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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치외법권' 최다니엘 "이젠 알을 깨고 나올 시간"

김표향 기자

입력 2015-09-0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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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외법권' 최다니엘 "이젠 알을 깨고 나올 시간"
영화 '치외법권'의 주인공 최다니엘이 20일 삼청동의 항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영화는 분노조절이 안 되는 프로파일러(임창정)와 여자에 미친 강력계 형사(최다니엘)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며 법 위에 군림하는 범죄조직 보스를 잡기 위해 무법수사팀으로 엮이면서 벌어지는 코믹 액션을 그렸다. 삼청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20/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배우 최다니엘은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뿔테 안경 너머에서 이지적이고 부드러운 눈빛을 빛내다가도, 맨 얼굴로 돌아서면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의 낯선 사람이 된다. 멜로의 주인공과 야비한 악역, 가벼움과 진지함을 유연하게 넘나들며 매번 새로운 얼굴로 관객을 만나왔다.



27일 개봉한 영화 '치외법권'에서 최다니엘이 꺼내놓은 얼굴은 유쾌하고 코믹하다. 실제로 장난기 많고 서글서글한 성격인 그와 무척 닮아 보이는 캐릭터다.

경찰대를 수석 졸업한 강력계 형사 유민.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지라 늘상 징계를 달고 살지만 왠지 밉지 않다. 그의 수사 파트너는 범인을 잡으면 주먹부터 휘두르는 프로파일러 정진(임창정). 법 위에 군림하는 범죄집단을 일망타진하러 나선 4차원 형사 콤비의 활약이 통쾌하다.

영화 '공모자들', '악의 연대기' 등 전작들에서 보여준 어두운 분위기를 지워낸 최다니엘은 능청스러운 매력과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연속으로 무거운 영화에 출연했더니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싶더라고요. 저희 친형도 제가 활기차게 작품 활동 했으면 한다면서 많이 걱정했고요. '치외법권'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이었죠."

임창정과의 호흡은 최다니엘이 이 영화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다. '공모자들'에 함께 출연한 이후 13세 나이를 뛰어넘어 절친이 됐다.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두 사람에게선 우정 이상의 '브로맨스'가 엿보인다. "'공모자들'에선 창정이 형과 맞붙는 장면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어요. 그래서 꼭 다시 한번 같이 연기하고 싶었죠. 저런 '천재'를 언제 또 만날 수 있겠어요. 다만 제가 형의 연기 레벨에 맞추지 못해서 형에게 부담을 줬던 게 아닌가 싶어서 미안해요. 그에 보답하는 의미로 나중에 또 한번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최다니엘은 임창정과 머리를 맞대고 연기의 톤을 맞추고 애드리브를 짜면서 영화를 완성해갔다. 주인의식과 참여의식이 발휘되니 "이 영화는 내 새끼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영화 작업의 재미도 새롭게 알게 됐다. "힘든 촬영이었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니 이전의 제 연기가 왜 재미 없게 느껴졌던 건지 어렴풋이 알 것 같더군요. 저도 모르는 사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치외법권'이 저를 가두고 있던 보이지 않던 벽에 금을 냈어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이젠 저도 금이 간 벽을 깨뜨리고 나오려고요."

최다니엘은 스스로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기로 인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한 적이 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마친 이후였어요. 갑자기 모든 게 달라졌죠. 이 사람이 내 사람이 맞는지, 혹시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아닌지, 진짜와 가짜가 구분되지 않더라고요. 답답했어요. 연기하는 것도 싫었고요. 저는 지하철에서 졸기도 하고, 순환버스 타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아무것도 못하게 됐죠."

드라마 '동안미녀'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원래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경도 벗었다. "제가 안경만 썼어도 시청률이 2%는 올랐을 거라고 PD님이 농담하시곤 했죠.(웃음) 그 현장을 경험하면서 내 직업도 제 삶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손가락이 밉다고 잘라낼 수 없잖아요. 긍정적으로 즐겨야죠."

최다니엘은 이렇게 현장에서 답을 찾는 배우다. 모든 걸 몸으로 부딪히면서 체득했다. "불에 데어봐야 불이 뜨겁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겁난다고 뒤로 빠지는 건 별로예요. '치외법권'을 찍은 뒤로 더 치열해져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한번도 군입대를 피하거나 두려워했던 적이 없는데, 하필이면 지금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는 중에 입대해야 한다니 약간 아쉽네요. "

최다니엘은 올 가을과 겨울 사이 입대한다. 다시 돌아오면 30대가 돼 있을 터. 그는 2년 후를 기대하고 있다. "제대 후엔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20대와는 다른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땐 알을 깨고 나온 혁거세가 되어서 활로 다 쏴버릴 겁니다.(웃음)"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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