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현수 인터뷰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7.09/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임현수(26)는 최근 백지였던 필모그래피에 '봄밤'이라는 두 글자를 추가했다.
임현수는 깨끗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배우다. 운명처럼 FNC엔터테인먼트의 소속 배우가 됐고, 또 운명처럼 배우로서 첫 작품인 MBC 수목드라마 '봄밤'(김은 극본, 안판석 연출)의 출연 기회를 얻었다. 임현수는 이정인(한지민)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를 이뤘던 유지호(정해인)의 친구이자 권기석(김준한)의 후배인 최현수 역을 맡아 생활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봄밤'은 현실적인 연애를 그려낸 드라마로, 자체 최고 시청률 9.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극중 임현수가 연기한 최현수는 한솔은행 본사 심사과 대리로, 인정이 많고 활달해 주변에 사람이 많지만, 간혹 물색없는 '싸구려' 입이 화를 자초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주변에 꼭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캐릭터이자, 삼각관계의 화를 부르는 배역이었던 최현수에 시청자들 역시 감정이입을 하며 드라마를 지켜볼 수 있었다.
임현수는 최근 서울 양천구 스포츠조선 사옥을 찾아 '봄밤'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현수는 첫 작품인 '봄밤'을 통해 백지였던 필모그래피에 뜻깊은 한 줄을 채울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임현수는 "오디션에 합격하고 가장 처음 나왔던 말은 '감사하다'였다. 집에서도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셨고, 연기를 반대하셨던 아버지도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제 사진을 올리시고 '우리 아들이 언제 어디서 나오니 많은 시청을 부탁드린다'고 써두셨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진짜 열심히 연기하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안판석 감독님의 작품을 처음 들어와서 잘 끝냈는데, 그 덕분에 제 프로필에 한 줄이 추가가 됐다. 이 한 줄은 어떻게 보면 평생 연기 생활에 있어서 밑거름이 될 것 같다. 정말 중요한 양분이고, 이번에 너무 큰 것을 배우고 너무 많은 것들을 배웠다. 연기에 대한 것도 배웠지만,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그런 것들이 연기자로서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배운 시간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현수가 연기한 최현수는 등장인물 소개처럼 '싸구려 입'으로 분란을 만드는 인물. 입이 싸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그만큼 친구인 유지호와 선배인 권기석을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초반에 있던 비판적 시선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자신을 이해하는 시선들이 많아져 흐뭇함을 느꼈다는 그다. 임현수는 "처음에는 진짜 속상했다. 많은 분들이 욕을 하니 그런 걸로 상처받았다.안 그래도 본명이랑 극중 이름이랑 같아서 저한테 욕하는 거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아니더라. 최현수라는 캐릭터에 빠져서 말해주니까 그런 관심에 대해 감사했고, 아무래도 현수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예뻐하는데,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큰 거 같더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현수를 귀여워해준다. 입은 싸지만 마음은 싸지 않은 것을 모두가 안다. 지호랑 계속해서 가장 친한 사이였고, 분명 그 사이에 10년 넘는 시간 동안 지호에게도 현수에게도 힘든 일이 있을 텐데 그 사이에 현수가 힘든 사이에 지호는 제 편을 들었고 현수가 입이 싸도 지호 친구다. 마음까지 싼 사람은 아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걸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막 욕하고 그런 것들도 지금은 되게 웃으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데뷔작이다 보니 촬영장의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새로운 부분이었을 것. 아직은 어리숙한 신인배우인 임현수에게 김준한과 정해인은 한줄기 빛이었다. 임현수는 "첫 촬영 들어가기 전에 데뷔작이고 배우 선후배 관계나 촬영장에서의 저의 신인의 태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고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첫 촬영 날에 되게 긴장해서 갔는데 현장에서 많은 스태프와 감독님, 그리고 김준한 선배님이 따뜻하게 대해줘서 그 순간 긴장도 많이 누그러졌다. 김준한 선배님이 신 들어가기 전에 리허설 해보자고. 캐릭터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목적으로 나아가면 좋을지에 대해 그 시간동안 촬영 전에 장소에서 좀 많은 얘기를 손 내밀어주셨다. 그래서 정말 좋은 촬영 스태프들과 함께 할 수 있었고, 일하러 오셨던 많은 분들이 저를 배려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런 것을 느끼며 제가 괜히 두려워했고 긴장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마지막 촬영 후에는 해병대 전역자인 임현수도 울컥할 정도로 감정이 올라왔다고 했다. 그러나 "사나이는 울지 않는다"는 일념으로 눈물을 꾹 참아냈다는 그다. 임현수는 "저는 안 울 줄 알았는데 저의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꽃다발을 받았다. 스태프들과 감독님이 저를 많이 축하해주셨다. 그때 마음이 울렁거리더라. 물론 저도 감수성이 예민하고 영화를 보면서 울 때가 많지만, 남들에게 비춰지는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울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꽃다발을 받고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해주니 울컥하더라. 바로 도망쳤다. 뒤로 돌아가서 눈물을 휴지로 한 번 닦아냈다. 제가 또 그 자리에서 울고 그런다면, 혹시나 저를 배려하시던 분들의 촬영에 지장이 올까봐 걱정했다. 밖으로 뛰어나와서 참았다"고 에피소드를 밝혔다.
임현수에게 '봄밤'이 의미있는 작품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정해인'이었다. 해병대에서 정해인의 연기를 보며 팬이 됐다는 그는, 정해인의 팬카페에 '핸님현수'라는 닉네임으로 "1년 뒤 꼭 같이 작품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 바람과 의지가 이뤄진 것이 바로 '봄밤'이었던 것. 스스로를 '성덕'이라고 칭하는 그는 정해인과의 연기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도 했다. 임현수는 "정해인 선배는 제 인생을 많이 바꿔준 사람이다. 촬영을 하면서 정해인 선배의 집에 가서 식사도 하고 많은 얘기도 나눌 수 있었는데, 후배에게 많은 말을 해주고 신인들의 생각에 대해 공감해주고 경청해주셔서 감사했다. 저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후배가 생긴다면,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정해인과의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웰메이드 작품으로 첫 스타트를 끊은 임현수는 당장 주연에 대한 욕심보다는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임현수는 "주연에 대한 생각은 없다. 좋은 역할이 작품의 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잘 어울려서 역할 안에서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즐겁다. 저에게 어울리는 캐릭터가 나온다면 좋을 것 같지만, 연기 인생에 있어서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고, 제가 풍부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며 "스릴러는 물론이고 사극도 해보고 싶다. 수식어가 붙는 선배 배우들이 정말 부럽더라. 연기를 '진심'으로 한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됐고, 저도 백지 위에 선을 하나 그은 것이니, 앞으로 더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많이 배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임현수는 꿈의 작품이던 '봄밤'을 마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차기작을 위한 오디션에 열중할 예정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