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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추억에 묻어두긴 너무 아깝다

최보란 기자

입력 2016-02-11 09:31

수정 2016-02-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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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추억에 묻어두긴 너무 아깝다
MBC '몰카배틀-왕좌의 게임' <사진=방송화면>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이경규와 몰래카메라, 두 말 하면 입만 아픈 조합이다.



지난 9일 오후 8시30분 방송된 MBC 설특집 '몰카배틀-왕좌의 게임'은 '몰래카메라의 원조' 이경규의 명성이 괜한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날 이경규는 노홍철, 슈퍼주니어 이특과 함께 몰카 제왕의 자리를 두고 대결을 벌였다. 서로 개성이 있는 삼색 몰카를 선보였지만, 결과는 명확했다. 청중평가단 과반수가 이경규를 지지하며 '몰카 제왕'의 복귀를 반겼다.

몰카 초보인 이특은 걸스데이 혜리를 속이려했으나 도리어 몰카의 주인공이 됐다. 제작진은 혜리와 손잡고 이특의 몰카 신고식을 준비했다. 혜리 한 명을 속이고자 똘똘 뭉친 멤버들, 이특, 케이윌이 역으로 혜리에게 속는 반전 사태가 그려졌다.

노홍철은 설연휴 가족들을 위한 감동 몰카를 준비해 웃음을 노린 다른 후보들과 색을 달리했다. 노홍철을 웨딩 스튜디오를 찾은 예비신부들을 대상으로 반전 프러포즈를 선사, 예비신랑이 아닌 신부들의 아버지가 펼친 깜짝 이벤트로 스튜디오를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나 '몰카의 신' 이경규는 역시 달랐다. 이특이 예상치 못한 전개에 우왕좌왕하고, 노홍철이 돌발 상황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이경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상황을 철저히 조정했다. 사전에 동선을 체크하고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춰보며 리허설까지 마치는 치밀함을 보였다. 중간 중간 전화로 지시를 내리며 돌발상황에도 완벽히 대처했다.

이경규의 몰카 컴백 기념 희생양은 전현무였다. 이경규는 다큐멘터리 촬영이라 속여 전현무를 며칠 동안 관찰하고 그가 중국 진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후 거액의 개런티를 제시하며 중국판 '우리 결혼했어요2' 출연이라는 미끼를 제시했다. 중국에서 한류스타로 자리잡은 채연을 바람잡이로 내세워 속지 않을래야 속지 않을 수 없는 판을 짰다.

모든 상황은 이경규의 각본대로 진행됐다. 이경규가 섭외한 배우들은 전현무에게 중국내 인기 여자 연예인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출연 희망을 자극했다. 전현무가 만나지 못할 여배우들을 두고 '누구와 '우결'을 찍을까' 고민에 빠진 모습에 이경규와 시청자들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투자자들은 전현무에게 회장이 '복면가왕'의 팬이라고 알렸다. 뒤이어 등장한 회장은 실제로 '복면가왕'에서 4주 연속 우승하며 큰 사랑을 받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가면을 쓰고 등장해 폭소를 자아냈다.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미리 복선을 깔아둔 덕에 전현무는 얼토당토 않은 상황에도 의심을 하지 않아 웃음을 더했다.

이경규는 웃음 포인트와 치고 빠져야할 시점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출연료 협상을 당일날 해야 한다며 전현무를 당황케 하고, 출연료 협상 과정에서 일부러 투자자간 다툼을 유발해 긴장감을 이끌어 냈다. 힘겨운 과정 끝에 원하는 출연료를 받게 된 전현무는 단꿈에 젖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이경규가 등장해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경규의 연륜이 묻어난 몰래카메라는 시청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몰카배틀-왕좌의 전쟁'는 1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입증했다. 이는 설연휴 동안 MBC가 마련한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카메라를 숨기는 방법과 상황 중계 등 기술적으로 향상되면서 훨씬 업그레이드 된 몰래카메라가 더 큰 재미를 선사했다. 거울로 위장된 카메라를 보면 머리를 다듬는 혜리의 모습이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경규는 바로 옆방에서 화면을 관찰하며 휴대폰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배우들에게 행동지침을 내릴 수 있었다.

이같은 이경규만의 노하우와 발전된 방송기술이 접목된, 2016년형으로 더욱 업그레이드 된 몰래카메라의 귀환이 기대된다.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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