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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포럼] "이대로 가면 여자농구 고사한다" 해결책은?

나유리 기자

입력 2017-09-25 15:54

수정 2017-09-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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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 가면 여자농구 고사한다" 해결책은?
제3회 한국농구발전포럼이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렸다. 1부에서 패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 1부에서는 '여자 농구 저변 확대 어떻게 할 것인가', 2부에선 '남자 농구 셀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이 펼쳐졌다. 1부에는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 이호근 숭의여고 감독, 박지현 선수 어머니 장명숙님이 패널로 참여했다. 2부는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 김성기 안양 KGC 사무국장, 이준우 KBL 사무차장이 패널로 나섰다. 사회는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이 맡았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9.25/

"프로에 있다가 아마추어에 오니,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합니다. 이런 행태로 가다보면 여자 농구가 고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호근 숭의여고 감독은 아마 농구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열악한 아마추어 상황이 결국 여자농구 위기, 선수층 약화로 이어진다. 여자 아마농구 저변 확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호근 감독과 임근배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감독, 전주원 아산 우리은행 위비 코치, 숭의여고 2학년 박지현 학생의 어머니인 장명숙씨가 25일 서울 광화문 kt 스퀘어에서 열린 제3회 스포츠조선 주최 한국농구발전포럼에서 "이대로는 여자농구의 미래가 어둡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열악한 현실, 선수가 없다"

이 감독은 "초,중학교는 조금 낫지만 고등학교 여자팀은 심각하다. 전국에 20개팀이 있는데, 선수 10명을 채운 학교가 2~3개 뿐이다. 우리 학교를 포함해 5~6명의 선수로 팀을 꾸리는 학교가 10개가 넘는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훈련이 어려워 개인 기술만 가르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도자로서 씁쓸한 심경을 토로했다.

학부모의 입장으로 위기를 절감하고 있는 장씨는 "엘리트농구보다 클럽농구에 대한 연맹, 구단의 지원이 훨씬 좋은 편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섭섭할 때가 많다. 프로에서 많은 선수를 뽑는 것도 아니고, 예전부터 생긴다고만 하던 대학팀은 창설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공부를 병행하기 쉽지 않은데, 진로마저 불투명하다"며 호소했다.

여자프로농구 간판스타였던 전 코치는 선수를 지도하는 입장에서 문제를 진단했다. "여자농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전 코치는 "1960~70년대에는 1년에 10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났지만, 지난해 40만명, 올해는 37만명이 태어난다고 한다.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종목들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이제는 적은 숫자의 학생들 중에서 어떻게 여자농구를 선택하도록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화두가 됐던 키워드는 '대학'이다. 장씨는 "연세대, 고려대 같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여자농구팀이 생길 것이라고 했는데 아직 안생기고 있다. 오히려 기존 9개팀 중 한팀에서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고 했다. 선수들의 진로 고민을 함께하고 있는 이 감독 역시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는 많으면 한 해에 12~15명이다. 나머지는 대학을 가야한다. 하지만 올해에도 수원대에서 신입생을 안받겠다는 통보를 했다가 다시 받겠다고 정정했다. 이런 조건들이 굉장히 불안정하고 열악하다"고 덧붙였다.

▶아마추어 여자농구의 위기, 해결 방안은

임 감독은 당장 이뤄질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내놨다. 이 감독은 "한 팀이 외국인 선수 2명에게 쓰는 돈이 1년에 4~5억원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빠른 시일 내에 최소화시켜야 한다. 대학팀 1년 예산이 5000~6000만원 정도다. 6개 구단이 2억원씩만 내도 12억원이 된다. 아마추어팀들을 충분히 지원해줄 수 있다"고 했다.

현 상황에서 클럽보다 대학 농구 활성화가 우선이라는 데는 패널들 모두 동의했다.

임 감독은 "일본에서는 학생들이 1인1기(一人一技)를 한다. 연맹, 협회에서 의견을 합쳐 법안 발의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체육진흥법을 통해서라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생들이 각자의 종목을 갖게 되면, 그중 농구를 택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대학 농구도 훨씬 활성화 될 것"이라며 의견을 냈다.

이 감독 또한 이에 동의하며 "학교마다 농구부에 책정된 예산이 없다. WKBL 지원금과 학부모님들이 걷어서 주신 돈으로 예산을 쓰고 있다. 농구협회나 WKBL, 초등, 중등 연맹 등 모두가 모여 여자농구를 위한 끝장 토론을 해서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하는 자체에서도 의미를 찾았다. 전 코치는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들릴 수 있지 않나. 우리가 지금 노력을 안한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 선수 수급 상태로 여자 농구가 앞으로도 존재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 "여러 단체가 하나로 힘을 모아 미래를 바라 보고 계획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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