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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빈 감독 "그렇게 전력으로 뛰더니..." 이정후 글러브-모자 챙기며 한숨, SF '어깨 탈구'로 특정, 최악은 수술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5-13 10:48

수정 2024-05-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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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빈 감독 "그렇게 전력으로 뛰더니..." 이정후 글러브-모자 챙기며 한…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회초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플라이를 잡으려다 펜스에 부딪히며 왼 어깨를 다쳐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복귀하자마자 어깨 부상을 입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부상자 명단(IL)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KBO 시절인 2018년 관절 와순 파열을 입었던 왼쪽 어깨를 또 다쳐 검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정후는 13일(이하 한국시각)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 리드오프 중견수로 선발출전했다.

지난 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8회 자신의 파울 타구에 발을 맞고 타박상을 입고 휴식을 취한 지 4일 만의 출전이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1회초 첫 수비에서 부상을 당했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카일 해리슨이 경기 시작부터 제구 난조를 보이며 주자들을 잇달아 내보냈다. 선두 TJ 프리들이 왼손을 맞고 출루한 뒤 1사후 스펜서 스티어가 볼넷, 2사후 스튜어트 페어차일드가 볼넷을 각각 얻어 해리슨은 2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이어 제이머 칸델라리오가 해리슨의 5구째 92.1마일 바깥쪽 직구를 밀어 때려 우중간 쪽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중견수 이정후는 타구를 향해 전력질주로 쫓아가 신시내티 불펜을 막고 있는 펜스 그물망 앞에서 낙하지점을 판단한 뒤 그대로 점프해 글러브를 뻗었다. 공은 펜스 상단 쿠션을 맞고 안으로 떨어졌다. 이정후는 펜스에 부딪힌 뒤 그라운드로 낙하해 나뒹굴었다. 이어 몸을 일으켜 세워 앉더니 왼쪽 어깨를 만지며 고통을 호소했다.

데이브 그로슈너 트레이너와 통역 한동희씨가 쏜살같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가 상태를 살폈지만, 고통스러운 표정은 가시지 않았다. 밥 멜빈 감독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트레이너의 뒤를 따랐다. 이정후는 결국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 경기에서 교체됐다.

이정후 대신 중견수에 타일러 피츠제랄드가 들어갔다. 칸델라리오의 타구는 2루타가 돼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아 해리슨은 3점을 허용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글러브와 모자를 챙겨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뒤에도 표정이 어두웠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경기 전 팀내 홈런과 장타율 1위인 마이클 콘포토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IL에 등재돼, 만약 공수의 핵인 이정후마저 이탈한다면 전력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 후 멜빈 감독은 "내일 MRI 검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지금 상태는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이정후는 전력을 다해 뛰어갔다. 바람에 공이 더 날아갈 수도 있고 덜 날아갈 수도 있는 걸 알지 못한 것 같다. 펜스에 부딪힌 뒤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좋은 느낌이 아니다"고 밝혔다. 무리하게 쫓아갈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정후의 플레이를 마운드에서 지켜본 투수 해리슨은 "이정후는 그라운드에 나가면 모든 걸 쏟아붓는다. 난 그를 무척 존경한다. 괜찮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정후의 부상 상태가 정확히 전해지지 않은 가운데 현지 매체들은 IL행을 예상하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멜빈 감독은 처음에 이정후에 대해 견갑골 관절 손상(separated shoulder)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부상은 몇 개월이 아닌 몇 주를 쉬면 회복할 수 있는 부상이다. 그러나 이후 구단은 이정후의 상태를 어깨 탈구(dislocation)라고 특정했다'며 '탈구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어 훨씬 심각한 부상'이라고 전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유격수 트레버 스토리가 지난달 6일 LA 에인절스전에서 땅볼을 다이빙 캐치로 잡으려다 어깨가 탈구돼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한 바 있다. 이정후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정후는 키움 히어로즈 시절인 2018년 6월 19일 잠실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2루타를 치고 3루까지 내달리다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왼쪽 어깨가 탈구돼 한 달간 재활에 매달린 적이 있다. 같은 부위를 다쳐 걱정이 커지고 있는 상황.

앞서 이정후는 지난 9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전에서 8회초 상대 우완 제이크 버드의 몸쪽 싱커를 받아친 것이 자신의 왼발을 강타해 타박상을 입었다. 당시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마쳤으나, 다음 날 통증을 호소하며 결국 3일 연속 결장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는 연장 10회 케이시 슈미트의 끝내기 2루타에 힘입어 6대5로 승리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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