 하겠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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