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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윤여정 "이재용 감독과 제목가지고 많이 싸웠다"

고재완 기자

입력 2016-09-3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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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이재용 감독과 제목가지고 많이 싸웠다"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배우 윤여정은 올해 우리나이로 70세다. 하지만 충무로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후배 여배우들에게도 귀감이 될 정도로 종횡무진 활약중이다. '장수상회' '계춘할망'에 이어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죽여주는 여자'에서도 주연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윤여정의 신작 '죽여주는 여자'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박카스 할머니' 소영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깨끗하고 멀쩡한 신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중풍에 걸려서 혼자서 생활을 못하게된 상황이잖아요. 정신은 멀쩡하지만 누워있어야하는데 죽고 싶지 않겠어요. 나아진다는 희망도 없고요. 그런 상황이라면 정말 죽여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윤여정이 이 작품을 'OK'한 것은 이재용 감독에 대한 믿음과 함께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이재용 감독은 죽음이 우리나라에서 너무 터부시 되는 주제라 영화를 엎을까도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나는 이 주제라서 좋았어요. 이재용 감독이 죽음에 대해서 너무 극단적으로 자극적으로 안그려서 좋았고요. 우리 나라에는 조력사라는 것이 없지만 나도 예전에 친구들에게 '더 늙으면 스위스 조력사에게 가볼까'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스위스는 본인이 선택한 안락사를 도와주는 조력사의 존재가 합법이다.

그래도 처음 출연을 결정했을 때는 주위에서 반대도 많았다. "친구들은 '왜 이 나이에 남 손가락질 받는 일하는 걸 연기하냐'고 했어요. 근데 나는 노인 빈곤 문제는 꼭 얘기해봐야한다고 생각했거든. 어떻게 잘 죽나도 중요하잖아. 우리는 OECD중에 얼마나 잘사나만 연구하지만 이제는 조금 생각해봐야할 때인 것 같아요. 민주주의가 이래서 힘들어. 사람들이 말이 많거든.(웃음)"

하지만 '죽여주는 여자'라는 제목에는 반대했다. "이재용 감독하고 제목가지고 많이 싸웠어요. 중의적 표현인건 알죠. 근데 어차피 성매매 이야기인데 제목까지 그렇게 지저분하게 지을 필요 있냐고 했지. 친구들도 '제목이 더럽잖아. 아름답게 늙어야지'하고.(웃음) 근데 대꾸도 안하고 먼 곳만 바라봐. 그러더니 결국 이 제목으로 나왔더라고."

그래도 이재용 감독에 대한 믿음도 변함없다. "근데 너무 불평만 하는 것도 미안해. 미안하다고 전해줘요. 그런데 이 나이에 잃을게 뭐있어요. 화장품 모델을 할 것도 아니고 아이돌을 할 것도 아니고." 불평은 많지만 배우로서 할일은 다 한다. "나는 배우니까 연기만보지만 감독은 전체적인 것을 보잖아요. 그래서 나는 어떤 감독이든 요구하는 것은 다 받아줘요. 벗으라면 벗고 입으라면 입고 내리라면 내리고.(웃음)"

이 작품을 하면서 그는 죽음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죽겠다는 말이 있잖아. 하버드 다니는 의사가 한 말인데 나도 책에서 봤어. 한 음대 교수 할아버지가 암에 걸려서 며칠 안남았는데 몇십분이라도 피아노 레슨을 하고 싶다고 했다더라고. 하던 일을 하면서 죽고 싶다고. 무대 위에서 죽겠다는 말도 그런 것 같아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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