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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감독, 승부조작 'K씨'에 황당 해프닝

최만식 기자

입력 2013-03-05 11:06

수정 2013-03-05 11:06

김진 감독, 승부조작 'K씨'에 황당 해프닝
인천 전자랜드와 창원 LG의 2012-2013 프로농구 경기가 30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LG 김진 감독이 경기 전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1.30/

"이것 참, 성을 바꾸던지 해야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헛웃음도 안나온다는 반응이었다.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사람의 성(姓) 영문 이니셜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LG 김 진 감독이 최근 불거진 프로농구 승부조작과 관련해 황당한 경험을 했다.

말 그대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은 격이었다. 김 감독은 5일 예정된 모비스와의 홈경기 구상을 마친 뒤 4일 밤 11시쯤 잠을 청했다.

하지만 1시간도 되지 않아 휴대폰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취재진은 물론 구단 관계자와 지인 등이 진상 확인 또는 걱정스럽게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영문을 모르고 있던 김 감독은 인터넷을 보고 나서야 뉴스 코너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 승부조작 관련 뉴스를 발견했다.

경기 의정부지검 형사5부가 프로농구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브로커를 구속하고 현직 프로농구 감독 1명을 소환조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소환 대상에 오른 감독은 브로커로부터 3000여만원을 받고 2년전 프로농구 리그에서 승부조작 행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다수 언론이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감독을 'K씨'라고 지칭했다. 보통 언론 보도에서는 익명 보도를 할 때 성을 'K'라고 표기하면 'ㄱ'자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ㄱ'으로 시작되는 대표적인 성이 김씨인 것이다. 이로 인해 같은 성을 가진 김 감독이 괜한 오해에 잠깐 휘말리게 됐다.

김 감독은 "처음에 전화를 받고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어서 말이 안나오더라"면서 "잇달아 걸려오는 전화때문에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래도 연거푸 통화를 하면서 왜 자신이 시달리게 됐는지 이해하게 됐다는 김 감독은 "성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주변 분들의 걱정을 끼쳐드렸으니 성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며 씁쓸한 웃음을 던졌다.

당시 황급히 진상 파악에 나선 LG 구단도 여러가지 정황상 김 감독이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년전이라면 2010∼2011시즌이나 2011∼2012시즌을 말한다. 우선 2010∼2011시즌에 김 감독은 프로농구판에 없었다. 2009∼2010시즌 도중 SK 사령탑에서 물러난 김 감독은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가 2010년 12월 30일 귀국했다. 이듬해 5월 LG 감독으로 복귀했다.

그렇다고 2011∼2012시즌은 시기적으로 승부조작을 상상하기 힘든 때였다. 2011년 중반 프로축구에서 시작된 승부조작 파문은 프로배구, 프로야구까지 확대되면서 2012년 초까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다. 이 때문에 불법 도박사이트들도 바짝 숨어들어갔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 감히 승부조작에 가담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LG 구단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김 감독이 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없는데 김씨 성때문에 괜한 마음고생을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감독은 오해가 풀려서 안도하면서도 또다른 걱정을 했다. "안 그래도 프로농구 인기가 식어서 걱정인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농구판 전체가 흔들리는 것 아닌가."

김 감독 뿐만 아니라 다른 팀 감독들도 같은 걱정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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