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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마음의빚 갚은 국민배우" 올 첫 1000만 달린 '택시'

박현택 기자

입력 2017-08-2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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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빚 갚은 국민배우" 올 첫 1000만 달린 '택시'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휴먼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더 램프 제작)가 개봉 19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취재한 '푸른 눈의 목격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제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만든 '택시운전사'. 지난달 26일 개봉한 액션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에 이어 지난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올여름 두 번째 텐트폴 영화로 등판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올해 개봉작 중 최고 흥행 기록이자 첫 1000만 돌파 영화로 거듭난 '택시운전사'. 이러한 '택시운전사'의 1000만 돌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 올해 첫 번째 1000만 기록

'택시운전사'는 2일 만에 100만, 3일 만에 200만, 4일 만에 300만, 5일 만에 400만, 7일 만에 500만, 8일 만에 600만, 11일 만에 700만, 13일 만에 800만, 14일 만에 900만명을 동원하며 8월 극장가 적수 없는 흥행세를 과시했고 마침내 개봉 19일째인 20일 오전, 누적 관객수 1000만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올해 최단 기간·최다 관객을 끌어모은 '택시운전사'는 한국영화로는 15번째, 외화를 포함한 기록으로는 19번째 1000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올해 스크린 흥행작 중 '택시운전사' 종전의 기록은 지난 1월 설날 개봉한 '공조'(김성훈 감독)의 781만7459명. '택시운전사'를 통해 무려 7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 펼쳐진 셈이다.

사실상 올해 스크린에 대해 영화계 안팎에서는 1000만 영화 탄생이 힘들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로 충무로는 혹한기였다. 상반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연달아 메가 히트를 터트렸던 것과 달리 충무로 신작들은 관객에게 외면받기 일쑤였던 것. 변변치 않았던 충무로가 기대를 걸 수 있는 유일한 시즌이 여름.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 스크린 역시 충무로 블록버스터들이 포진하면서 1000만 영화 탄생을 기대하게 했지만 이 또한 초반 여러 논란으로 인해 '군함도'가 실패하면서 적신호를 켰다.

하지만 '택시운전사'는 달랐다. '군함도'와 달리 관객을 온전히 설득하는 데 성공한 '택시운전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입소문이 퍼지면서 무섭게 관객을 끌어모았다. 결국 입소문은 입소문을 더해 매 1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고 그 결과 1761만3682명을 동원해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꼽힌 '명량'(14, 김한민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속도, 지난해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연상호 감독)과 같은 속도로 올해 의미 있는 첫 번째 1000만 기록을 세웠다.

▶ '국민배우' 송강호의 세 번째 대기록

믿고 보는, 장르가 곧 송강호인 '국민배우' 송강호가 '택시운전사'를 통해 다시 한번 대기록을 세운 점도 눈길을 끈다. 송강호가 '택시운전사'에서 연기한 김만섭은 독일 손님을 태우고 광주로 간 서울의 택시운전사이자 가난 속 11살 딸 은정(유은미)을 키우는 홀아비다. 밀린 월세 독촉에 시달리던 중 독일 손님을 태우고 광주를 갔다가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큰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광주로 향하는 인물인 것. 광주로 향하는 길 사우디 건설 현장에서 익힌 짧은 영어로 외국 손님인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와 소통하는 김만섭의 모습은 초반 남녀노소 관객의 웃음을 담당했고 낯설기만 했던 '푸른 눈의 목격자'를 향해 마음을 열면서 광주의 현실을 직시하는 소시민 김만섭의 모습은 후반 눈물샘을 자극했다.

앞서 송강호는 영화 '살인의 추억'(03, 봉준호 감독)으로 525만명, '괴물'(06, 봉준호 감독)로 1301만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08, 김지운 감독)으로 668만명, '박쥐'(09, 박찬욱 감독)로 223만명, '의형제'(10, 장훈 감독)로 550만명, '설국열차'(13, 봉준호 감독)로 934만명, '관상'(13, 한재림 감독)으로 913만명, '변호인'(13, 양우석 감독)으로 1137만명, '사도'(15, 이준익 감독)로 624만명, '밀정'(16, 김지운 감독)으로 750만명을 모으는 등. 그야말로 충무로의 전후후무한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필모그래피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를 더하며 흥행사(史) 방점을 찍었다.

이미 송강호는 지난해 주연작 합산 1억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매 작품 전매특허라 불리는 소시민 페이소스로 관객을 웃고 울렸는데 이번 '택시운전사' 역시 특유의 소시민 연기로 1000만 관객을 사로잡은 것. 그리고 '효자동 이발사'(04, 임찬상 감독) '변호인' '밀정' '택시운전사'까지 유독 근현대사의 아픔과 비극을 온몸과 온정신으로 다뤄왔던 송강호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까지 세 번째 1000만 대기록을 세운 송강호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충무로 최고의 '연기 신(神)'임을 또 한 번 입증했다.

▶ 1000만 '마음의 빚'이 가져온 신드롬

'택시운전사'의 1000만 기록이 가진 마지막 의미는 바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마음의 빚'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을 전후로 광주와 전남 일대에서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며 전개한 민중항쟁이었다. 당시 전남대와 조선대 학생들의 주도로 시민들과 함께 대규모 가두 정치집회를 열었고 이런 시위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신군부가 공수부대를 투입, 시민과 학생들을 향해 무차별한 학살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았던 그 날의 광주였지만 삼엄한 언론 통제 속 광주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많은 왜곡은 물론, 이러한 시대적 비극을 잊고 지나쳐왔던 가운데 '택시운전사'가 등장한 것.

비극의 역사를 영화 전반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각성하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집요하게 보여준 '택시운전사'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마음에 품고 있었던 빚을 해소해주는데 일조했다. 실제로 주연배우인 송강호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택시운전사'를 선택한 이유도 과거 진실을 직시하지 못한 '마음의 빚' 때문이었다고. '택시운전사'의 1000만 돌파로 비로소 빚을 갚게 된 송강호, 그리고 1000만 관객이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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