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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계약결렬 韓 떠나 美日행 장수 외인들, '괜히 갔나'...코로나로 위기 증폭

정현석 기자

입력 2020-03-29 14:19

수정 2020-03-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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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결렬 韓 떠나 美日행 장수 외인들, '괜히 갔나'...코로나로 위기 …
초청선수로 참가한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 당시 다린 러프(오른쪽). 그는 28일 마이너리그 행 통보를 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현재 선택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다.



소속팀과의 계약 결렬로 한국 프로야구를 떠난 장수 외국인 선수들, 현재는 울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기약없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돌아간 선수들은 가뜩이나 좁은 빅리그 문이 더 좁아졌다. 일본으로 진출한 선수들은 확진자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불안한 환경에 놓였다. 훈련 집중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3년을 뛰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다린 러프(34)의 개막 엔트리 진입은 무산됐다. 28일(한국시각) 마이너리그 트리플A 새크라멘토 리버캐츠 행을 통보받았다.

초청선수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참가했던 러프는 캠프 타율 4할2푼9리(28타수 12안타) 3홈런 9타점 8득점을 기록했다. 12개의 안타 중 장타가 9개, 장타율은 무려 10할에 달했다. 팀 내 타자 중 으뜸 활약을 펼쳤지만 적지않은 나이와 마이너 초청선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무려 5년을 뛰다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 계약을 한 브룩스 레일리(32)도 우울하다. 4차례 시범경기에서 4이닝 동안 홈런 포함, 4안타 3실점으로 6.7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앞선 3경기에서 무실점을 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두산 베어스에서 2년을 뛰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마이너 계약을 한 세스 후랭코프(32)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범 2경기에서 2이닝 동안 홈런 포함, 2안타 2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은 9.00.

기존선수보다 더 많이 보여줘도 빅리그 진입이 될까말까하는 경계선상의 선수들. 코로나19 여파로 시범경기가 전격 취소된 것은 큰 악재다. 밀린 개막 일정. 설령 늦은 개막을 한다 해도 빅리그에 올라갈 컨디션을 맞추기 쉽지 않다. 경기수가 줄어들 수 있는 비상상황 속에서 사령탑들은 모험을 하기 힘들다. 검증된 기존 빅리그 선수를 쓰려는 보수적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다.

마이너리그에 머물 경우 이들은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해 많게는 10분의1, 기껏해야 4분의1 정도의 적은 돈을 받고 뛰어야 한다. 그나마 시즌이 축소될 경우 이마저 온전히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 삼성, 롯데, 두산과의 계약 결렬로 한국을 떠난 러프, 레일리, 후랭코프는 모두 같은 에이전시 소속이다.

일본으로 건너간 선수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4월 24일 이후로 미뤄진 개막 일정도 불투명하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 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도쿄를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다. 일본 내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그동안 올림픽 개최를 위해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선이 있다. 대처가 미온적인 만큼 일본 내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은 나도 모르는 새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실제 일본에서는 이미 확진 판정을 받은 프로야구 선수까지 나왔다.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일본으로 진출한 제리 샌즈(33)의 소속팀 한신 타이거즈는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후지나미 신타로, 이토 하야타, 나가사카 겐야 등 3명이 감염됐다.

더 큰 문제는 확진자 발생 이후 팀의 미온적인 대응이다. 한신 구단은 사과 기자회견을 연 뒤 "일주일 동안 훈련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확진자 밀접 접촉자의 잠복기를 감안한 최소 격리 기간은 14일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프로야구(NPB) 임시 이사회에서는 'NPB의 기본 권고에는 확진자가 나와도 훈련을 중단하라는 말이 없다. 시즌이 시작되면 NPB의 권고대로 접촉자를 격리한 뒤 경기를 진행하자'는 무리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대처에 적극적이지 않은 일본 정부의 태도가 프로야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 입국해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외인선수들을 2주간 자가격리 시킨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강도 높은 조치와 비교되는 풍경이다. SK 와이번스에서 2년간 활약하다가 일본에 진출한 앙헬 산체스(31)도 비상이다. 소속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연고지인 도쿄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도지사가 '록다운(lockdown·도시봉쇄)' 가능성을 언급하고, 사재기도 심해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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