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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스포츠. 프로야구 청백전이 뭐길래

권인하 기자

입력 2020-03-27 07:00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스포츠. 프로야구 청백전이 뭐길래
2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자체 청백전 경기를 펼쳤다. 공수 교대 도중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SK 선수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3.26/

[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스포츠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프로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프로농구-프로배구는 시즌이 조기종료됐고, 프로야구-프로축구는 개막을 미뤘다. 하지만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까지 꿈틀대는 곳이 있다. 야구장이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자체 청백전으로 그라운드를 달구고 있다. 원래 청백전은 훈련의 일환이다. 다소 김빠지는 팀내 연습경기다. 하지만 야구 갈증이 극에 달한 팬들에게 올해 청백전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도대체 팬들이 야구를 접할 길이 없다. 선수단은 이중 삼중으로 봉쇄됐다. 팬들은 야구장으로 들어갈 수 없다. 선수들을 보기 위해 달려가도 그들의 퇴근행렬조차 볼 수 없다. 취재진도 조심스런긴 마찬가지다. 정해진 장소에서 마스크를 쓴 채 역시 마스크를 쓴 선수들과 최소 2m 떨어진 상태에서 인터뷰를 해야한다. 취재진은 구장 입장전 매번 열체크를 받고 동선 또한 철저하게 통제된다.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야구장까지 확산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결국 팬들의 관심은 청백전까지 미쳤고, 구단들은 팬심에 적극 화답했다. 하나 둘 자체 중계를 시작했다. 현재 중계를 하지 않는 팀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를 연고로 하는 삼성 라이온즈가 유일하다. 중계팀 파견에 고민이 많다.

점점 청백전 중계 규모는 커지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방송되는 자체 중계에 많은 팬들이 모이고 있다. 실시간 시청자가 1만명을 넘기기도 한다. 처음에는 카메라 1~2대와 프런트들로 허술한 자체 중계를 했지만 갈수록 카메라 수도 늘어나고 있다.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는 아예 방송사인 SPOTV가 중계를 담당하기 시작했다.

취소된 시범경기, 불가판정을 받은 팀간 연습경기. 구단으로선 전지훈련 페이스를 이어갈 유일한 대안이 청백전이다.

아쉬움도 있다. 청백전은 실전과는 다르다. 같은 팀 선수끼리 경기를 하다보니 긴장감이 덜하다. 투수의 경우 혹시 동료가 공에 맞을까봐 몸쪽을 깊게 파고 들지 못한다. 타자들은 항상 함께 하는 동료가 던지는 공에 전투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실전이긴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피칭, 타격을 시험하는 훈련의 연장 정도로 본다. SK 와이번스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28일부터 1, 2군 대결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같은 팀끼리의 경기다 보니 상황에 맞는 변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날 던질 수 있는 투수에 따라 경기 이닝이 달라진다. 두산 베어스는 5회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SK는 가급적 9회까지 진행한다. SK는 청백팀 모두 타자가 10명씩 나섰다. 지명타자 2명이 합류했다.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기간이다보니 정식 경기와는 다른 라인업이 만들어진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포수인 지성준이 좌익수로 출전하기도 했고, 키움 히어로즈는 서건창이 갑자기 몸이 좋지 않자 내야수 출신인 김지수 코치가 2루 수비를 맡았다. 한화 이글스 남지민은 지난 23일 청팀과 백팀 투수로 모두 등판했다. 8회초와 8회말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던질 예정이던 투수들은 모두 예정된 투구수를 채웠고, 남지민의 투구수는 여유가 있어 1이닝을 더 던졌다.

한화는 지난 25일 마무리 정우람이 마지막 7회에 5안타 4실점하며 투구수가 확 늘어나자 2사 상황에서 경기를 끝냈다. 재활 막바지인 NC 다이노스 나성범은 아직 베이스러닝을 할 수 없어 타격만 한다. 나성범이 출루하면 최승민이 대주자로 나섰다. 나성범은 타격 훈련을 할 수 있고 최승민은 주루 연습을 하는 식이다.

청백전이라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진다. 실전에선 잘 나오지 않는 장면도 있다. 키움 이정후는 지난 18일 청백전서 2루타를 때리고 1루를 밟지 않아 누의공과로 아웃됐다. 2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선 SK 투수 문승원이 보크를 범했다. 갑작스런 보크 판정에 멋쩍어했다. 문승원의 얼굴은 순간 굳었지만 양측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분명 실전과는 달랐다.

KBO리그는 4월 7일부터 팀간 연습경기를 준비중이다. 사실상 미니 시범경기다. TV 중계도 예정돼 있다. 청백전보다는 긴장감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진감도 더해질 전망이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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