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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강재민→김진욱, 잿빛 한화에 찾아온 최원호표 '퓨처스 바람'

김영록 기자

입력 2020-08-13 14:23

수정 2020-08-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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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민→김진욱, 잿빛 한화에 찾아온 최원호표 '퓨처스 바람'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강재민.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7.19/

[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마운드에 올라가니 최원호 감독(대행)님이 계셨다. '홈런 맞아도 된다. 자신있게 네 공을 던져라'고 말씀해주셨다. 갑자기 긴장이 풀리고 힘이 났다."



올시즌 한화 이글스의 현실은 잿빛으로 물들어있다. 시즌 초부터 18연패와 1군 사령탑 교체를 경험했다. 팀 탈삼진(599개, 1위)을 제외하면, 팀 평균자책점, 실책, 병살, 팀 타율, 홈런, OPS(출루율+장타율)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푸르다. 최원호 감독 대행이 몰고온 '퓨처스 바람' 덕분이다. 최 대행은 지난 6월 처음 팀을 맡자마자 1군과 2군 라인업의 절반 가량을 맞바꾸는 충격 요법을 선보였다. 이후 조정기를 거치며 원래 자리를 찾아간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새롭게 발탁돼 활약 중인 선수들도 적지 않다.

평균자책점 전체 5위(5.21)로 선전중인 불펜진이 대표적이다. 현재 1군 불펜진 중 베테랑 안영명을 제외한 윤대경 김진욱 김진영 강재민 김종수 송윤준은 새롭게 빛을 보고 있는 신예들이다. 김범수가 선발로 전환하고, 박상원이 부진하고, 이태양이 떠났지만 그 빈 자리를 잘 채우고 있다. 특히 강재민과 김종수는 정우람 앞을 지키는 필승조로 자주 기용된다, 야수들 중에도 임종찬 최인호 박정현 등 어린 선수들이 번갈아 기회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대행은 "1군 경험이 별로 없는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어 기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령탑 입장에서도 상성상 우위에 있는 선수에 맞춰 출전시키는 등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 11일 연장 12회 갑작스럽게 노시환 대신 대타로 기용된 임종찬이 등장, 결승타를 때려낸 것이 대표적이다. 신인이긴 하지만 타석에서의 움직임이 좋고, 상대 투수가 좌타자에 약하다는 데이터가 있었다는 것. 이날 경기는 윤대경의 8년만의 데뷔 첫 승, 임종찬의 데뷔 첫 타점, 김진욱의 데뷔 첫 세이브, 임준섭의 시즌 첫 홀드가 한꺼번에 쏟아진 날이기도 하다.

임종찬은 '떨리지 않았냐'는 물음에 "코치님이 자신있게 치라고 격려해주셨다. 부드럽게, 힘을 빼고, 타이밍을 맞춰서 쳤다"고 말했다. 같은날 세이브를 올린 김진욱은 "올라갈 땐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마운드에 감독님이 계셨다. 덕분에 긴장이 풀리고 힘이 났다"고 밝혔다. 부상 이탈 전 한화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김범수도 제구력과 구위가 좋아진 비결로 최 대행의 원포인트 레슨을 꼽았다.

퓨처스에서 오랫동안 돌봐온 만큼 이들에 대해 잘 아는 코치진이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전처럼 2군에서 콜업된 선수가 1~2명 있는 게 아니라, 비교적 여러명이 함께 뛴다는 점도 주눅들지 않고 활기차게 뛸 수 있는 원동력이다.

7월말 이후 엔트리 변화가 줄어들면서 라인업이 고정됐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대행은 "부임 직후 많은 선수들의 예고편을 보여드렸다. 그 이후 기존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의 자연스러운 경쟁을 붙이고 있다. 사령탑으로선 더 잘할 것 같은 선수를 쓰고 있을 뿐"이라며 "주전 선수를 교체할 때는 명분이 필요하다. 왜 이 선수를 빼고, 대신 이 선수를 투입하는지 이유가 있어야한다. 휴식을 주기 위해서? 아니면 데이터로 설명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의 팀 전력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30대 선수를 다 ?馨 20대 선수들로 바꿀 수도 없다. 준비되지 않은 선수에게 무작정 기회를 준다고 리빌딩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

'프로'야구는 순위가 전부가 아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현재로 보답할 수 없다면, 미래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화에 강백호나 이정후처럼 데뷔 시즌부터 리그를 뒤흔드는 '태풍'급 유망주는 없다. 하지만 하늘을 덮었던 잿빛 먹구름을 조금 밀어낸 미풍이 불고 있음은 분명하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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