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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추모할 자유' 가져간 故조민기..남겨진 이들의 고통

문지연 기자

입력 2018-03-11 10:27

수정 2018-03-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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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할 자유' 가져간 故조민기..남겨진 이들의 고통
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추모의 자유'를 빼앗은 것은 이를 지켜보는 피해자도, 네티즌도 아닌 조민기 자신이었다.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던 조민기가 지난 9일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지난 9일 오후 4시께 아내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김선진 씨가 쓰러져 있던 조민기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조민기는 서울 광진구의 한 오피스텔 지하 1층 창고에서 쓰러져 있던 상태였다. 고인의 빈소는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04호실에 차려졌다.

고인의 장례는 전과정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가족들을 보호함과 동시에 시선을 신경쓰는 조문객들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비공개를 경정했다는 해석이다. 앞서 정일우 등 배우 후배들은 SNS를 통해 추모의 메시지를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한 바 있다. 정일우는 SNS를 통해 검은 바탕의 사진과 더불어 'Pray for you'라는 글귀를 올려 고인을 추모했다. 지난 2014년 방송됐던 MBC '황금무지개'를 통해 부자 호흡을 맞춘 바 있기에 '성추행 의혹'을 떠나 연기를 함께했던 후배로서 고인을 추모했다는 것. 그러나 이런 애도 또한 성추행 의혹이 일고 있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이며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안길 수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온라인 상에서의 조문뿐만 아니라 장례식장을 직접 찾는 이들 역시 시선을 의식하는 중이다. 장례식장을 찾았던 한 연예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에 "아무래도 현장에 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 배우들 역시 취재진이 없는 늦은 시간에 방문하거나 눈에 띄더라도 이름이 기사에 나오는 것을 꺼려하는 중"이라며 "성추행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걱정하는 것도 있고 괜히 화제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도 있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추모라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으면 좋겠다"며 "가해자에 대한 옹호가 아니라 한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하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들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아내 김선진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한 관계자도 적지 않다는 설명도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선배이자, 좋은 연기자 동료였던 고인일 것. 지난 2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연기 활동을 지속했던 만큼, 누군가에게는 은인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좋은 선후배일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개인적인 애도나 추모 역시 무차별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기억'을 남긴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픔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마음 놓고 애도할 기회, 추모할 자유를 가져간 것도 결국에는 고인이다. 그를 애도하고 추모하고자 하는 이들이 대중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고인이 생전에 만든 '성추행 의혹'이 이유가 됐기 때문. 또 사회적, 법적 책임을 다 하겠다고 밝혔던 그가 경찰 소환을 3일 정도 앞둔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서 피해자들에게 두 번의 상처를 안겼다는 것도 비난을 피할 수는 없는 이유다.

한편 조민기는 지난달 20일 자신이 조민기는 지난 20일 새벽 불거진 '청주대 학생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에 응할 예정이었다. 최초 의혹 제기 이후 조민기는 "명백한 루머"라는 입장을 지켰지만, 이어진 폭로들로 인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또 조민기는 청주대 학생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커피숍 직원의 강간 미수 의혹을 포함, 음란 카톡 등에 대한 폭로도 이어져 12일 경찰 소환을 앞두고 있었지만, 고인의 죽음으로 인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고 조민기의 빈소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204호에 마련됐다. 가족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으며 발인은 12일 오전 6시30분이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에 마련된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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