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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떠나는 레일리 5년간 묶은 롯데, 보류권은 안전장치인가 족쇄인가

박재호 기자

입력 2019-12-16 09:00

떠나는 레일리 5년간 묶은 롯데, 보류권은 안전장치인가 족쇄인가
브룩스 레일리. 스포츠조선DB.

롯데 자이언츠는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와의 재계약 협상을 접고 새얼굴 댄 스트레일리 영입을 완료했다. 레일리는 2015년부터 5년간 48승53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한 장수 외인. 두자릿 수 승수는 3시즌이었지만 5년 연속 180이닝 안팎을 던진 이닝이터였다.



올시즌 5승14패(ERA 3.88)지만 퀄리티 스타트는 19차례나 했다. 올시즌 팀타율 꼴찌(0.250)였던 롯데 방망이를 감안하면 불운했다. 수비와 타격이 한결 나은 타팀이었다면 레일리의 성적은 어땠을까. 갑론을박이 있지만 훨씬 개선됐을 것이다. 롯데는 옵션폭을 늘리고 보장연봉을 깎으려 했고, 레일리는 끝까지 버텼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레일리의 보류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5년간 레일리는 KBO리그 타구단 이적을 할 수 없다.

KBO리그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에 한해 5년간 독점적 계약 우선권리를 지닌다. 매년 11월 25일까지 해당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하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전달하기만 하면 협상권을 유지한다. 2018시즌까지는 전년 연봉의 최소 75%를 줘야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없어졌다. 감액폭 제한은 없다. 재계약 협상이 어긋나면 해당선수는 KBO리그를 5년간 떠나야 한다. 조쉬 린드블럼은 특이 케이스. 구단의 동의하에 보류권을 풀고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보류권은 시장이 좁아 자율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KBO리그 현실 때문에 만들어졌다. 구단간 과다 경쟁을 막고 해당 선수나 에이전트가 여러 구단을 이리저리 오가며 뒷거래를 하지 못하게 막는 조항이다. 하지만 구단이 선수와의 재계약에 애초부터 미온적이거나 무조건 몸값을 깎으려 할 때는 일부 악용 소지도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외국인 신입영입 몸값 상한 100만달러(타구단 이적시에도 적용) 제도 역시 구단의 협상 무기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로 가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KBO리그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여러 제약에도 오고자 하는 선수들이 넘쳐난다. 상대적으로 높은 몸값 때문이다.

2년 전 한국을 떠난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거액을 받고 이적했다. 한화는 재계약 의사를 통보한 뒤 보류권을 묶었다. 제라드 호잉의 영입을 로사리오의 한신 입단 이후로 늦추기도 했다. 로사리오는 여러 차례 에이전트를 통해 보류권을 풀어줄 수 있는 지를 한화에 문의했다. LG 트윈스가 한때 로사리오에 관심을 가지고 한화와 접촉했으나 무산됐다.

에릭 테임즈, 로사리오와 마찬가지로 레일리도 KBO리그 타구단의 영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만한 기량이 있다. 우타자에 다소 약하지만 좌타자에는 극강이다. 특이한 투구폼 이점에 내구성도 좋다. 몸값이 비싸지만 영입 제한이 없다면 이적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 결국 보류권이 족쇄가 된 레일리는 롯데를 떠났다. 팬들에게 전하는 뜨거운 감사 인사와 함께.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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